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낙농과 연구사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실시간 모바일 소통에 거부감이 없는 엠제트(MZ)세대에게 라이브커머스(Live Commerce)는 익숙하지만 이전 세대들에게는 아직 생소할 수 있다. 라이브커머스는 라이브 스트리밍(Live Streaming)과 전자 상거래(E-Commerce)의 합성어로 다듬은 말로는 실시간 방송 판매다. 말 그대로 누구나 모바일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며 제품을 알리면서 상품을 판매하는 유통 방식으로 이해하면 쉽다. 국내 한 증권사 리서치 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실시간 방송 판매 시장 규모는 2020년 4000억 원에서  2022년 6조 원으로 급성장을 했으며 지난해에는 10조 원까지 성장세를 보였다.
 

실시간 방송 판매의 가장 큰 특징은 휴대전화만 있으면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방송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방송이 시작되면 편집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진행되므로 제품에 대한 궁금한 것을 소비자는 채팅으로 방송 진행자에게 묻고 진행자는 소비자의 질문에 대답하며 소통한다. 방송에 참여하는 다른 구매자들도 방송을 보면서 상품에 대한 정보를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각 지자체 농업기술센터에서는 소비 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실시간 방송 판매’를 활용해 지역의 특산물 홍보와 더불어 지역 농가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새로운 유통망을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만약 현재 삼중고를 겪고 있는 낙농가에 실시간 방송 판매를 활용하면 어떨까? 우유 소비 감소, 생산비 상승, 값싼 수입 유제품 증가로 지역 낙농가들은 새로운 판매 돌파구가 필요한 현실이다. 우리나라 1인당 우유 소비량은 지난 10년간 계속 감소하고 있는데 낙농진흥회의 통계에 따르면 2012년 1인당 백색 시유 소비량은 28.1kg에서 2022년 26.2kg으로 감소했다. 
 

이는 우유 소비 주 고객층인 영·유아 수와 관계된 출생아·합계 출산율과 비교했을 때 비슷한 감소 추세를 보인다. 즉 저출산 현상이 국내 우유 소비시장의 축소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하지만 서구화된 식생활 패턴이 늘어나면서 백색 시유 소비 외 1인당 유제품 소비량은 출산율이 떨어져도 꾸준히 늘고 있다. 낙농진흥회의 유통소비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2년 1인당 유제품 총 소비량은 67.2kg에서 2022년 85.7kg으로 계속 증가추세이다. 
 

백색 시유 감소에 따른 낙농가의 잉여 우유 소비처 확보를 위해 목장형 유가공 창업을 추진했으며 이를 통해 치즈와 발효유 같은 유제품을 농가에서 직접 생산해 소비자와 직거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수입 치즈와 대형 유업체의 유통망에 밀리면서 결국 국내산 유제품 판매는 감소해 낙농가는 더욱 어려움에 처해지게 됐다.
 

목장형 유가공도 일종의 판매업이다. 유제품을 생산하고도 판매를 못 한다면 목장 유지가 어려울 것이다. 유제품의 ‘풍매’가 이뤄져야, 판매가 잘 돼야 안정적인 목장 운영도 가능할 것이다. ‘부농의 기술 라이브커머스’의 저자 신문석 씨는 “땀 흘려 지은 농산물을 스스로 폐기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실시간 방송 판매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농산물을 판매하는 데 실시간 방송 판매가 절대적인 답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미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읽고 발 빠르게 시도하고 있는 낙농가도 존재한다. 
 

낙농가에서도 실시간 방송 판매를 활용해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라는 핵심 가치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상생하는 길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