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웅 경상국립대학교 전임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토지면적 아닌 디지털 인프라와 활용 역량이 국가 농업 경쟁력 좌우

디지털 가국인 우리나라 농업에 적극 투자해 볼 만 …디지털 확대 전환

2024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가 올해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다. 올해의 주제는 ‘ALL ON’으로 인류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기술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올해는 150여 개국에서 총 3500여 곳이 참가했다. 미국이 700여 곳, 우리나라가 500여 곳이 참가했다. 우리나라 기업들 제품 중 16개 제품이 혁신상을 받았다. 역시 인공지능(AI) 관련 기술과 제품이 가장 메인이 됐다.
 

나는 아직도 지난해 CES 기조연설을 한 존디어의 회장과 연구자 4명이 차례로 발표한 농업계의 최초이자 한 기업이 독점적으로 발표한 기조연설을 잊을 수 없다. 몇 번이고 발표내용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며 향후 농업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우리는 미래농업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했다. 
 

농업은 지금까지 이것저것 하다가 할 것이 없으면 한마디로 “농사나 짓지 뭐”하는 산업으로 치부됐다. 농업은 여러 산업이 복잡하게 얽혀져 있다. 생물학, 기상학, 토양학, 심리학, 마케팅학, 통계학, 물리학, 기계학 등 모든 학문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다. 전문화되고 특화된 공업보다 생산의 효율성과 생산의 안정성도 떨어지는 산업이다. 아무리 특정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가 있어도 최종적 성과에는 한계를 보인다. 그래서 항상 ‘경험이 풍부하고 감이 뛰어난 사람’이 필요한 산업이었다.
 

지난해 CES에서 존디어는 지금까지의 생각을 바꿔버렸다. 농업의 한계를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AI를 접목해 해결했다. 2021년 기존의 농기계에 AI를 접목해 불과 2년 만에 자율주행 트랙터에 AI를 접목해 600배 이상 빠르게 파종할 수 있음을 시연했다. 이렇듯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농업이 이젠 인공지능 AI를 적용해 가장 큰 시너지효과가 나오는 디지털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디지털 농업혁명은 세계 농업의 축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앞으로는 토지 면적이 아니라 디지털 인프라와 활용 역량이 한 국가의 농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디지털 강국인 우리나라가 농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볼 만한 이유이다. 시설에 국한돼 있는 우리의 스마트팜은 이제 노지로 확장하는 디지털팜으로 확대 전환해야 한다. 자동화의 초점에서 이젠 지능화로 초점을 바꿔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바늘허리에 실을 꿰어 서두를 일은 아니다. 모든 것이 매우 급하게 움직이는 시기에는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노지 디지털 농업이 지향해야 할 XYZ 좌표는 어디에 두어야 할까?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정확하고 훌륭한 토양데이터(흙토람, X축)를 갖고 있다. 또한 기상청 정보(마을 단위까지)보다 더 정확한 농장단위 기상정보(강수량, 일조량, 풍속 등, Y축)가 측정 가능한 조기기상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홍보 부족으로 무상설치인데도 설치율은 낮지만). 그리고 농림인공위성을 곧 발사한다. 인공위성이 발사되면 3일 간격으로 노지의 생육 정보가 확보된다(Z축). 이를 농촌진흥청이 가진 340만 장의 생육 영상정보를 학습한다면 관측, 병충해 조기 예찰이 가능해져 토양, 기상, 생육 등의 노지의 3대 빅데이터가 확보될 것이다. 이 세 축을 서로 연계하고 활용할 종합설계를 해야 한다.
 

그 추진 방향을 살펴보면 첫째, 세 축을 바탕으로 융합이 필요하다. 디지털 농업이 농업인에게 도움이 되려면 작물, 토양, 기상, 경영, 마케팅 등 농업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융합함으로써 최종의사결정 과정을 실질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일례로 작물 재배적지만 제대로 짚어줘도 큰 도움이 된다. 재배적지에서는 작물이 튼튼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기 때문에 비료나 농약을 많이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경영비를 크게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 생태계의 건전성도 보호할 수 있다. 
 

둘째, 소비와 유통에 주목해야 한다. 예전에는 모든 관심이 생산 현장에 집중되다 보니 보편적인 소비자의 만족도를 크게 높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소비자의 마음까지는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 소비-유통 현장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체계적인 생산전략을 제시하는 것 또한 디지털 농업의 역할이다. 
  셋째, 정부와 공공기관은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개방해야 한다. 민간이 개방된 데이터를 더욱 자유롭고 쉽게 활용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민간이 데이터를 창의적으로 활용해 디지털 농업을 주도해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모든 것을 계획하고 통제하려고 해서는 곤란하다.
 

우리 농촌은 고령화되고 식량자급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기존의 방식으로 농사나 지을 수 없다. 농촌의 미래는 디지털 농업을 어떻게 한국적 환경에 맞게 뿌리내릴 것인지에 달려 있다. 시설에서 채소와 고기만 먹을 수 없다. 노지에서 식량을 확보하는 해법을 늦지 않게 찾아야 한다. 청년 농업인이 노지의 식량을 디지털 기술로 도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들이 농업을 통해 충분한 소득을 얻고 농촌 생활을 만족스러워 할 때 소멸위기의 우리 농촌은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 살고 싶은 농촌! 삶이 행복한 농촌! 만들기는 디지털농업이 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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