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두현 기자]

정부가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생산 안정성 측면은 고려하지 않은 채 수입 농산물에 의존한 농산물 가격 잡기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해 1년 내내 연이은 기상재해로 사과를 비롯한 과수 농가의 작황이 부진함에 따라 수확철부터 현재까지 전반적인 과수 시세는 높게 형성됐다. 특히 사과의 경우 지난달 마지막주 기준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10kg 한 상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가량 뛴 도매가격으로 거래되는 등 여전히 높은 시세를 유지했다.

이 같은 상황에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한 각종 정책을 추진했다. 다만 그 정책이 해외 농산물 수입에 지나치게 의지해 자칫 국내 농업의 생산 기반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북 영양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최영우 사과연구회 회장은 “고령화된 사과 농가는 새로운 기술 도입도 더디고 규모도 영세해 해외 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오면 그에 맞서기 쉽지 않다”며 “주변 농가들에선 이제 농사를 그만둬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정부는 지난 1월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수입 과일 21종, 30만 톤의 관세 면제·인하와 채소·축산물 저율관세할당물량(TRQ) 도입을 추진했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 행보에 대해 사과 농가는 정부와 여론이 생산물량 감소 수준과 생산비 증가 등 농가의 어려움은 외면하고 있다는 아쉬움을 피력했다.

통계청은 생산량조사 결과를 통해 지난해 사과 생산량이 39만4428톤으로 2022년의 56만6041톤보다 30.3% 감소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수확 현장의 작황은 더 안 좋은 것으로 전해진다.

류상용 경남사과발전협의회 회장은 “여러 농가의 수확 현장을 살펴보니 실제 수확량은 2022년 생산량의 절반 수준에 겨우 미칠까 말까 해 상인들도 판매할 물건을 구하는데 애먹고 있다”며 “이마저도 상품의 비중이 적어 생산농가의 피해는 더 크다”고 한탄했다.

더불어 지난달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3년 농가판매 및 구입가격조사’ 결과도 생산비 상승 여파를 잘 보여준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농가 경영비인 농가구입가격지수가 농가 수취 가격 수준을 보여주는 농가판매가격지수보다 높아 2022년에 이어 채산성은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이다.

문경열 제천 덕곡사과작목반 사무국장은 “사과 농사를 지으면 한 해 동안 꽃눈 따기, 열매·이파리 솎기, 전지, 수확 등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게 4~5회가량 된다”며 “전지의 경우는 일당이 20만~25만 원까지 올라 부담이 큰데 이마저도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 본인과 가족들을 쉬지 않고 동원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사과 생산자들은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올 한 해 농사에 집중하며 원활한 생산을 통해 가격 안정화에 이바지해 긍정적인 여론을 이끌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박연순 한국사과연합회 사무국장은 “올해는 특히 기상재해와 병해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철저한 관리로 안정적인 생산에 노력해 지난해 사과 가격 상승은 생산 감소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걸 보여주자는데 많은 생산 농가가 공감하고 있다”며 “농촌진흥청에서도 현재 꽃눈 형성이 잘되는 등 큰 이변만 없다면 올해 사과 농사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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