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장바구니 물가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면서 마치 농축수산물이 물가인상의 주범인양 오도되고 있다. 공중파 방송은 물론 각종 매체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천정부지 과일값, 식탁물가 비상, 장보기 무섭다 등 자극적인 제목의 뉴스가 쏟아져 나오면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이같은 여론에 등떠밀린 정부가 급기야 과일가격 안정 차원에서 사과 수입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사과 농가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정부는 일단 사과 수입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농가들의 불안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언론의 이같은 보도가 나올 때마다 농어민들은 분통을 터트릴 수밖에 없다. 농축산물이 전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가중치는 실제로 얼마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농축수산물로 인해 물가가 급등한 것처럼 오해를 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 산출에 있어 농축수산물의 비율은 고작 7.5% 수준이며 이마저도 감소하는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개별 품목군이 차지하는 가중치는 2022년 기준 축산물이 2.64%로 가장 높았으며, 채소가 1.43%, 수산물이 1.08%, 과실이 0.64%, 곡물이 0.63%를 보이는 등 대부분 1~2% 내외의 비율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사과 논란을 빚고 있는 사과의 경우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가중치는 고작 0.23%에 그친다.

상황이 이런대도 소비자들이 농축산물 물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다른 상품에 비해 더 자주 구입하고, 가격에 대한 정보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명절 등 특정 기간에 일부 품목이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일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높은 가격이 유지되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으며, 농축수산물이 전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가중치 역시 미미하기 그지없다. 정부 등 기관단체, 관련업계는 이같은 사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알려 소비자들의 이해를 구하는 데 나설 필요가 있다.

농식품 물가는 생산자의 생계와도 직결돼 있다. 물가를 잡겠다고 농축수산물의 문호를 개방해 버리면 어렵게 구축해 놓은 국내 생산 기반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국내 생산 인프라의 붕괴는 우리의 안전한 먹거리 공급망이 무너지는 것과 다름 아니다. 당장 여론에 밀려 식량 안보와 직결돼 있는 농업의 근간을 뿌리째 뒤흔드는 우를 범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길 당부한다. 농축수산물 물가를 대하는 사회적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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