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태웅 경상국립대학교 전임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블루오션 찾는 데 따르는 위험요소 비용 최소화하면서 차별화 통해

레드 오션 벗어나 새로운 전략인 퍼플오션이라는 접근 필요

우리 농업도 신제품을 개발해 그 넓은 세상에서 마음껏 뜻을 펼칠 수 있는 시장인, 고기도 많이 잡힐 수 있는 넓고 깊은 푸른 바다를 의미하는 블루오션(무경쟁시장)을 꿈꿔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새로운 의미의 퍼플오션(Purple Ocean)이 주목받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과 블루오션을 조합한 말이다. 기존의 레드오션에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가치의 시장을 만드는 경영전략을 퍼플오션 전략이라고 한다. 
 

농업은 대표적인 레드오션이다. 오랜 전통산업으로서 포화상태의 치열한 경쟁을 해왔다. 시장구조도 생산자가 많고 소비자도 많은 완전경쟁시장에 가깝다. 생산과정에서도 여러 가지 요소가 결합해 있다. 종자는 유전학과 토양학 등의 생명과학의 결합체이고 재배의 과정인 파종하고 관개(灌漑)하고 영양분을 공급하는 시비(施肥)는 화학과 물리학 등이 결합해 있다. 또한 수확하고 건조하며 저장하는 과정, 나아가 소비시장을 분석하는 데에도 더욱더 다양한 정보와 지식이 필요로 한다.

이러한 산업구조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고수익을 올릴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블루오션 전략을 쓰는 것이 필요하지만 블루오션을 개척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블루오션을 찾는 데 따르는 위험 요소와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차별화 또는 새로운 변화를 통해 레드오션을 벗어나는 새로운 전략인 퍼플오션이라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이 퍼플오션은 다양한 소비자 요구의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새로운 서비스·판매 방식을 적용하거나(예: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구독 서비스 가능 상품개발; 월 5만 원 구독하는 소비자 500명 확보 때 연 3억 원 매출 가능), 고되고 힘든 것은 기계를 적극 활용하고 감(感)과 경험(經驗)에 의존한 경영방식을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발상을 전환하면 만들 수 있다.
 

퍼플오션의 대표적인 예로, 하나의 소재(콘텐츠)로 다양한 파생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One Source Multi Use: OSMU)이다. OSMU란 인기 있는 소설 또는 만화를 근간으로 애니메이션·영화·드라마·뮤지컬을 제작하거나, 캐릭터 개발을 통해 완구류·과자·음료·의류·유아용품 등이 제품에 활용함으로써 시장을 확장,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다.
 

농업도 식량 생산 중심의 전통농업에서 농산물 가공, 농업 신기술과 첨단과학기술과의 융복합, 치유농업, 전통문화와 관광산업과의 연계해 농업의 외연이 확대되면서 이를 기반으로 한 창업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젠 농산물도 하나의 식품의 원료로 다양한 파생상품을 만들 수가 있다. 하나의 식재료를 넘어 기능성 식품, 생산과정의 게임 소재와 구독 상품화, 조리 과정의 이벤트, 지역사랑 상품, 3D 제품화, 고서와 약재의 융합, 치유 산업 더 나아가 소재산업으로서 탈바꿈 등도 가능하다. 
 

복잡하고 너무 많은 부분이 결합해 수량이나 품질 구성요소를 제대로 알 수 없었던 전통농업은 감과 경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농업은 이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우리는 감과 경험이 풍부하여 고품질의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농업인을 명인(名人) 또는 마이스트로 지명해 이들의 노하우를 확산하고자 교육 및 컨설턴트로 활용해 왔다. 이젠 이들의 노하우를 데이터화하고 딥러닝의 인공지능 기술과 연계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이미 선진국에 비해 너무 늦지 않았나 걱정도 된다. 그러나 차분히 시작해야 한다.  실질적인 성과를 나타내려면 청년농업인을 중심으로 이를 추진할 대상을 선정하고 이들에 대한 지원체계를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여기에 참여한 대상자들도 자신이 뛰어든 영역에서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야 제대로 된 혁신을 꾀할 수 있으며,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가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필요한 생산, 유통, 소비데이터를 정비하고 이를 더 쉽게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하루빨리 생산단계에서는 데이터를 센스로 자동 수집하도록 해야 하고, 유통단계에서도 표준바코드를 적극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아직도 도매시장별로 다른 바코드(가락시장은 17자리, 농협 하나로 자체 코드, 기타는 독자 코드)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면 유통단계의 문제를 제대로 진단 할 수도 없고, 생산과 소비데이터와도 연계할 수 없다. 소비데이터도 건강보험관리공단의 건강정보와 연계하거나 카드사 소비 정보와 연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소비와 유통, 생산의 상관관계를 제대로 분석해야 새로운 혁신적 전략추진이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성과가 토대가 돼 농업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면 농업은 퍼플오션으로 빠르게 전환될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경제적 환경에서 농업 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는 창출될 것이고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농업은 인정받을 것이다. 농업이 퍼플오션이 되면 농촌소멸의 문제도 식량안보의 문제도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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