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장밀집지역 소규모 하수처리시설 설치율 25.2%…수산물 위생 '빨간불'
바다로 유입되는 오수에서 노로바이러스 검출
식중독 이슈로 수산물 소비·수출에도 타격
어촌특성에 맞는 제도적 기반 마련
해양수산형 거버넌스 체계 구축 필요

 

소규모 어촌마을에 마을하수도 설치율이 낮아 수산물 위생·안전성이 위협받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의 하수도보급률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패류생산 지정해역이나 수산자원보호구역 등 어장밀집지역의 소규모 하수처리시설 설치율은 전체 어촌마을의 25.2%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바다로 유입되는 오수에는 식중독을 유발하는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되는 등 수산물의 위생·안전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촌마을 하수도 부족에 따른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살펴본다.

# 어촌마을 4개소 중 1개소에만 하수처리시설 보유

수산물 생산이 집중되는 어장밀집지역의 하수도 설치비율은 농어촌지역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통계청 하수도통계에 따르면 국내 하수도보급률은 2012년 91.6%에서 2021년 94.8%로 개선됐고 같은 기간 농어촌지역의 하수도보급률은 62.1%에서 74.4%까지 크게 늘었다. 하수도시설의 보급률이 빠르게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어장이 밀집한 지역의 하수도 보급률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2018년 발간한 ‘어촌의 정주환경실태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남지역에는 5464건의 면허에서 12만172ha의 천해양식어업 면허가 발급됐고 경남지역에서는 2300건의 면허에서 1만1756ha의 면적에 양식어업면허가 발급됐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전남 11개 시·군, 44개 읍·면의 육지 236.068㎢와 수면 1270.937㎢, 경남 7개 시·군 32개 읍면의 육지 114.322㎢와 1091.91㎢의 면적이 수산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있다. 이처럼 전남·경남지역은 양식어장과 수산자원보호구역이 밀집한 지역이지만 이들 지역에 위치한 하수처리시설은 농어촌 하수도보급률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2022년 기준 어장밀집지역의 소규모 하수처리시설 설치율은 경남지역의 경우 어촌마을 774개소 중 마을의 하수처리시설은 247개소로 31.9%였고 전남지역은 어촌마을 1651개소에 365개의 하수처리시설만 있어 22.1%에 그쳤다. 이는 2021년 기존 농어촌 하수도 보급률 74.4%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 식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연간 1조8532억 원

어촌의 마을하수도 문제는 노로바이러스에 따른 식중독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개선이 시급한 과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연간 식중독 발생건수는 2018~2022년 5년간 연평균 333건 가량이었고 연평균 발생 환자수는 5754명이었다. 또한 식중독발생에 따른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손실비용은 연간 1조8532억 원으로 개인비용 1조6418억 원, 기업비용 1958억 원, 정부비용 15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6~2018년 3년간 국내 식중독 발생현황을 근거로 산출한 비용이다.

식중독 발생건수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노로바이러스였다. 식약처에 따르면 2018~2022년 연평균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발생 건수는 245건, 발생 환자수는 4765명으로 전체 식중독 발생 건수의 73.57%, 발생 환자수의 82.81%였다. 또한 노로바이러스 발생 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익히지 않은 어패류의 섭취다. 사실상 식중독 환자의 대부분이 노로바이러스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이는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비용 역시 매우 큰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 수산물 소비에도 직결

어촌의 하수도 문제는 수산물 소비와 수출에도 직결될 수 있어 개선이 시급한 과제다.

노로바이러스는 겨울부터 초봄까지 집중적으로 발견되며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식중독이 발생할때마다 수산물 소비에 악영향을 미쳐왔다. 실제로 2013년 2월에는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중인 수산물 100건을 취합해 모니터링한 결과 4건에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밝히면서 수산물 소비가 급감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어패류에서 기인한 노로바이러스로 식중독이 발생할때마다 일시적으로 수산물 소비가 급감, 어업인들에게 크고 작은 피해를 주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수산물 수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2012년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경남 통영시 일대의 패류수출지정해역 일대 굴 양식장에 인분이 유입됐다고 지적, 굴 수출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 권한도, 역할도 없는 해수부

마을하수도의 설치문제에 있어 해양수산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권한과 대책이 모두 없는 실정이다.

육상에서 기인하는 오염원을 관리하는 공공하수도 정책은 환경부를 중심으로 행정자치부,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해왔다. 하지만 2007년 하수도 정책 일원화를 통해 행정자치부가 추진하던 사업을 농림축산식품부로 이관해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어촌지역의 공공하수도는 환경부가 총괄적으로 주도하고 지자체가 시행하는 구조로 돼 있으나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농어촌 생활환경정비사업도 병행해 추진하고 있다. 농어촌의 하수도 정책에서 해수부는 어떠한 권한과 역할이 없는 상황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하수도 정책으로는 노로바이러스를 제대로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경남지역은 3~4월 기간의 노로바이러스 조사 결과 검출되지는 않았으나 전남지역에서는 모두 검출됐다. 특히 생활하수와 해수온도가 높아지는 6~7월에는 경남과 전남지역에서 하수처리시설 유무와 무관하게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됐고 특히 사람에게 식중독을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 유형이 모두 발견됐다. 특히 마을하수처리시설의 방류수에서도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돼 기존의 하수처리시설로는 노로바이러스를 제대로 제거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어촌 하수도 관리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돼야

어장밀집지역의 위생관리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어촌특성에 맞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하수도 처리시설은 사업의 성과를 위해 인구밀도가 높은 읍·면 지역을 중심으로 우선 설치되고 있다. 이 때문에 어장이 밀집한 지역의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은 농촌과 도시지역에 비해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하수도법과 농어촌정비법, 어촌어항법, 어장관리법 등 관계법령의 개정을 통해 어촌지역 내 취약한 마을하수도 인프라를 확충하고 어장밀집지역 내 위생관리를 사전에 강화해야한다는 것이다.

이 일환으로 농어촌정비법과 어촌어항법을 개정, 어촌지역 마을하수도 설치에 대한 규정과 사업체계를 규정하고 특히 어장밀집지역에 대해서는 우선적인 지원근거를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또한 어장밀집지역 인근의 어촌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은 수산물 위생안전에 대한 개선과 사전 예방적 조치규정을 마련할 필요성도 대두된다. 아울러 어촌마을의 하수도 시설 확충을 위한 거버넌스 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어촌의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은 여전히 취약한 실정인데다 국민들의 식탁에 오르는 수산물을 공급하는 어장밀집지역이 하수도 정책의 우선순위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업인 삶의 질과 수산물 위생·안전성 소관 부처인 해수부가 어촌의 소규모 하수처리시설 확보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보고서에서 “어촌지역의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은 정주환경개선을 통한 어업인의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하지만 어장밀집지역의 안전하고 위생적인 수산물 생산기반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하지만 하수처리시설의 유무와 관계없이 위해요소가 검출됐으며 특히 어장밀집지역으로 바로 유입되는 오수에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어 이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장밀집지역의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은 농촌과 도시지역에 비해서도 부족하며 특히 전남과 경남 등 어장밀집성이 나타나는 패류 생산 지정해역, 수산자원보호구역 등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높은 반면 하수보급률이 현저하게 낮은 지역에서는 하수처리시설의 양적인 확충·정비가 시급하다”며 “어촌특성에 맞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해양수산형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 어촌의 생활인프라 확충과 어장밀집지역의 위생·안전성 제고를 위한 육상과 해역의 협력체계를 이끌어낼 수 있는 관리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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