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세준 기자]

대한민국 스마트농산업 수출이 과거 1970~1980년대 중동붐을 연상케 하고 있다.

1970년대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중동 산유국들이 석유 무기화, 이란 이슬람 혁명 등 다양한 정치적 사건을 계기로 원유 가격이 급등했고 이를 통해 산유국들이 많은 외화를 벌 수 있었다. 이렇게 번 돈으로 산유국들은 대대적인 국가 인프라 건설 사업을 시작했고 우리나라도 여기에 참여해 경제발전과 경쟁력 제고의 발판으로 적절하게 잘 활용해 오늘의 선진국 대한민국으로 도약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최근 중동 산유국들이 안정적인 고유가에 힘입어 새롭게 첨단 인프라를 구축하고 석유 이후의 미래 산업 발전을 모색하면서 () 중동붐이 불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건설기업들은 중동에서만 114억 달러 규모의 수주에 성공했다. 이는 전체 해외건설수주액 333억 달러 중 34.3%에 달하는 규모다. 좋은 기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사우디에서 진행 중이거나 진행될 기가 프로젝트의 총액수만 해도 8840억 달러에 달한다.

신 중동붐의 특징은 과거와는 달리 건설·토목 등에 국한되지 않고 정보통신기술(ICT), 생명, 식량 등에도 열려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식량 불안정을 경험한 중동 국가들은 식량자급이 갖는 중요성을 깨달으면서 적극적으로 스마트농업 분야에도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스마트농기업들이 신 중동붐의 바람을 타고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배경이다.

정부도 중동붐을 십분 이용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개최한 ‘2024년 스마트팜 해외진출 지원사업 유관기관 설명회에는 수출지원 정보에 목마른 기업인들이 몰려들었다. 이날 설명회에서 발표된 지원사업의 집중점도 중동붐이었으며 실제로 국제적인 로펌,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투자청 등에서도 나와서 중동 지역의 투자여건, 제도 등에 대해서 접하기 어려운 정보들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기도 했다.

다만 현장에 참석한 기업인 중에는 정부가 중동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불만과 우려를 가진 사람도 많았다.

한 기업인은 지금 중동 시장이 호황이라고 많이 들어가지만 절대 만만한 시장이 아니다현지인 의무채용이라던지 깨알같이 들어간 여러 요구사항들을 만족시키다 보면 결국 손해보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고 다른 기업인은 나는 중동 말고 그동안 해왔던 중앙아시아나 유럽을 진출하려고 하는데 그런 쪽 지원은 중동에 비해 많지 않아 아쉽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정된 예산과 자원 속에서 수출을 지원하고자 불철주야 노력한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담당자에게는 충분히 경의를 표해야 한다. 또 중동 지역에만 지원사업이 있는 것이 아닌 것도 맞다. 하지만 중동붐이 일기 전부터 우리나라에는 중앙아시아, 동남아, 호주 등 여러 지역에 진출하고 성과를 낸 기업들도 많으며 이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정책적 관심과 배려가 지속적으로 이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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