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현실적으로 제2의 테라도가 나오는게 어디 쉽겠습니까. 눈과 얼음이 없는 나라 자메이카에서 봅슬레이 선수들을 키워내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 아니겠어요?”

한 작물보호제 제조사 관계자의 말이다. 팜한농이 한국화학연구원과 협업해 공동 개발한 비선택성 제초제 테라도가 지난해 전 세계에서 누적 매출 2000억 원을 돌파하며 작물보호제 수출의 가능성을 봤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선 특별한 성공이라며 성과에 대한 너무 낙관적인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작물보호제 신규 원제 개발과 관련한 각종 수치를 보면 왜 이런 이야기 나오는지 단번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1980년부터 2021년까지 약 30년간 전 세계에 출시된 신규 원제는 424, 연 평균 10.3개꼴이다. 하나의 신규 원제를 시장에 내놓기까지 성공확률은 14만분의 1에 불과하고 소요 기간은 10~15, 비용은 37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원제 개발에 엄청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며 긴 시간 인내해야 겨우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까 말까한 수준이란 이야기다.

국내에선 정부의 지원이 있어도 그에 상응하는 매칭 투자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작물보호제 제조사는 겨우 세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다수의 기업이 신규 원제 개발에 관심을 갖고 적극 움직이고자 하는 의지는 있지만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화학연구원과 팜한농, 경농 등이 정부 지원을 받아 연구를 이어와 현재까지 7종의 원제가 상용화 됐다. 그간의 투입 비용을 회수하려면 작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나가야 하는데, 7종 중에서도 해외 수출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할 만한 원제는 목우연구소의 포아박사와 팜한농의 테라도정도다.

구구절절 비관적인 이야기만 늘어놓는 것 같지만 이게 우리 작물보호제 기업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해 말 농림축산식품부가 팜한농의 성공 사례를 언급하며 수출 전략형 작물보호제 원제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예산을 신설하는 등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말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팜한농의 특별한 성공을 작물보호제 기업들의 보편적 성공 사례로 만들어 가려면 단순히 예산 지원에 그칠 게 아니라 테라도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전략적 타깃과 연구 방향 설정 등을 위한 측면 지원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단기 성과를 좇아선 절대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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