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시장 역할 재정립·온라인도매시장 도입 등 농산물 유통 디지털 전환 박차

대형 소매유통업체의 확장·온라인 거래 플랫폼 성장
전통적 농산물 도매시장 역할 위축

APC 판매자가입, 전용 상품 개발, 농협온라인거래소 흡수 등 판매자 확대
대형마트·온라인몰·중소형마트·공공급식 등 주 수요자 맞춤형 지원·홍보
온라인도매시장 구매자 유치 계획

[농수축산신문=이두현 기자]

변화하는 농산물 유통 시장의 흐름에 맞춰 정부는 농산물 도매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 그 혁신의 방향성과 성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농산물 유통 시장은 대형 소매유통업체의 확장, 온라인 거래 플랫폼의 성장 등으로 전통적인 농산물 도매시장의 역할이 점차 위축되고 유통구조가 다양화하는 변화가 진행중이다.

이처럼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발맞춰 농산물 도매유통의 선진화를 이루고자 정부는 농업의 미래 성장산업화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삼고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운영, 농산물 거래 정보 디지털화 등 농산물 유통의 디지털 전환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지난 5~6일 충남 부여 롯데리조트에서 농산물 도매시장 발전방안 마련을 위한 관계자 워크숍을 개최하고 정부의 다양한 농산물 유통 혁신 방안을 소개하고 관계자들과 소통·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나온 내용을 중심으로 농산물 도매유통의 현황과 정부의 농산물 유통 개선을 위한 추진 계획 등을 살펴봤다.

 

# 농산물 소비·도매유통

대한민국이 직면한 시급한 문제인 인구감소에 따라 농산물 소비도 줄어들 뿐만 아니라 유통구조의 다양화로 농산물 도매시장의 역할은 계속해서 축소되고 있다.

국내 인구는 20205184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계속해서 감소해 지난해 5156만 명을 기록했다. 더불어 20121.3명이던 가임 여성 1명당 출산율은 지난해 0.72명으로 급격하게 줄며 인구감소 가속화는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인구 구조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1010.8%에서 202217.5%로 늘어났고 1인 가구 비중 역시 201527.2%에서 202133.4%로 증가했다.

이에 대해 김성훈 충남대 교수는 국내 인구 변화에 따라 농산물 유통 시장의 전체 규모가 정체·위축되고 소비패턴이 변화하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됐다고 설명했다.

농산물 도매시장의 약세 역시 수치상으로도 눈에 띈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의 농산물도매시장 온라인-오프라인 발전방향발표에 따르면 농업인의 도매시장으로의 출하 비중은 200383.2%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후 도매시장 출하 비중은 지속해서 감소해 202148.5%를 기록, 소비지 직출하 51.5%에 역전됐다. 산지유통인의 도매시장 출하 비중 역시 200394.7%에서 계속 감소해 202164.9%까지 떨어졌다.

이에 비해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대유행 등의 영향으로 온라인을 통한 농산물 거래는 큰 성장세를 보였다. 통계청의 온라인 쇼핑몰 동향조사에 따르면 2011년 온라인 쇼핑몰의 전체 거래액 29조 원에서 농··수산물 거래액은 8210억 원으로 2.8%를 기록했지만 2022년 잠정치를 보면 전체 거래액 209조 원에서 94610억 원으로 4.5%를 차지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김 연구위원은 농산물 도매시장을 우회해 소비지 대형유통업체 등의 직거래가 확대되는 것은 유통 단계 축소, 물류비용 절감 차원에서 이점은 분명하지만 국내 산지의 교섭력이 취약한 특성상 상품·가격 요구로 농가 수취가·소득이 감소하는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도매시장의 고객인 출하농가와 소매상이 대부분 영세한 규모인 만큼 가격의 투명성을 더욱 높임과 동시에 도매시장 간 도매시장법인의 수평적 결합, 산지와 소비지와의 수직적 결합 등 도매시장의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농산물 유통의 디지털 전환에 박차

이처럼 농산물 도매유통이 약화되는 가운데 정부는 도매시장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유통 구조 개선을 위해 도매시장별 중장기 계획 수립·추진을 지원하는 한편 온라인도매시장·전자송품장 등을 도입하며 농산물 유통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정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2022년 전국의 농산물 공영도매시장의 현황 진단을 마치고 지난해 가이드라인을 제시, 공영도매시장 개설자별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이에 전국 32개 공영도매시장의 중장기 계획이 수립됐으며 올해에는 이에 대한 평가와 함께 추가적인 수정·발전을 위한 컨설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정부는 도매시장별로 설계한 5개년 계획을 바탕으로 정부 차원의 5개년 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모든 준비가 완료되면 타 산업분야와 마찬가지로 농산물 도매시장 부문도 법정 5개년 계획을 수립해 5년 단위로 발전계획을 수립·평가하고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종합적인 중장기 계획이 수립되면 지자체장 변경, 관리 인력의 잦은 순환, 시장 여건 변화 등 다양한 외부 요인에 휩쓸리지 않는 사업 추진 근거가 확보돼 도매시장의 안정적인 발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정부에서 농산물 도매시장 개선·발전을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부분은 유통의 디지털 전환이다.

정부는 기존 농산물 도매시장 상물일치에 따른 비용 증가, 산지에서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을 거쳐 다시 지방으로 분산되는 역물류, 도매시장 내부에 제한된 경쟁 등을 해결하고자 지난해 1130일 온라인도매시장을 개장했다.

정부는 온라인도매시장 개장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전용 상품의 산지에서 소비지 직배송에 따른 비용 절감, 도매법인의 제삼자 판매, 농산물 수출 연계 등 다양한 새롭고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올해 온라인도매시장이 농산물 도매시장으로의 면모를 완벽히 갖추는 것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 상품 구색 갖춤을 위한 이용자 유치 품목 확대 등 시장 기능 강화 도매시장 시설현대화와 연계한 통합물류체계 구축 이용자 편의성 제고를 위한 플랫폼 기능 고도화 거래 정보와 성과 분석 체계 마련 등을 추진한다.

또한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의 판매자 가입 독려, 온라인 전용 상품 개발과 농협온라인거래소의 거래물량을 흡수하는 등 판매자를 확대하고 대형마트·온라인몰, 중소형마트, 공공급식 등 주요 수요자에 대한 맞춤형 지원과 홍보를 통해 구매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이어 정부는 기존 수기로 작성하는 표준송품장을 대체하는 전자송품장 도입에도 박차를 가해 빠르면 2027년까지 전국의 모든 농산물 도매시장에 확산시킬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가락시장에서는 무·배추·양파·깐마늘·팽이버섯·배 등 6개 품목에 대해 전자송품장을 적용했다. 정부는 전자송품장 도입으로 출하자가 실시간으로 출하 물량을 파악해 출하 여부를 결정, 농산물 수급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농업인의 수취 가격 제고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반입 일정 관리와 반입·배송·주차 관제 등을 통한 물류 효율화와 더불어 차량 대기·하차 시간 감소, 기존 종이 송품장의 대체로 탄소배출 저감 등 환경적 부분에서도 긍정적 요인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외에도 현재 가락시장과 대전오정농수산물도매시장, 대구북부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진행 중인 블라인드 경매를 다른 도매시장에도 적용해 경매제의 문제로 지적돼 온 경매사와 중도매인의 유착과 밀어주기 등을 사전에 방지하고 거래 투명성을 높인다. 또한 32개 공영도매시장이 모두 준공연도가 20년이 넘어 현대화사업 대상에 해당할 만큼 노후화가 심각함에도 현대화사업이 완료된 곳은 4곳에 불과하므로 개설자에 대한 밀착 지원·지도로 도매시장 현대화사업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강혜영 농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은 도매시장 스스로 고질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어떠한 강점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갖춰 살아남을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정부에서도 강한 의지로 온라인도매시장을 신설하는 등 새로운 기회를 창출한 만큼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한다고 농산물유통 관계자들의 주체적인 노력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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