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복 서울대 농생명과학대학 지역시스템공학 교수(한국축산환경학회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사람 중심의 AI는 인공지능이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안내

나아가 생산성 증대·삶의 질 향상 등 더 이로운 결과 낼 수 있도록 지원

 

타 분야와 마찬가지로 최근에 농업 생산 분야에서는 스마트팜 발전의 핵심기술로써 인공지능(AI) 기술이 자주 언급 되고 있다. 모든 분야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고도화를 위한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최근에 농업인의 지식과 경험에 의존하던 스마트 농업에서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농업으로 전환이 시도되고 있으며 빅데이터에 기반한 AI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관심과 노력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AI가 농업 생산산업에 활용되면 사람의 경험과 지식에 의존하던 관행적 방법이 효율적으로 개선되고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먼 미래에는 완전 자동화되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 이야기하곤 한다.

여기에서 매우 중요한 점은 AI의 가장 근간이 되는 빅데이터들을 관리하고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방향으로 분석·가공하며 생산 현장에서 실제로 이 데이터들을 적용하는 것은 바로 사람이라는 점이다. 즉 AI는 사람의 개입을 통해 양질의 데이터를 공급받아 발전할 수 있으며 사람 또한 인공지능 없이는 한 단계 발전된 문명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생적 관점에서 앞으로 우리가 생각해야 할 중요한 부분은 농축산업에 있어 AI의 발전과 더불어 사람(농업인)과의 관계 정립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에 대한 부분이다.  
 

최근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도 단순 기술 중심의 융합연구에서 사람 중심의 맞춤형 지능융합 연구로 변화하고 있다. ICT 중심의 융합이란, ICT 기술을 통한 재화와 산업의 효율성 향상과 생산성을 강조하며 기술의 산업적 역할과 적용되는 분야 중심의 융합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반면 사람 중심의 지능융합은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은 사람을 위해 활용돼야 한다는 전략이며, 사람을 기술 전략의 중심에 두는 융합을 의미한다. 스마트 농업에 있어서도 지금까지는 ICT 기술 개발의 최종 목적은 같은 직업, 같은 농작업을 수행하는 전체 직업군의 작업환경을 지원하는 접근이었다면, 사람 중심의 지능융합은 사람과 사람, 기계와 사람의 지속적인 상호 정보 교류를 통해 인간 개개인의 개성에 최적화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사람 중심 AI는 최종사용자인 사람의 경험 향상을 최고의 가치를 두고, 사람보다 뛰어난 능력 발휘가 아닌 사람을 도와 주어진 작업을 더 잘 수행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사람과 기계가 이렇게 협력하면 AI가 혼자 고군분투하는 것보다 궁극적으로 인류 발전에 훨씬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 중심의 AI는 인공지능이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사람이 당면한 고충을 해결하는 데 집중함으로써 사람과 인공지능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나아가 생산성 증대, 삶의 질 향상, 그리고 사회 전체를 위해 더 이로운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우리나라의 농산업 분야는 농촌의 고령화와 급격한 인구감소로 인해 타 농업선진국들에 비해 인건비 비중이 매우 높은 것이 현실이다.

또한 오랜 기간 동안 농업인 개개인이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에 따라 현장에서의 생산성이 상이하다. 최근에 기계화·자동화를 뛰어넘어 AI를 통해 누구나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수행하는 모든 AI 연구의 방향성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인공지능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개선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하겠지만 AI 기술을 어떻게 하면 사람과 조화롭게 관계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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