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쌀 재협상과 관련된 논의가 그간 농업계 내외부에서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쌀 재협상에 관련된 진지한 모색 및 토론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단순히 쌀소비 감소와 쌀재고 과잉만을 언급하며 농업구조조정 차원에서 쌀시장 개방이 필연적이며, 쌀 재협상 결렬시 자동적으로 관세화 방식으로 개방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고율 관세화를 통한 쌀시장 개방으로 국내 농업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내년 쌀 재협상에 대한 판단 및 전략 수립에 있어서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만 한다. 정부 통계치에 나타난 전망치에만 의존하여 쌀 관세화 개방이 유리할 수도 있다는 섣부른 접근은 매우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우리의 쌀농업은 농가소득의 약 25%, 농업소득의 약 50%를 차지해 농민생존권과 직결될 수밖에 없으며, 국가 식량안보 확보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논자들의 주장과 같이 관세화 초기년도에 390% 수준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중국산 자포니카 쌀이 국산쌀보다 낮은 가격에 대량 수입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또한 매년 관세 하락에 따라 쌀 수입량은 통제 불능 상태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국내 쌀 생산기반 붕괴 및 국가 식량안보의 불안정성 증대 등 부정적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한농연 및 농업계에서는 2004년 쌀 재협상시 정부가 쌀 관세화 유예를 지속할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할 것을 촉구해 왔다.
또한 이번 쌀 재협상은 교착상태에 있는 DDA 농업협상의 진척 동향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한농연은 △우리나라의 농업개도국 지위 유지 △MMA(TRQ) 등 의무수입물량의 증량 반대 △관세상한 설정 반대 등을 관철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말로만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나 `식량안보 확보''를 논할 여유가 없다. 7000만 민족의 핵심 주곡인 쌀은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정책적 의지와 협상 대응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무엇보다도 쌀을 포함한 핵심 식량작물의 자급율 목표를 법제화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범정부적 대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논농업직불제 등 각종 직접지불제도의 농가당 지원금을 선진국 수준(ha당 100만원 이상)으로 높이고, 우리 쌀의 품질 향상과 생산비용 절감·투명한 쌀 유통 질서 확립을 위한 기반 조성을 위해서도 더많은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

〈서정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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