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 고작 0.23에 불과
사과시장 개방 시 연평균 6000억 피해 예상

[농수축산신문=이두현 기자]

‘금사과’·‘과일값 쇼크’와 같은 자극적 제목의 언론보도가 쏟아지는 가운데 편향된 여론이 자칫 사과 농가의 생산 기반마저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일 통계청은 ‘2024년 2월 소비자물가동향’을 통해 사과 물가지수가 지난해 동월 대비 71%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사과 수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급기야 정부가 검역 절차상 당장은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이같은 여론몰이가 생산자의 부담을 가중시켜 향후 생산 의지마저 꺾을 수 있는데다 농축수산물이 전체 소비자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데 마치 물가상승의 주범인양 호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 ‘농식품 물가 이슈, 진단과 과제’에서 “2000년 이후 농축수산물이 전체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가중치는 점차 감소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밥상물가에서 농축수산물 원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고 강조했다.

실제 통계청도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를 개편하며 총지수 1000에서 농축수산물이 차지하는 가중치를 83.8에서 75.6으로 낮췄다. 사과의 가중치도 기존 2.6에서 2.3으로 하향 조정했다.

아울러 김 연구위원은 “원재료 등 생산비용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농산물 가격 상승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면 생산자의 소득과 생산 유인이 감소해 향후 농산물 가격 부담이 되려 가중될 수 있다”고 전했다.

상황과 시기 등을 고려하지 않은 통계자료의 단순 비교와 인용이 사과 가격과 관련한 소비자들의 부정확한 판단을 이끈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해 2월은 설 명절이 지나 상대적으로 농산물 가격이 하락세를 보인데 반해 올해는 2월에 설 명절이 있어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와 맞물렸다. 농산물 가격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있었던 만큼 단순 비교에는 무리가 있다.

사과 생산자들은 이처럼 단순 소매가격에만 초점을 맞춘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국과수농협연합회와 한국사과연합회는 지난 12일 성명서를 내고 “사과는 재식 후 수확까지 5년 이상 걸리고 초기 비용이 크게 필요할 뿐만 아니라 최근 인건비와 영농자재비 등 생산비가 크게 올라 2022년 사과 재배 농가의 생산비를 제한 실제 소득은 2234만 원에 불과하다”며 “소위 금사과 타령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농업인의 형편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사과를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호도한다면 국내 농업 생산 기반이 무너질 뿐만 아니라 전국 과수 농가의 거대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며 “미봉책에 불과한 수입에 의존하지 말고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 농산물 수급 안정을 기할 수 있는 농작물 재해보험 제도개선과 재해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철선 과수농협연합회 회장은 “정부 조사에서는 지난해 사과 생산량이 전년 대비 30%가량 줄었다고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50% 이상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지난해 잦은 기상재해로 고생은 고생대로 했지만 정작 내다 팔 물건이 없는 농업인들의 어려움은 생각지 않고 사과 가격이 비싸다고 지적하며 수입을 논하는 것은 농업인이 농사를 포기하게 만드는 행태”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일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농산물 수입 정책을 거세게 비판했다. 최근 정부가 대형유통업체에 수입 과일 할당관세 수입·판매 자격을 부여하는 등 여전히 농산물 수입을 물가 안정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데 대해 항의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국산 과일 가격이 높다고 마구잡이로 수입하는 동안 지난달 기준 수입 오렌지는 10개에 1만7082원으로 지난해 1만5320원에 비해 11.5%나 올랐다”며 “농산물을 수입하고 국산 농산물 가격을 묶어 낮춘다고 해도 소비자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 아니란 걸 잘 알면서도 수입 농산물에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국회입법조사처의 2022년 현안분석 자료에 따르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으로 사과 수입이 허용되면 직간접적인 농업 국내총생산(GDP) 피해액은 연평균 598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국내 연간 사과 생산금액이 1조2000억 원가량임을 고려하면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