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 예산 급증에도 어가인구는 감소…수산·어촌예산 재구조화 필요
해수부 재정효율화위한 사업개편 필요
흩어진 어촌정책업무 한데 모아 어촌정책 총괄·조정해야

 

어촌의 소멸위기가 심화되면서 해양수산부의 예산과 조직의 재구조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간 수산·어촌정책은 수산물의 생산에 집중돼 상대적으로 어촌문제에 대해서는 등한시돼왔다. 하지만 국내 인구가 감소세에 접어드는 가운데 어가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고령화 문제가 대두되면서 해수부의 예산과 조직을 재구조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어촌의 소멸위기를 진단하고 어촌소멸을 막기 위한 수산·어촌예산과 조직의 재구조화방안에 대해 살펴본다.

# 30년 만에 어가인구 78% 감소

어촌의 소멸위기를 보여주는 지표는 어가와 어가인구의 감소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3년 40만4610명이었던 어가인구는 2022년 9만805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어가수는 11만3617가구에서 4만2536가구로 줄어 63% 가량 감소했다. 30년간 매년 1만 명 이상의 어가인구와 2000어가가 감소한 것이다.

어가와 어가인구의 감소세와 함께 지목되는 문제는 어가의 고령화율이다. 2003년 어가인구 21만2104명 중 15.94%인 3만3802명이 65세 이상의 고령어가였으나 고령화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2022년 9만805명 중 44.22%인 4만153명이 65세 이상이었다.

어가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면서 어촌의 소멸위기 역시 커지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발표한 ‘2024 해양수산전략리포트’에 따르면 전국의 연안어촌과 도서지역 중 소멸고위험지역은 2020년 195개소에서 2030년 304개소로 늘어 10년 만에 소멸고위험지역의 비율이 26.2% 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전망됐다. 이같은 전망은 당초 KMI의 전망치보다 훨씬 빠른 수준이다. 박상우 KMI 어촌연구부장이 2018년 발표한 ‘인구소멸 시대의 어촌사회정책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소멸고위험지역은 2013년 131개소에서 2045년에야 342개소 늘 것으로 전망됐으나 올해 발표된 자료에서는 2030년에 304개소까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부장은 “지금의 어촌소멸위험에 대한 전망은 2018년 연구 당시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마저도 어촌소멸위험지수 산정이 연안의 읍·면·동을 기준으로 돼 있어 소멸위기가 비교적 적은 것으로 추산되는 것으로 어업을 중심으로 형성된 어촌마을의 경우 소멸위기가 어촌소멸위험지수에 비해 훨씬 심각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 ‘사람’에 대한 투자 부족

어가수와 어가인구의 급격한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수산·어촌예산은 ‘사람’에 대한 투자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해수부의 예산은 2019년 5조1796억 원, 2020년 5조6029억 원, 2021년 6조1628억 원, 2022년 6조4171억 원, 지난해 6조4333억 원, 올해 6조6879억 원으로 증가세를 보여왔다. 이 중 어촌활력과 어업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재정사업은 2019년 5752억9300만 원에서 2021년 1조237억4100만 원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9070억9100만 원으로 줄었다. 외형적으로만 보면 어촌관련 예산이 빠르게 증가했지만 예산의 세부구조를 들여다보면 상황이 다르다. 2019~2023년 어촌뉴딜300사업으로 투자된 금액이 1조9395억1900만 원이며 어촌신활력증진사업 예산이 443억9000만 원으로 증액된 예산의 대부분이 어촌개발사업에 집중돼 있다. 반면 청년어촌정착지원사업이나 귀어·귀촌지원사업 등 ‘사람’에 대한 투자 예산은 충분히 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어촌관련 예산의 빠른 증가에도 어가인구의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어촌관련 예산이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한 2019년 어가인구는 11만3898명이었으나 사업이 본격화된 이후인 2022년에 9만805명으로 감소, 연간 5700명 가량이 줄었다. 이는 기존의 예산구조로는 어가인구의 감소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수산·어촌예산 전반에 대해 재구조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 분절된 어촌정책

어촌 정책을 총괄하는 해수부의 조직은 분절된 구조를 갖고 있어 통합적인 대책을 수립하는데 제약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해수부 조직에서 어촌·어촌사회정책과 관련한 부서는 차관 직속의 어촌어항재생사업기획단의 어촌어항재생과, 수산정책관실의 소득복지과와 수산직불제팀, 어촌양식정책관실의 어촌양식정책과와 어촌어항과 등으로 나눠져 있다. 이마저도 어촌정책을 총괄해야할 어촌양식정책과의 업무 대부분은 양식업에 집중돼 있다. 실제로 해수부의 누리집에 명시된 어촌양식정책과의 업무는 △양식생물 검·방역 △기후변화 △양식제도 △동물용의약품제도 △적조피해예방·대응 △이상수온 대응·피해대책 등이다. 어촌양식정책과가 어촌정책을 총괄·조정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는 농촌정책을 추진하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직과도 대조된다. 농식품부는 농촌정책국 소속으로 농촌정책과, 농촌공간계획과, 농촌사회서비스과, 농촌경제과, 농촌여성정책팀, 농촌재생지원팀을 두고 있으며 농업정책관실에는 농업경영정책과와 농지과, 공익직불제정책과, 농업금융정책과, 재해보험정책과, 청년농육성정책팀을 두고 있다. 청년·후계 농업인의 지원정책이 농촌정책국과 농업정책관실로 일원화된 구조다.

따라서 어촌소멸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해수부 역시 통합된 어촌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조직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어촌어항재생사업기획단과 수산정책관실, 어촌양식정책관실로 흩어진 어촌정책업무를 한데 모아 정책관실을 구성, 어촌정책을 총괄·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 어촌소멸대응 위해 예산 재구조화 필요

어촌소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수산·어촌예산 전체에 대한 재구조화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인구감소와 지방소멸문제는 단순히 어촌과 수산업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직면한 가장 심각하고 실질적인 위기요인이다. 이 때문에 정부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다양한 대책들이 논의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해수부의 수산·어촌정책은 예산의 빠른 증가에도 불구하고 어가인구의 감소와 고령화를 막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수산·어촌예산 전체를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고 어촌소멸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박상우 부장은 “지금 우리나라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의 문제”라며 “해수부의 정책을 통해 어촌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해수부 사업의 재정효율화를 위한 사업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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