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두현 기자]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의 점진적 주5일제 도입을 둘러싼 산지 생산자와 도매시장 유통인 간의 의견 차이가 명확해 합의에 이르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소통이 요구된다.

지난 18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서 열린 가락시장 개장일 탄력적 운영 계획에 따른 간담회에는 서울시공사와 농협 품목별전국협의회, 가락시장 중도매인·하역노조 관계자들이 참석해 가락시장 개장일 감축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다.

서울시공사의 개장일 탄력적 운영일환으로 진행된 시범 휴업이 종료됐지만 가락시장에 주 5일제가 도입될 수 있다는 신호를 준 만큼 이날 산지 생산자 측과 도매시장 유통인은 각자의 의견을 밝히며 첨예하게 대립했다.

가락시장 개장일 감축에 대한 양측의 의견을 살펴봤다.

 

# 농업인 피해 자명해,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생산자들은 개장일을 감축하기 위한 산지와 시장 여건이 조성되지 않아 출하자의 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며 이에 대한 대응책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의회장들은 우선 가락시장이 농산물 유통의 큰 축인 만큼 개장일 감축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파급력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정재영 전국상추생산자협의회장은 상추 같은 품목은 저장성이 나빠 매일 출하하지 못하면 상품성이 떨어지고 이에 제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농업인은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이렇게 대한민국 농업 전체가 피폐화되면 그 피해는 결국 서울시민과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떠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신정호 한국풋고추생산자협의회장 역시 가락시장의 파급력이 큰 만큼 가락시장에서 주 5일제를 시행하면 지방 도매시장도 당장 따라 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소비자가 신선한 농산물을 공급받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밝혔다.

도매시장 근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추가적인 비용을 투입하고 현재의 구조 아래서 다양한 운영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차홍석 한국오이생산자협의회장은 주간 경매를 진행해 야간 근무를 줄이고 실제 근무지의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을 통해 근로 여건을 개선해야지 경매 일수를 줄이는 것은 탁상행정에 불과하다서울시 차원에서 예산을 투입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성주 한국고추산업연합회장은 고추와 오이·가지·토마토 등 성수기에는 매일 출하해야만 하는 품목들이 있는 만큼 성출하기에는 지금과 같이 경매하다가 농한기 때는 중도매인을 반씩 나눠 돌아가며 쉬게끔 하는 등의 탄력적 운영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향후 개장일 감축 논의를 위해서는 산지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재호 한국토마토생산자협의회장은 농산물 도매시장 주 5일제 도입 사례로 일본을 얘기하지만 일본은 이미 20년 전부터 정가수의매매가 정착됐고 우리는 이제야 10% 내외가 이뤄지고 있다향후 관련 용역에서 다양한 입장의 전문가를 포함하고 산지를 직접 방문해 눈으로 보고 의견을 반영한 연구를 기반으로 결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도매시장 발전 위해 개장일 감축 필요해

반면 유통인들은 도매시장의 위기 역시 심각한 수준이므로 시범사업이라도 먼저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농산물 도매시장의 고령화가 이미 심각한 수준이며 젊은 층이 유입되지 않으면 시장이 경쟁력을 잃고 이는 출하자의 피해로 연결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임춘진 대아청과 중도매인 조합장은 현재 206명의 대아청과 소속 중도매인 중 60대 이상이 132명으로 65%에 달한다고령의 중도매인은 온라인 거래 활용 능력도 떨어지고 적극적인 영업을 이어가기도 힘에 부친 만큼 결국 도매시장에 출하되는 농산물의 시세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한정 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 서울지회장은 세상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지금 도매시장도 시대에 맞춰 변화해야 발전할 수 있다시범 운영을 해보자는 것이지 완전히 주 5일제를 계속하겠다는 것이 아닌 만큼 농업인과 유통인이 상상하기 위해 개장일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보자고 요청했다.

한편 농산물 도매유통의 주축인 도매시장법인이 개장일 감축 문제와 관련해 강 건너 불구경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해덕 서울경기항운노동조합 위원장은 농산물 유통의 근본적인 부분에서 도매시장법인이 역할을 하는 데 중요한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 오지도 않았다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정가수의매매를 확대하는 등의 방법이 있음에도 도매시장법인이 시범 휴업 기간 무엇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가락시장 개장일 감축을 둘러싼 여러 의견에 대해 문영표 서울시공사 사장은 개장일 감축은 그냥 밀어붙일 수도 없고 최소 4~5년은 걸릴 것으로 중간에서 조율하고 맞춰가는 것이 서울시공사의 역할이라면서도 시범사업마저 못 하게 한다면 단언컨대 5년 후 가락시장은 현재의 모습과 기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개장일 감축이 필요함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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