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을 쥐고 해야만하는 협상.''
올해 안에 마쳐야 하는 `쌀 재협상''은 이모저모로 아무리 따져봐도 우리나라가 구석에 밀릴 상황에서, 그것도 칼끝을 잡고 협상테이블에 앉아 머리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0년전 UR(우루과이라운드)협상에서 얻어낸 쌀관세화 유예가 그 당시에도 아주 특별한 경우라는 점에서 이를 다시 연장할 수 있을 것인가하는데 대해서는 긍정보다는 부정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기다 쌀관세화유예 재협상의 전례가 없는데다, 그나마 DDA(도하개발아젠다)협상마저 모델리티(세부원칙) 마련 시한을 넘긴 가운데 지지부진한 국면에 빠져 있어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아무런 잣대없이 협상에 임해야 하는 처지에 빠져 있다.

이 처럼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짙은 안개속에서 쌀관세화 유예 협상을 벌여야 하는 정부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쌀관세화 유예이다. 농림부는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관세화 유예''를 강조해왔다.
농림부는 이를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해왔다. 쌀재협상까지 염두에 두고 DDA농업협상에 대응하는 한편 별도의 대책반을 가동해왔다.

최정섭 농림부 통상정책관은 “정부는 쌀재협상을 염두에 두고 그동안 DDA(도하개발아젠다)농업협상에 적극 참여해 왔다”고 밝혔다. 지난 9월 10일부터 14일까지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제5차 WTO(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에서 우리나라와 입장을 같이 하는 G-10국가들과 공동보조 등을 통해 관세상한설정 및 저울관세 품목 의무수입량 확대에 반대, 이를 관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놨다.
특히 농림부는 칸쿤 WTO각료회의 결렬로 DDA협상이 소강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쌀재협상 준비에 전력을 기울여왔다. 칸쿤 각료회의 이후 쌀재협상에 대비해 양자협상체제로 전환하고, 대책반 가동에 박차를 가해 온 게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쌀재협상 과정에서 무턱대고 관세화 유예만을 고수해 관철시킬 수 없는 상황도 배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고민은 크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부가 재협상에서 관세화 유예를 고집하게 되면, 이에 대응해 쌀수출국들이 관세화 요구를 계속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관세화 유예 지속 대신 저율관세 수입물량의 증량요구 카드를 들이밀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수출국들이 요구하는 저율관세 수입물량이 우리나라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울 만큼 많은 양일때도 관세화 유예만을 고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도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처럼 쌀 수출국이 관세화 유예를 댓가로 우리나라가 수용하기 어려운 엄청난 요구를 해올땐 정부의 관세화 유예 입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최정섭 통상정책관은 “관세화 유예가 기본입장이지만 엄청난 댓가를 요구해올때는 적절한 협상목표의 재검토도 완전히 배제할 수만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와함께 “정부는 쌀 수입량을 최소화하고, 쌀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저해햐지 않는 협상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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