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료 품질평가제도 활성화와 조사료 생산기반 확충…수급안정 필요
농협. 조사료 판매부진·과잉생산 해소하고 생산-유통까지 책임

[농수축산신문=안희경·박현렬 기자]

한우 비육우 생산비 중 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9.7%이고 번식우는 50.6%로 생산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처럼 생산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료비가 최근 상승하면서 한우농가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한우농가들은 생산비 절감을 위해 조사료 비중을 늘리고 국산 볏짚 등을 활용해 경영효율 증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조사료 공급량은 2022년 570만7000톤으로 추정되며 이 중 국내산 조사료 생산은 472만7000톤으로 자급률이 82.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체 국내산 조사료의 상당수가 볏짚인 것을 지적하며 초지와 사료작물같은 양질의 조사료 생산이 확대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게다가 미국, 호주 등 조사료 수입 비중이 높은 국가들이 잇따라 관세철폐를 앞두고 있어 조사료 수입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어서 국내산 조사료의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대한민국 조사료 산업의 현황을 짚어보고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농협 축산경제의 조사료 대책도 함께 들여다본다.

# 국내산 조사료 자급률 82.8%, 볏짚이 많아

농식품부에 따르면 국내산 조사료는 2000년 279만3000톤에서 2022년 570만7000톤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기준 국내산 조사료 생산량은 472만7000톤으로 자급률이 82.8%에 달한다. 이 중 양질조사료의 공급량은 15만2000톤이며 동계 사료작물은 84만 톤, 하계 사료작물은 53만2000톤을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볏짚 공급량은 320만3000톤으로 국내 조사료 공급량의 55.3%를 차지해 절반이 넘는 국내산 조사료가 볏짚 형태다. 

수입조사료는 쿼터 운영에 따라 국내 조사료 공급량의 20% 이내로 2022년 기준 127만7000톤이 공급됐다. 수입조사료의 품목을 보면 톨페스큐가 21.7%로 가장 많고 알팔파 19.0%, 연맥 17.7 %, 티모시 15.7%, 라이그라스 12.4% 등이다. 이외 품종들은 5% 이내로 수입되고 있으며 가장 많이 수입되는 국가는 미국으로 전체 수입량의 71.8%를 차지하며 다음으로 호주가 18.5%로 두 나라가 전체 조사료 수입 물량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쿼터에서 제외된 혼합건초도 33만2871톤이 공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 수입 조사료 선호도 높아

국내 조사료 시장의 특징을 살펴보면 국산은 사일리지, 수입은 건초 형태로 유통되고 있다. 이모작 때문에 수확기가 짧고 심지어 비도 많이 내리는 시기에 수확을 하면서 국내산 조사료는 곤포 사일리지, 즉 섬유질 발효사료 형태로 유통된다. 자연건조가 가능한 수입산은 대부분 건초로 유통된다. 원형 곤포 사일리지가 롤당 400kg 내외인 것을 고려하면 사각 베일로당 25kg 내외인 수입 건초가 이동과 유통에 용이한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발효제품인 국내산 조사료는 산소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봉 후 4일 이내 급여가 완료돼야 하지만 건초는 변질 문제없이 장기간 보관이 가능해 수입 건초가 유통, 보관에 용이한 편이다.

이러한 이유 말고도 양축가들이 수입 조사료를 선호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국내산 조사료가 수입산보다 월등히 가격 경쟁력을 갖췄음에도 수분함량, 이물질 등 품질 경쟁력에서의 만족도는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사료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사료가 원유의 품질과 직결되는 낙농가들은 대부분 수입산 건초를 쓴다”며 “국내산 조사료의 자급률이 올라간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 볏짚으로 향후 관세가 철폐되면 수입산 조사료의 공급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국내산 조사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양질의 조사료를 공급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수입 조사료 쿼터 풀리면 공급량 늘어

문제는 이같이 수입조사료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상황에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수입개방 절차에 따라 조사료 수입할당이 줄줄이 폐지를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캐나다를 시작으로 미국이 2026년, 호주가 2028년 차례로 폐지를 앞두고 있어 국내 조사료 시장이 수입산으로 대체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격 측면에서는 국내산 양질 조사료가 수입조사료에 비해 월등히 싸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은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국내 양질조사료의 평균 가격은 원물 기준 kg당 167원이고 건물은 306원인데 비해 수입 조사료는 원물 629원, 건물 662원이어서 국내산이 원물은 3.8배, 건물은 2.2배 싼 편이다. 

때문에 수입조사료의 공급량이 늘어나기 전에 국내산 조사료의 품질을 높이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동명 한우자조금 조사연구팀장은 “수입조사료 쿼터 폐지 대비를 위해 새만금 지구 간척농지의 일시 사용을 중장기 임대로 전환해 양질의 조사료를 생산하는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며 “조사료 품질평가제도를 보다 활성화시켜 국내산 조사료는 물론 수입조사료에 대한 품질평가도 이뤄져 조사료와 관련해 제대로 된 정보가 농가에 공급돼야 한다”고 말했다.

# 지역별 편차 줄이는 정책도 필요해

지역별로는 우리나라에서 조사료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지역이 전남도로 전체 생산량의 41.1%를 차지한다. 다음으로 전북도가 22.1%, 충남도가 9.5% 순으로 호남과 충청권에서 생산하는 조사료 양이 94만 톤에 달해 우리나라 조사료 생산량의 72.7%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조사료 최대 수요자인 한우 농가는 경북도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 조사료 수급에 있어 이동 등의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2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으로 조사료 수입량이 줄면서 국산 볏짚의 가격이 폭등했을 때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의 볏짚 가격으로 강원도와 경상도 한우농가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당시 가격이 오르면서 롤당 8만 원에 거래됐던 볏짚은 강원도 일부지역에서는 13만 원까지 올라 제대로 된 조사료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쏟아졌었다.

때문에 전략작물직불금제도의 보완으로 전남도와 충남 이외의 지역은 특구로 지정해 논을 밭으로 전환, 조사료 생산기반을 확충해 지역에 조사료 수급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우자조금의 ‘한우 조사료 생산기반 확충 및 수급 안정화 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김종덕 연암대 스마트축산학과 교수는 “전략작물직불금제도를 일부 보완해 지역특구를 지정해 논을 밭으로 전환하면 국내 조사료 유통비 170억 원을 줄일 수 있다”며 “수입조사료 대체로 인한 외화 절감은 물론 국내 한우농가의 생산비 감소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조사료 사업 설명회 모습.
조사료 사업 설명회 모습.

# 농협 축산경제, 정부 정책 맞춰 조사료 사업 추진

이 같은 조사료 대책의 현장 요구가 높아지면서 농식품부와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는 지난해 전략작물직불제 추가 시행에 맞춰 논 하계조사료 사업 지원 방안을 수립·시행에 들어갔다.

지난해 1월 18일 사업설명 화상회의를 시작으로 1분기에 논 하계조사료 유통소비 회의, 사업 홍보와 의견 수렴, 사업 활성화 회의, 조사료 생산·소비·유통 참여 독려, 타깃 축협 일대일 사업지원 방안 설명회 등을 진행했다.

2분기에는 재배면적 확대를 위한 현장경영, 관내 축협 현장 간담회, 지역별 참여 확대 추진 회의, 정부·지자체·농협 합동 논 하계조사료 참여 독려와 관련 업무협의 등을 진행했다.

체계적 사업 운영을 위한 지역별 사업 주관 축협을 발굴하고 축협 중심의 조사료 유통도 주도했다. 지난해 하계조사료 전체 재배면적은 5300ha이며 축협은 이 중 777ha를 재배했다. 조사료 유통량은 1만4000톤을 달성했다.

하계조사료 수확시연회 모습.
하계조사료 수확시연회 모습.

지난해 10월에는 논 하계조사료 재배기술 설명과 수확 시연으로 하계조사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한편 국내산 조사료 생산·유통·활용을 촉진하고 수급안정을 도모하고자 전북 김제에서 논 하계조사료 수확시연회도 진행했다. 
  

# 생산~유통까지 책임지는 역할 강화

올해 농협경제지주 내 새롭게 구성된 축산사료자재부는 논 하계조사료 사업 활성화를 바탕으로 고품질 조사료의 연중 공급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사업 참여 축협과 대량 유통·소비처 간 사전 약정 체결 지원과 독려, 옥수수·수단 조기 수입, 총체벼 확보로 종자 공급 확대, 정부-지자체-축협 합동 현장 기술지원단 운영으로 신규 참여 농가 기술지원 등 생산부터 유통까지 농협이 책임진다는 방침이다.

이를 바탕으로 축협 생산면적을 지난해보다 423ha 증가한 1200ha로 책정했으며 국내산 조사료 생산 저변 확대를 위한 지원도 강화할 방침이다. 신규 기계장비 구매 지원 예산을 5억 원으로 책정했으며 정부와 연계한 조사료 종자 공급량을 지난해 5500톤에서 올해 5650톤으로 늘릴 계획이다.

하천부지 들풀 조사료 자원 활용 활성화도 도모한다. 하천부지 들풀 수거 참여 축협과 면적을 지난해 18개 축협, 1500ha에서 올해 20개 축협, 1650ha까지 늘리고자 관련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최치영 축산사료자재부 조사료팀장은 “농가들이 현재 지원되는 전략작물직불금인 ha당 430만 원보다 200만 원 이상의 추가지원을 요구함에 따라 정부 정책지원이 확대될 수 있도록 건의할 예정”이라며 “조사료 사업 관련 온라인 설명회와 실무협의회 상설 운영, 농가·마을·생산자 단체별 홍보를 통해 조사료 재배면적을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NH축산자재몰을 통한 온라인 유통도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해 온라인을 통해 볏짚 6만7000톤을 공급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3만3000톤 증가한 10만 톤 취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 예산을 활용해 조사료 구매·각종 정보 조회가 가능한 전문 플랫폼도 내년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올해 농협 완전혼합사료(TMR) 공장의 원가절감을 위한 공동구매 목표 취급액을 1130억 원으로 잡고 공동구매 참여 축협을 지난해 51개소에서 올해 55개소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TMR공장 권역별 실무협의회 신설·운영으로 신규 사업 아이디어도 발굴할 예정이다.
  
 

# 조사료 유통 사업 역점 추진

축산사료자재부는 조사료가 축산물 생산비 절감과 품질 경쟁력을 높이고 경축 순환을 통한 지속가능한 친환경 축산 구축의 원동력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올해 조사료 유통사업의 슬로건을 ‘조사료가 답이다’로 잡았다.

올해 국내산 조사료 유통 목표량은 볏짚 10만 톤, 동·하계 조사료 각각 5만 톤 등 20만 톤으로 잡았으며 수입산 조사료는 10만 톤을 유통할 계획이다.

장승수 조사료유통팀장은 “현재 국내산 조사료는 지역적 수급 불균형과 유통비 과다로 생산지 가격은 낮은 반면 농가 구입 가격은 높은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며 “농협이 조사료 유통시장을 주도하는 해결사로 나서 조사료의 판매부진·과잉물량을 해소하고 수급·가격 안정에 기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축산사료자재부는 이를 위해 축산자재몰을 활용한 유통물량 확대, 지역본부 중심의 현장 유통 마케팅 역량 강화, 정책사업과 연계한 조사료 유통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수입 개방에 대응한 조사료 사업체계를 신속하게 전환하고 온라인 플랫폼 구축을 바탕으로 정보 공유·유통 활성화를 도모할 방침이다.

특히 축산자재몰의 유통 품목을 볏짚 동·하계 조사료, 수입산 조사료, 연관 사업 제품 등으로 다양화하는 한편 지역본부의 전담직원 육성, 평가 시스템 개선으로 유통목표 달성을 꾀할 예정이다. 조사료 이용촉진사업, 전략작물직불제 등을 활용한 관외 유통물량도 확대할 계획이다.

조사료의 품질관리를 위해 등급·생산표시제도 의무화할 방침이다. 수분, 무게, 압력 등 품목별 유통 표준규격 기준을 정립하고 조사료 유통물량은 검사기관의 분석 의뢰·등급 판정 후 유통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포장 단위별 생산 실명제 스티커 부착과 품질등급 등도 표시할 방침이다. 

장 팀장은 “조사료의 생산·유통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클레임을 방지하고자 표준 계약서를 활용한 손해배상 등 분쟁 해결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라며 “품목별 공급·구매 표준계약서 내 필수 항목 등을 명시함으로써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 [인터뷰] 김태연 농협경제지주 축산사료자재부장 

-현장중심의 조사료 수급·유통체계 확립

“농협은 지난해 전략작물직불제 시행에 따라 조사료의 자급률을 높이고자 다양한 활동을 펼쳤습니다. 올해는 조사료팀의 목표인 ‘조사료 자급률 제고 및 수급 안정화’, 조사료유통팀의 ‘조사료가 답이다’라는 슬로건에 맞춰 보다 체계적이고 현장 중심의 조사료 수급·유통체계를 확립할 방침입니다.”

김태연 농협경제지주 축산사료자재부장은 조사료 사업 확대를 위해 들녘경영체 등의 농가 경영체, 지역축협 대상 설명회를 진행함으로써 생산을 독려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전략작물직불금 ha당 430만 원 외에 농협을 통해 생산에 참여하는 지역축협 등에는 ha당 100만 원이 추가 지원됐다.

“현장에서는 기존에 쌀 재배를 포기하고 국내산 조사료를 재배하려면 적어도 쌀 생산 소득만큼의 직불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개진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올해 전략작불직불금 지원 금액은 지난해와 동일한 ha당 430만 원입니다. 다행히 각 지자체에서 50만~100만 원 정도의 추가지원 계획을 밝힌 상황입니다. 농협은 생산에 참여했던 축협에 지원했던 재원을 올해 조사료 유통 부분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지역적 수급 불균형과 유통비 과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함입니다.”

김 부장은 현재 국내산 조사료 뿐만 아니라 수입조사료의 경우도 유통질서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다고 말한다. 조사료의 품질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을뿐더러 유통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클레임 문제도 제대로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유통 품질 고급화를 위한 등급·생산표시제 의무화와 클레임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표준 계약서 등에 하자보증제도 관련 내용을 명시함으로써 분쟁을 사전에 차단할 계획”이라며 “유통질서를 제대로 잡기 위해 작물별 수확기, 품질규격, 전국 평균가격, 수입 가격 등의 최신 정보는 축산자재몰을 통해 공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조사료 가격이 높지 않아 하천부지 들풀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지만 향후 조사료 재배 문제 발생에 따른 가격 상승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천부지 들풀 조사료자원 활용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김 부장은 “농기계은행사업과 연계한 장비 지원 예산을 별도로 책정하고 하천부지 점용 허가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하천부지 들풀 조사료에 대한 지원도 꾸준히 할 계획”이라며 “농협은 올해도 조사료 재배 확대를 도모하고 필요한 곳에 제대로 유통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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