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식량안보·소득안정 해법 담긴 공약으로
지속가능성 담보해야

농업·농촌 위기 해결할
힘 있는 공약 부재
눈에 띄는 참신한 공약도 없어

기후위기로 인한 농산물 수급 불안정 문제
농산물 유통 문제 개선 방안 담은
농정공약 필요

[농수축산신문=이한태·이문예 기자]

 

410일 총선이 불과 1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주요 정당의 선거전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정책보다는 정당별 이미지에 따른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급급한 모양새여서 정책선거에 대한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특히 농정공약은 정당별 특색을 찾기 어렵고 정부 정책의 재탕이나 확대 수준에 그쳐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정당별 농정공약과 농업인단체의 반응을 살펴봤다.

 

# 정당별 주요 농정공약

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0대 공약 중 농정공약으로 민생, 기후위기 대처·재생에너지 전환, 균형발전 등을 내세우며 이에 대한 이행방법으로 농산물 가격안정제 도입과 먹거리 기본법 제정, 친환경 유기농업 확대, 소멸지역 농어촌주민수당 등을 제시했다.

농산물 가격안정제 도입을 통해 농산물 가격 급등락 시에도 소비자와 생산자를 보호하고 이상기후에 따른 국가책임을 확대하겠다는 약속으로 민주당이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정책이다. 이밖에 먹거리 기본법 제정과 먹거리 돌봄체계 구축, 천 원의 아침밥 확대, 친환경유기농업 비중 확대와 친환경직불제 인상, 계약재배 물량 확대, 식량주권특별법 제정을 통한 식량자급률 확대, 필수 농자재 국가지원제도 도입, 임산부 친환경농산물꾸러미·초등학생 과일간식사업 복원·확대 등을 농정공약으로 발표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에는 농정공약이 소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책공약집을 통해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제도 확대, 농막 대체를 위한 (가칭)농촌체험주택 제도 도입, 수확기 평균 산지 쌀값(정곡 80kg) 20~21만 원, 농업 재배복구비 상향 추진, 무기질 비료가격 인상분 전액지원 추진, 수입보장보험 시범사업 확대, 천원의 아침밥 정부지원단가 인상, 스마트축사 보급 확대 등을 약속했다.

민주당 주도의 범야권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민주당의 주요 농정공약과 궤를 같이 하며 재생에너지 공동투자 확대, 발전이익공유제, 방사성 오염수 노출 수산물 수입금지·수입 농수산 가공식품 원료 원산지 표시 법안 제정, 쌀과 주요 농산물 가격안정제 도입, 농산물 생산비 안정제 도입, 농어촌 기본소득 지급, 농림분야 예산 확대, 식량자급 확대 등을 10대 공약에 포함시켰다.

녹색정의당은 국가가 책임지는 농어업 먹거리, 동물권 보장 등을 강조하며 기후생태직불금, 농어민기본소득, 식량자급률 60% 달성, 친환경 공공급식 확대, 직거래 공공도매시장, 농업예산 비율 6%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한국농어민당은 농어업인 소득안정, 식량주권 사수, 재해 걱정없는 농산어촌 등을 비롯해 농어업인의 행복한 삶, 쾌적한 농산어촌, 청년농어업인, 국민 밥상 안전 등 10가지 농업관련 정책을 약속했다. 이를 위해 공익형직불제 전면 개편, 국가 식량자급률 60% 유지, 농업진흥지역 90%로 확대, 무역이득공유제 신설, 저율관세할당(TRQ) 농축수산물 수입 시 농어업인 동의제 도입, 농어업재해보상법 제정, 농어촌지역 난개발 금지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민의힘 비례대표 위성정당 국민의미래와 조국 대표가 이끄는 조국혁신당,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 이낙연·김종민 공동대표의 새로운미래, 진보당은 농업 관련 분야로 분류된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다.

 

# 농업·농촌 위기의 근본적 해결책 담은 공약은 부재

이처럼 총선을 앞두고 정당별로 농정공약을 내세우고 있지만 농업인 단체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농업·농촌 위기의 근원에 접근해 문제를 해결할 힘 있는 공약들이 부재하고 그렇다고 눈에 띄는 참신한 공약도 없어 구색맞추기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하원오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 상임대표(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는 제시된 농정공약들을 어떻게 실현해 나갈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의지 결여를 지적했다.

하 대표는 아무리 좋은 법도 해야 한다고 명시하지 않으면 실행이 불명확해지는 마당에 좋은 정책들을 쏟아낸다 한들 강력한 의지가 없다면 아무 의미도 없게 된다수입 농산물을 들여와 물가를 잡겠다는 정부나, 여기에 대해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는 정당이나 우리 농업인이 무슨 기대를 하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최근의 유럽연합(EU) 농가들의 트랙터 시위를 국민 80% 이상이 지지하고 있는 현상과 우리의 농업을 비교했다.

하 대표는 “EU 국민들이 농가 시위를 그토록 지지하는 데는 식량안보와 농업·농촌·농업인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처럼 농산물을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각종 할인행사 등 지속가능하지 않은 보여주기식정책으로 대응하는 이상 농업의 위기에 대한 근본원인을 찾고 대응하기는 어렵다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담은 농정공약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민의길은 농민3제정을 주장하고 있다. 농민3법은 식량주권·국가책임농정이 강조된 농민기본법공정가격 보장과 쌀 수급관리 대책 등을 담은 양곡관리법 개정안필수농자재 가격 등락에 따른 불안정성을 완화하기 위한 필수농자재지원법을 말한다.

이승호 한국농축산연합회장은 정당들이 먹거리 산업에 대한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 회장은 각 당의 총선 공약들이 새로울 게 없이 늘상 논의하던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는 건 농업·농촌과 먹거리에 대한 고민과 관심이 아예 없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먹거리 산업에 대해 안이하게 생각하니 1차 산업 종사자인 농업인의 생산기반 문제에 대해서도 알맹이 있는 정책이 나올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장 춥고 배고프지 않으니 먹거리도 풍부하다고 생각하지만 자급률이 무너지고나면 큰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한국농축산연합회는 시급한 농업·농촌의 당면현안을 식량안보 해결을 위한 국가 어젠다(agenda)로 설정하고 소외된 민생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국회가 돼야 한다며 농업소득 제고를 위한 고도의 농정설계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조희성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은 정부의 정책이 그동안 농가소득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되면서 농업생산비나 농산물가격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다면서 농업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농업소득으로 농가소득에서 현재 20%에 불과한 농업소득을 50%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농정공약의 부재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과 소비자단체도 쓴소리를 더했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국장은 지난 18일 농민의길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농정공약 토론회에서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해 서둘러 제대로 된 농정공약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 국장은 농업은 그간 다른 산업과 무분별한 개발사업의 희생양이 되며 농가소득 불안정, 필수농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생산 불안정, 낮은 곡물자급률, 열악한 농촌 복지 등으로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고 있다농업·농촌이 갖는 공익적 가치가 크지만 이번 총선에서도 정치적 이해와 표에 따라 농업 관련 정책이 사실상 후순위에 밀려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의원 선거는 후보자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정책, 즉 공약이 중요하다농업은 희생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발전시켜 나가야 할 대상인 만큼 정치권부터 농업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정책 개발을 통한 핵심 공약이 반드시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인례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이사장은 지난 14일 서울 양재 농협하나로마트에서 열린 민주당의 농정공약 발표 자리에서 농업·농산물은 우리 식량주권이자 국민의 먹거리와 직결되는 아주 중요한 사안인 만큼 일회성 정책이 돼선 안 된다제안된 정책들이 예전에 제시된 정책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고 기후위기에 따른 농산물 수급 불안정 문제 해결을 위한 종합적인 로드맵, 오랫동안 제기된 농산물 유통 문제에 대한 개선방안 등이 포함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