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오(강원대학교 명예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농촌에는 많은 다문화 가족들 있어

외국 노동자에 꿈 심어주고 학습효과

높임으로써 지속가능한 생산성 향상을 이룰 수 있을 것

 

대한민국은 이제 대외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위치가 바뀌면 당연히 ‘생각의 틀’도 걸맞게 바뀌어야 한다.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생각을 과감하게 깨뜨리고 모든 것을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사실 생산성은 기술지표이지만 굉장히 형이상학적이고 철학적이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정이 많고 올바른 것을 숭상해 왔다. 비록 우리의 물리적 국토는 작더라도 따뜻한 마음으로 정신적 국토를 늘려 21세기의 당당한 대국으로 도약해 나가기를 소망한다. 
 

맹자 양혜왕(梁惠王) 편에 보면 양혜왕이 맹자에게 요즘 우리말로 ‘우리나라를 부강하게 해 줄 만한 뭔가 좋은 비즈니스 아이템(利)이 있을까요?’라고 묻자 맹자가 ‘어째서 이익에 대해서만 말하십니까? 진정 중요한 것은 인의(仁義)가 있을 뿐입니다’라고 답한다. 인(仁)은 두 사람이 공평하게 존립하고 상생하는 것을 뜻하며 의(義)는 올바르고 정의로운 것을 의미한다.
 

지금 우리 농촌의 상황은 고령화에 후계자 부족, 도시 근로자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심각하다. 기계화나 시설 자동화를 이뤄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생산성은 올라가지 않는다. 생산성에는 학습효과와 꿈이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학습효과가 올라가려면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고 공부하는 사람이 꿈을 가지고 노력하게 해줘야 한다.
 

지금 우리 농업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시설투자가 많이 소요되는 시설원예나 축산 부문에는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존립이 어려운 실정이다. 농산물 주산지 수확 철에는 근교도시에서 대규모로 일손들이 투입돼야 일이 제때 마무리된다. 또 농촌에는 많은 다문화 가족들이 있어 한국어는 물론 농사일에 익숙하지 않은 일손들이 있다. 이들은 모두 우리 농업을 함께 일구어 나가는 구성원이고 이들이 한 마음으로 협조해야 우리 농가 나아가서 한국농업의 생산성이 올라가게 되어 있다. ‘최소율의 법칙’이 작용해 어느 한쪽이 낮으면 물이 담기는 양은 그만큼밖에 안 된다.
 

외국 노동자를 한 예로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은 프로세스로 그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학습효과를 높임으로써 지속가능한 생산성 향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즉 한국에 오고자 하는 외국 노동자 후보생들이 1년 전부터 한국에 와서 한국어 공부와 함께 자기가 원하는 농업기술을 익힌다. 노동자는 이미 자기가 가는 농가가 정해져 있고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다. 교육기간 중 노동자는 초청한 농가와 만나는 시간도 갖고 그 농가 가서 분위기도 익힌다. 국가·지자체·농가가 부담해서 노동자가 한국에 오는 항공료와 교육기간 중 생활비를 대 준다. 노동자가 원할 경우 체류기간을 연장해 장기 거주가 가능하게 해 준다. 나중에 노동자가 고국으로 돌아가 농장을 꾸릴 때 한국 초청 농가는 멘토가 돼 도와준다.
 

얼마 전 목장을 크게 하는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다. “우리 집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국적도 다른 두 노동자가 한 식구처럼 지내고 있는데 중장비 다루는 것부터 모든 일을 알아서 척척 해 주니 너무 편하고 좋아 모든 농가가 이렇게 돼야 한다”
 

꼼꼼함이 요구되는 과수 수분 작업이나 회계업무는 부인이 담당하는 것이 좋다. 특히 부인이 회계업무를 맡으면 기록을 꼼꼼히 하고 지출관리를 세밀하게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부인이 자기 집 돌아가는 것을 소상하게 알게 돼 진정한 파트너로서 경영에 더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협력하게 된다. 
 

가족간에도 협정을 맺고 근무시간을 정해놓으며 월급을 주는 등 서로의 꿈을 존중하고 배려해 주면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사실 그것이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지탱하고 향상시키는 원동력인 것이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