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일상 생활 속에서 물체의 빠르기를 나타낼 때 사용되는 스칼라량을 속력이라고 하는데 과학영역 교과서에서 속력(speed)은 단위 시간 동안 이동한 거리를 의미한다. 이에 비해 속도(velocity)는 단위 시간 동안의 위치의 변화율로 물체의 빠르기를 나타내는 물리적 벡터량이다. 물체의 빠르기를 운동 방향과 함께 나타낸다는 점에서 속력과 차이가 있는 개념이다.

속도를 정의하면서 결국 크기와 방향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것처럼 정부 정책에 있어서도 일단 방향이 정해졌으면 다음으로는 속도에 포인트를 맞출 필요가 있을 것이다.

최근 축산분야에서 여러 많은 변화가 시도되고 있는데 축분바이오차, 구제역 피내접종용 백신 개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백신 개발 등은 현장에서 속도의 문제를 많이 지적하고 있다.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증가를 막기 위해 인간 활동에 의한 배출량을 감소시키고, 흡수량을 증대해 순배출량이 ‘0’이 되는 것을 탄소중립 내지는 넷제로(Net-Zero)’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축산분야에선 탄소배출권, 청정개발체제(CDM)로 축분바이오차가 주목을 받고 있다. 관련 산업이 활성화될 경우 축분원료를 최대 5분의 1까지 감량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탄소중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축분바이오차는 축산업계와 농작물 재배농가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바이오차의 사업화와 관련된 비료 공정규격 설정 고시 일부 개정()이 여전히 법제처에서 심사 대기 중인 상황이어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 꼽을 수 있는 ASF 백신 개발도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20199월 국내 ASF 발생 당시 바이러스가 일부지역에 국한돼 있었다면 지금은 더 넓은 지역 내지는 전국적으로 확산돼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주변국의 ASF 발생 상황과 방역대책, 출입국 상황, 국내 양돈 농가 종사자의 상당수가 동남아 국가 출신이라는 것 등을 감안하면 방역정책은 더욱 촘촘하게 마련·시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ASF 백신 개발 동향과 관련해 국내 모 동물약품업체의 경우 전북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차폐실험실과 차폐동물사에서 환경부와 7차례 공동시험을 실시했으며, 농림축산검역본부 차폐실험실과 차폐동물사에서 1차례 실시하는 등 미니돼지에 4, 사육돼지에 4회 등 모두 8차에 걸쳐 안전성시험, 방어력시험, 동거축 감염시험, 병원성 복귀시험 등을 경구와 근육주사 시험을 통해 완료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시험에서 완벽한 시험백신 개발과정이 증명됐고 나머지 임신모돈에 대한 안전시험과 이행항체 시험 등은 검역본부 시설사용이 사실상 어려워 해외 정부와 협의 진행중이며, 조만간 좋은 결과로 국내보다는 해외 판매 등록이 선행될 수도 있다는 전언이다. 결국 현재는 야생멧돼지나 사육돼지에서 민관이 잘 대응하고 있고 괜찮지 않느냐고 자위할 수 있겠지만 철저한 소독과 더불어 백신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정책의 성패는 방향은 물론 속도가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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