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두현 기자]

난방비 등 꽃을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지만 농산물은 공산품처럼 원가를 그대로 반영해 가격을 책정할 수 없어 타격이 큽니다.”

지난해 만난 경기 파주지역에서 꽃을 재배하는 한 농업인의 한탄이다. 이 한탄이 그저 엄살이 아닌 실제 국내 농업인이 처한 현실이다.

통계청 제공
통계청 제공

# 농업 채산성 2년 연속 나쁨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3년 농가판매 및 구입가격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농가교역조건지수는 90.22021년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한 2022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며 반등하지 못했다.

농가교역조건지수는 농업인의 수취 가격 수준을 나타내는 농가판매가격지수와 농업인의 가계·경영에 필요한 품목의 가격지수인 농가구입가격지수의 비율을 나타내는 수치다. 농가교역조건지수가 2020년 기준수치인 100 이상이면 농가의 채산성이 양호한 것이며 반대로 100 아래면 채산성이 좋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

올해 농가교역조건지수는 농가판매가격지수 상승률이 농가구입가격지수 상승률보다 0.6%포인트 높아 2022년 지수 89.6 대비 0.7% 상승한 90.2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상승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2015년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지수도 100 이하로 농산물 가격이 농업 경영비의 증가 폭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에 따라 농업인의 경영 부담이 여전히 크며 농업소득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김태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환율이 1300원대 초중반에서 오랜 기간 유지되면서 수입 원자재 가격이 높아지고 국내 물가에도 영향을 줘 농업 경영비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전반적인 물가가 상승함에 따라 정부 당국은 소비자가 자주 접하고 피부에 와닿는 농산물 가격을 낮추려는 정책을 추진해 농업계는 경영비 상승과 농산물 가격 압박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 농산물 가격 상승 < 경영비 상승

농가판매가격지수는 청과물의 가격 상승과 축산물의 가격 하락이 두드러졌으며 농가구입가격지수에서는 노무비가 수년째 지속해서 상승하며 농가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지수는 각각 108.7, 120.42022년 대비 0.9%, 0.3% 상승했다.

지난해 연이은 기상재해로 작황이 부진해 시세가 높게 형성된 과실류의 영향은 농가판매가격지수에도 확인할 수 있었다. 2022년 대비 지난해 사과 지수는 45.5%, 복숭아 지수는 18.8%, 과채류는 11.9% 상승하며 청과물 지수는 120.210.9% 상승했다.

축산물 지수는 101.82022년 대비 7%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한우 고기 공급이 과잉된 데 비해 소비가 원활히 일어나지 않으며 한우 고기 가격이 하락했고 이에 따라 농가의 한우 사육 의향이 감소해 한우 산지 가격이 하락한 영향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한우 수소와 암소 가격지수는 2022년 대비 각각 27.7%, 15.3% 하락했다.

이외 곡물 지수는 2022년 대비 지난해 찹쌀이 47.1%, 검정콩이 26.9% 하락했지만 팥이 37.2%, 고구마 30.3%, 감자가 6.9% 상승하며 95.42% 상승했다. 기타농산물 지수는 특용작물과 화훼가 하락하며 2022년 대비 2.3% 하락한 122.3을 기록했다.

농가구입가격지수는 노무비가 132.12022년 대비 7.5% 상승하며 눈에 띄었다. 특히 다른 항목 지수는 해마다 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노무비만은 2015년 이후 단 한 차례의 하락도 없이 상승세를 유지해 농가에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농가의 의식주와 관련된 가계용품 지수도 111.22022년 대비 3.5% 상승해 농가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반면 재료비는 비료비가 2022년 대비 22% 하락하며 지수가 141.43% 하락했고 경비와 자산구입비도 각각 4.4%, 1% 하락했다.

이처럼 농업 경영비 상승 폭에 비해 농산물 가격 상승은 한계가 있는 만큼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영농 비용에 대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농산물 가격은 등락 폭이 클 뿐이지 전반적인 시세가 성장해 농가 수취 가격이 지속해서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농가 조수입은 정체될 수밖에 없는 만큼 실질적으로 농업소득을 늘리려면 비용 측면에서 촘촘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최근 농업 일손 부족이 심각하고 그나마 있는 인력도 인건비가 너무 높아 농가 부담이 큰 만큼 중소기업 청년 일자리 지원과 같이 직접적인 인건비 지원 정책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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