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자 확보·상품 표준화 ·효율적 거래시스템 개선 필요

연간 거래금액 50억 원 이상의 APC 460개소
판매자로 유치…맞춤형 컨설팅 진행

전국 공영도매시장 시설현대화 연계해
권역별 통합물류 체계 구축…거래 효율성↑

[농수축산신문=이두현 기자]

다음달 9일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개장 100일을 앞둔 지금, 시장 활성화를 위한 농산물 유통 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정부 역시 최근 올해 5000억 원 목표 달성을 위한 추진 방안을 발표하며 사업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지난해 1130일 개장한 온라인도매시장은 유통단계 단축물류비용 절감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바탕으로 농림축산식품부의 전폭적인 지지하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운영하고 있다.

지난 22일 기준 온라인도매시장에 판매자로 등록된 업체는 236, 구매자는 362;개이며 총 거래 금액은 184억 원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청과류75억 원, 양곡 3억 원, 축산 106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축산부류의 계란은 전체 3016건의 거래에서 1293, 거래 금액 104억 원으로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aT는 온라인도매시장의 거래가 꾸준히 상승하며 원활히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수치만 놓고 보면 정부에서 올해 목표로 설정한 거래 금액 5000억 원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먼 상황이다.

이에 온라인도매시장의 개선방안과 정부의 향후 추진 계획 등을 살펴봤다.

 

# 농산물 유통·물류 혁신 기대

농식품부는 기존의 농산물 도매시장은 특정 장소에서 제한된 유통 주체만이 거래에 참여했던 만큼 일정 요건을 갖춘 판매자·구매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도매시장이 경쟁의 한계와 물류 비효율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석준 상명대 교수도 온라인도매시장이 제대로 정착해 일정 규모 이상의 거래를 이어나가면 물류·유통비용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그 결과 출하하는 농업인들의 농업소득이 올라감과 동시에 소비자들이 농산물을 구매하는 소매가격도 10%가량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온라인도매시장이 성공적으로 운영됐을 경우의 효용성을 설명했다.

실제 농식품부는 제주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이 온라인도매시장을 통해 감귤을 오아시스마켓에 판매하고 생산지인 제주에서 오아시스마켓의 성남 물류창고로 직배송해 복잡한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양질의 상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아청과의 경우 제주산 월동무를 위탁받아 미국 수출업체에 판매, 산지에서 수출항인 부산항으로 직배송해 유통비용을 절감했을 뿐만 아니라 수출 상품 거래라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굴했다.

 

# 장기적 관점에서 산적한 과제 해결해야

온라인도매시장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하지만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농산물 유통 관계자들은 온라인도매시장 활성화를 위해 판매자 확보와 상품 표준화, 효율적인 거래시스템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다수의 농산물 유통 관계자들은 기존의 농산물 유통구조가 공고한 만큼 단기적인 성과와 실적에 집착하기보다는 온라인도매시장이 연착륙하고 농산물 유통 선진화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안목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의 한 도매시장법인 관계자는 온라인도매시장에서의 거래는 새로운 거래 대상을 찾는 과정이 필요한데 농산물 생산자와 판매자, 구매자 모두 수년간 거래하던 거래처가 존재하는 만큼 이를 뚫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온라인도매시장의 첫 번째 과제로 판매자 확보가 요구된다. 판매자가 많아져야 온라인도매시장에 등록된 상품이 다양하게 구색을 갖추고 구매자들도 유입돼 거래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정부에서 상품 저장·물류 등 판매자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지원책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으로 판매자를 확보하면 자연스레 구매자도 유입되고 어느 수준 이상의 거래가 진행되다 보면 이후에는 온라인도매시장 스스로 성장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온라인도매시장 개장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온 농산물의 표준규격화 역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지적된다.

직접 상품을 살펴보고 구매 여부와 가격을 결정하는 오프라인 시장과 달리 판매자가 제시하는 정보만으로 상품을 구매해야 하는 온라인 거래 특성상 상품성에 대한 신뢰는 반드시 선행돼야 할 조건이다. 판매정보와 다른 상품을 올리거나 구매자가 기대했던 수준 이하의 상품이 많아지면 거래분쟁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시장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권승구 동국대 교수는 온라인도매시장에 등록된 상품의 등급화·표준화가 제대로 이뤄져야 구매자들이 지속해서 구매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상품 하자 등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하면 특히 상품 품질에 민감한 대형 유통·외식 업체 등 규모 있는 구매자들의 참여를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가락시장 역시 현재 출하자의 70%가량이 연간 거래 금액 1000만 원 정도로 국내 농업인의 절대다수가 영세한 규모이며 출하 조직이 미비한 상태이다. 산지조직화 역시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정부 당국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농산물 도매유통의 중요한 축 중 하나인 중도매인들의 온라인도매시장 참여 역시 아직은 저조한 수준이다. 가락시장 중도매인의 경우 이미 기존 오프라인 거래처가 형성된 상황에서 도리어 품목 구색도 갖춰지지 않고 물량도 부족한 온라인도매시장에 뛰어들어 새로운 투자와 수고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지방도매시장의 중도매인들은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온라인도매시장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

지방도매시장의 한 관계자는 각자 점포가 있지만 너무 비좁아 온라인도매시장에서 물건을 구매해도 보관할 공간이 없고 개설자들 역시 온라인도매시장 거래 물량의 반입 구역을 마련하는 데 미적지근하다지방일수록 도매시장법인과의 관계를 더 신경 써야 하고 상품 판매를 위해 경매장 구역을 사용해야 하는 만큼 온라인도매시장에 뛰어들기에는 환경적인 부분이 무르익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온라인도매시장 내부 시스템 개선에 대한 필요성도 지적된다.

송정환 농업제도정책연구 대표는 오프라인 도매시장에서는 그날 들어오는 물량과 상품 품질 등을 직접 보고 확인해 유통 주체들이 적절한 가격 수준을 각자 판단하고 거래에 임한다아직 온라인도매시장은 이러한 가격 책정을 위한 요소들을 한눈에 조망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보여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온라인도매시장 외연 확대와 물류체계 구축에 방점

정부는 올 한해 온라인도매시장이 농산물 도매유통의 중요한 축으로의 면모를 갖출 수 있도록 유관기관·단체와 협조해 거래 활성화에 전념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온라인도매시장 활성화를 위해 올해 상품 구색이 조기에 갖춰지도록 다양한 이용자 확보 품목 확대, 가입 기준 개선 등 시장 기능 강화 온라인도매시장 거래 정보 기반 통합물류체계 구축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우선 이달 안에 연간 거래 금액 50억 원 이상의 요건을 충족하는 산지농산물유통센터(APC) 460개소를 전부 판매자로 유치해 상품 등록을 독려하고 맞춤형 컨설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중도매인·대형유통업체·가공업체 등 구매자 유형별로 맞춤형 홍보를 개진한다.

더불어 시장의 역할이 확장될 수 있도록 외연 확대에 나선다. 소고기·콩 등으로 취급 품목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스테비아토마토 등 가공식품의 거래도 추진할 방침이다. 또한 판매자 가입기준을 완화하고 구매자 정산 조건을 개선하는 등 진입 장벽을 낮추고 별도 운영 중인 비축농산물 거래시스템(aTBid)을 통합해 거래 효율성 제고에도 힘쓸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전국의 공영도매시장 시설현대화와 연계해 권역별 통합물류 체계를 구축한다. 통합물류 거점을 마련한 이후에는 온라인도매시장의 거래 정보를 바탕으로 공동 배송, 구색맞춤, 소분·소포장, 저장 등 다양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해 온라인 거래의 효율성을 높인다.

이외에도 이용자 편의성 제고와 거래 안정성 강화를 위한 플랫폼 개선 온라인도매시장 후생 효과와 이용자 애로사항, 개선사항 등을 발굴하기 위한 거래 정보·성과 분석 체계 마련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지원반운영으로 매주 점검과 장애요인 발굴·해소 등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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