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산학협력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24’가 지난달 9일부터 12일(현지 시간)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됐다. 한국 기업이 모빌리티 분야 기조연설을 하며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CES 2024는 모든 기업과 산업이 함께 인류의 문제를 혁신 기술로 해결하자는 뜻의 ‘올 투게더, 올 온(All Together, All On)’을 주제로 선정했고 전 산업에 필수적인 인공지능(AI) 기술과의 융합을 강조했다. CES 2024를 주관하는 미국 소비자 기술협회(CTA·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는 지난해와 유사하게 인공지능(AI), 모빌리티, 푸드·애그테크, 헬스·웰니스 테크, 지속 가능성과 인간 안보를 핵심 키워드로 뽑았으며 인공지능이 전 산업 분야로 확산해서 기술 융합과 혁신이 인류의 지속가능성과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견인차의 역할을 하리라고 전망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의 핵심 키워드로 선정된 푸드·애그테크 분야에서는 기후변화, 환경오염, 농업인구 고령화로 대두된 식량 안보와 지속 가능한 먹거리 문제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의 혁신 기술과 융복합으로 극복되리라는 전망이 나왔다.
 

농업의 테슬라로 불리며 CES에서 농업에 대한 인식을 재정립한 세계 최대의 농기계 기업인 존디어는 현장에서 2000km 떨어진 텍사스 지역 농장의 25톤 자율주행 무인 트랙터에 휴대폰으로 농작업을 시연했다. 또한 현재의 인공지능, 로보틱스, 빅데이터, 센서 등의 기술혁신이 노동력 절감, 생산성 향상 그리고 농업인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고 2030년까지 완전한 무인 자율화 시스템을 구축해서 콩과 옥수수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식품영양 분야에서는 스마트한 영양섭취(Smart nutrition) 개념이 대두됐고 개인 맞춤형, 정확한 처방 그리고 선제적이며 지속적인 개선 능력이 필수 요소로 꼽혔다. ‘신선 채소 유통의 미래’에 대한 전문가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미국의 경우 채소의 온라인 구매가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는 3%에 불과했으나 올해 말에는 12%로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소비자에게 번거로운 결제 과정 없이 신속한 비대면 쇼핑을 제공하는 아마존의 ‘저스트 워크 아웃 테크놀로지(Just walk out technology)’는 다양한 소매 분야에서 수익성과 운영효율성 제고, 고객 구매 방식에 대한 이해 증진을 돕는다는 기대가 있었다. 
 

미국 소비자 기술협회는 28개 부문에 걸쳐 CES 2024 혁신상(Innovation Awards)과 최고 혁신상(Best of Innovation Awards)을 시상했다. 최고 혁신상으로 총 27개 제품·서비스가 선정됐다. 이 중 국내 푸드·애그테크 기업 두 곳이 포함됐다.
 

미드바르는 척박한 환경에서 철골조 시공 없이 공기주입 기둥으로 하루 만에 간단하게 설치하는 스마트팜을 소개했다. 최소한의 수분과 양분을 미스트 형태로 노출된 뿌리에 분사하는 방식으로 성장 속도가 빨라 환경 재해 등 다양한 긴급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 
 

푸드테크 스타트업 기업인 탑테이블은 인공지능 기반 개인 맞춤 영양 제공 시스템인 4D 푸드 프린팅 시스템 ‘잉크(Innovative Individualized Nutritional Kit:고객 맞춤형 혁신적 영양 키트)’를 소개해서 주목받았다. 잉크는 기존 3D 프린팅 기술에 영양분 흡수의 변수인 pH, 시간, 열 등을 고려하고 맞춤 영양제가 인체 내 녹는 부위까지 설정, 효과적으로 흡수되는 4D 기술을 이용해서 개인에 맞게 선별적으로 제품을 제공한다.
 

필자는 사나 배이그(Sanah Baig) 미 농무부 부차관이 ‘과학적 허구에서 현실의 접시 위에(과학적인 상상력에만 존재했던 기술들이 실제 개발돼서 인류의 먹거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생산한다는 뜻)’라는 전문가 패널 토론에서 강조한 내용에 주목했다. 배이그 부차관은 농작물에 대한 유전자 편집 기술이 영양분 강화, 병해충 저항성, 환경 스트레스 저항성 증진, 품질 증진 등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기술 혁신의 핵심이라며 산학연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속적인 R&D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세계 주요 국가에서 허용된 혁신적인 유전자 편집 기술을 아직도 국회에서 논의조차 못해 법적 인프라를 구축 못 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자각해야 한다. 노지 재배나 스마트팜의 경쟁력은 모두 종자 선택에서 출발한다. 종자주권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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