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무인도 병정섬8명의 남녀가 각각의 사연으로 초대를 받는다. 그들을 맞이한 건 하인 부부였고 하인 부부를 포함한 10명 모두 초대한 사람이 누군지 몰랐다. 몰아친 태풍으로 누구도 섬을 떠날 수 없는 가운데 이들 10명은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의심하면서 한 명씩 죽어갔다. 결국 마지막 한 사람까지 죽음을 맞이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 이야기는 추리소설의 여왕으로 불리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줄거리다.

3월 들어 어선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이달 들어 어선사고로 21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이는 지난 19일 기준으로 앞으로 어떤 사고가 발생할지 모른다. 이 가운데 지난 1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상시근로자 5인 이상까지 확대 시행됐다. 앞서 언급한 사건은 모두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이 가능한 사건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중대재해를 저감하기 위해 충분히 노력했을까?

중대재해예방에 있어 정부와 수협, 어업인 모두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어선은 선복량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과 선원법으로 선원의 안전과 보건을 규율받도록 하고 있으나 현실은 어선원의 안전·보건을 사실상 방치했다. 사고에 직접 노출되는 어선원들 대신 어선주와 선장이 안전 교육을 받고 위험한 환경에서 작업을 하는 선원들은 육상의 시장에서나 착용할 장화에 붉은색 코팅이 된 목장갑으로 손과 발을 보호한다. 사람이 가장 흔한 자원이었던 과거의 대한민국에서 단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한 수준이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달 28일부터 돌아오는 연어톡을 주제로 어촌현장을 찾아 연안·어촌의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소멸위기의 어촌을 활력있는 어촌으로 만들기 위한 대책을 현장에서 찾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하루가 멀다하고 사람이 죽어나가는 산업에 청년들을 밀어 넣는 것이 활력있는 어촌을 만드는 대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중대재해예방의 문제에서 수산업계와 정부는 모두 가해자다. 안전에 드는 비용을 아끼면서 수산업의 안전재해는 어쩔 수 없다는 어업인, 조합원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안전문제를 등한시한 수협, 매년 100여 명이 사망하는 위험한 산업에 사례조사는커녕 통계조차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정부. 이들은 서로 협력하고 경계하고 의심하면서 안전을 등한시해왔다. 이처럼 앞으로도 안전문제를 방치한다면 수산업계는 결국 하나의 결말을 향해 달려가게 될 것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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