[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쌀 소비 감소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통계청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2023년 양곡소비량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56.4kg으로 전년보다 0.3kg 감소했다. 1인당 1일 소비량으로 계산하면 하루 평균 154.6g의 쌀만 소비하고 있다. 보통 쌀 150g을 물에 불리면 200g 정도 된다. 불린 쌀로 밥을 지으면 310~350g 정도 무게가 나가고 식당에서 제공하는 밥 한공기 무게가 170g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하루 소비량이 2공기가 채 안된다.

쌀 소비 감소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 매년 오르락 내리락 하던 쌀 소비량은 1984130.1kg을 기록한 후 한번도 반등한 적 없이 40년간 매년 감소했다. 그동안 정부나 단체 등이 쌀()의 가치와 영양학적 우수성 등에 대해 다방면으로 알리며 소비를 늘리고자 했으나 쌀 소비 감소세를 멈추기에는 한계가 있는 모양새다. 그나마 20193%, 20202.5%, 20211.4%의 감소 추세를 보이던 것이 20220.4%, 지난해 0.6%로 그 폭이 줄었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코로나19 이후 단계적 일상회복에 따라 사회활동이 증가하면서 전반적으로 결식이 감소했고 탕류·반찬류와 같은 밀키트 시장의 확대 등으로 집밥 소비가 증가하면서 감소폭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했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식생활 변화와 다양한 식품소비 행태 추이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몇 년간은 쌀 소비량의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밥용 쌀 소비는 줄고 있는 반면 쌀가공식품 소비는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해 제조업부문의 쌀 소비량은 817122톤으로 전년 대비 18.2%, 물량으로는 125700톤이 증가했다. 식료품 제조업이 558064, 음료 제조업이 259057톤으로, 업종별로는 떡류가 214041톤으로 가장 많았고 주정 제조업 197102, 식사용 가공처리 조리식품 13126, 기타 곡물가공품 제조업 8284톤 순으로 나타났다. 쌀가공식품 수요는 2013526140톤을 최저점으로 이후 증가세를 보이며 2018755664톤까지 늘어난 이후 다시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202065130톤까지 감소했다. 이후 다시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해 큰 폭으로 늘었다. 쌀가공식품 소비는 당분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쌀가공식품 시장의 성장세에 농림축산식품부도 최근 3(2024~2028) 쌀가공산업 육성 및 쌀 이용 촉진에 관한 기본계획을 마련, 2028년까지 쌀가공식품시장 규모를 17조 원으로, 수출액을 4억 달러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2022년 기준 쌀가공식품시장이 84000억 원, 수출액이 18200만 달러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2배 이상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래 유망품목 집중 육성, 국내외 수요기반 확대, 산업 성장기반 고도화 등을 3대 주요과제로 설정해 간편’, ‘건강’, ‘케이-푸드(K-food)’, ‘뉴트로를 키워드로 간편 가공밥·, 도시락·김밥, 떡볶이, 냉동떡, 쌀 증류주, 쌀 음료, 쌀국수, 혼합면, 쌀빵, 쌀과자 등 10대 유망품목을 육성하겠다는 게 농식품부의 계획이다.

정부의 쌀가공식품산업의 육성 방침은 쌀 산업을 고부가가치화하고 쌀 소비 확대로 안정적인 수급 유지 기반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하다.

저출산 위기가 심화되면서 쌀()을 먹을 인구는 감소하는 상황에서 쌀 소비량 감소는 어쩌면 불가피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줄어든 소비 만큼 무작정 쌀 공급을 줄일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특히 글로벌 식량 위기 상황이 도래하면서 식량 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아직까지도 농업인 대부분이 벼농사를 통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선은 밥용 쌀 소비가 더 이상 감소세를 이어가지 않도록 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쌀가공식품 수요를 늘려 전체적인 쌀 공급량을 유지내지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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