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동 부경대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이윤 관점서 어업 현실은 역풍

가격(P)·생산량(Q)·비용(C)에 대한

냉철한 진단과 해결책 마련이

미래 어업의 경쟁력 좌우할 것

경제학원론 교과서에서는 기업의 이윤을 상품 가격(P:Price)과 생산된 물량(Q:Quantity)을 곱한 수입에서 투입된 비용(C:Cost)을 뺀 값으로 정의한다. 즉 =(P×Q)-C다. 이는 하나의 기업에만 적용되는 공식이 아니라 100개, 1000개, 나아가 같은 산업에 존재하는 모든 기업을 포함한 산업 전체의 이윤 개념으로 볼 수도 있다. 보통 산업 경쟁력을 진단할 때, 시장점유율뿐만 아니라 생산성, 수익성, 성장성을 나타내는 다양한 지표를 고려한다. 그러나 가격, 생산량, 비용에 의해 결정되는 이윤의 크기, 즉 이윤율이 경쟁력을 규정하는 핵심 요인임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이윤은 영업잉여로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러면 이윤의 관점에서 어업 현실을 진단해 보면 어떨까?

첫째 가격(P)이다. 생산자 수취가격은 어가소득의 원천이다. 어업인이 수산물을 팔 때 생산비에 적정 이윤까지 보장받아야 안정적인 어업경영이 가능하다. 지난 20여 년 동안 수산물 가격은 어땠을까? 물론 오징어와 같이 어획량이 급감해 가격이 폭발적으로 오른 수산물도 있다. 그러나 생산자물가지수(2015년=100)로 비교해보면 수산물을 대표하는 신선어류는 2000년 104.3에서 2023년 137.5로 연평균 1.2%씩 올랐다. 같은 기간 농산물은 3.6%, 축산물은 2.8% 올랐다. 국민생선 고등어와 광어는 생산자 수취가격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물가 변동을 반영한 고등어 1kg 산지가격은 2000년 1301원에서 2023년 1340원으로 차이가 없으며 광어 1kg 가격은 2000년 1만7174원에서 2023년 1만3412원으로 오히려 크게 하락했다.

둘째 생산량(Q)이다. 최근 수산물 총생산량은 360만~380만 톤에서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나 이는 해면양식업 해조류 생산 증대에 따른 착시현상이다. 2016년 연근해어업 생산량이 100만 톤 아래로 떨어진 후 지금까지 생산량은 90만 톤 수준에서 회복되지 않고 있다. 2000년 국내 어업 생산량의 47%를 차지했던 연근해어업은 지난해 26%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원양어업도 어획 부진, 국제규범 강화, 입어료 상승이라는 삼중고를 겪으며 생산량이 감소 추세다. 연근해어업과 원양어업의 빈자리를 해면양식업이 채우고 있으나 생산물 구성을 보면 77%가 해조류이고 어류 생산은 고작 8만 톤으로 4%가 되지 않는다.

셋째 비용(C)이다. 통계청 어가경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어업경영비는 상당히 가파르게 올랐다. 어로어가는 6.2%, 양식어가는 무려 12.0%씩 매년 상승해 왔다. 어업소득이 비교적 완만하게 오른 것과 비교하면 경영비 상승은 어가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음이 분명하다. 같은 기간 농업경영비가 매년 3.5% 오른 것과 비교하면, 어업경영비 상승을 불가항력적이고 외생적인 요인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심각성이 너무 크다.

최근 어업이 직면한 현실이 이러하다. 이윤을 구성하는 가격, 생산량, 비용 어느 것 하나 순풍은 고사하고 역풍에 직면해 있다. 지금 우리 수산업계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마주하고 있다. 수산물은 어업인의 수고, 생산 가치에 합당한 만큼 제값을 받고 있는가? 수산물 생산은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가? 어업생산에 투입되는 경영비는 과도하지 않은가? 그래서 어업인들은 과연 적정한 이윤을 보장받고 있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냉철한 진단과 해결책 마련이 미래 어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농업계에서는 농업경영 위험에 대한 진단, 농축산물 가격 안정제도, 에너지, 비료, 사료 등 필수 농자재 지원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수산업은 소득, 경영 안정과 관련된 논의가 상대적으로 적고 목소리도 크지 않은 것 같아서 아쉬움이 크다. 앞으로 수산물 가격은 가치에 합당한 만큼 끌어올리고 어업 생산량은 늘리며 경영비는 안정화해 어업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대책 마련에 수산업계가 지혜를 모아 보자. 미래 어업의 경쟁력, 파이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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