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A 협상 기본골격 합의는 지난해 9월 칸쿤 각료회의 결렬이후 교착상태에 빠졌던 DDA 협상이 본격적으로 재개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번 합의는 그러나 구체적인 시장 접근 확대방안이나 관세감축 방법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 한다''고 명시해 사실상 협상의 `가이드 라인''만 제시한 것이며 다음달부터 본격화될 세부원칙(모델리티) 협상을 위한 기초적인 작업을 마친셈이다.

특히 가장 첨예한 이견차를 드러낸 관세상한 철폐 문제를 비롯 관세감축 구간의 수와 경계·각 구간에 적용되는 구체적인 관세감축 방식·개도국 SP품목의 기준과 구체적인 처리방안 등 주요 쟁점들을 뒤로 미뤄놓고 있는 만큼 앞으로 각국간 이해관계에 따라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농업개방속도 빨라져
이에 따라 이번 협상결과가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될지 아니면 불리하게 작용될지는 아직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통상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장접근 분야와 관련 관세수준이 높은 품목을 더 많이 감축하는 방식은 우리에게 부담이 되는 반면 민감품목과 특별품목에 대한 신축성이 반영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민감품목을 각국이 스스로 선정할 수 있도록 보장한 것은 이번 협상의 상당한 성과로 분석되고 있다.

또 국내보조 분야에서도 감축대상보조(AMS)외에 최소 허용보조(De-minimis)가 감축대상에 포함된 것은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신규로 블루박스 보조금을 도입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기본골격 합의가 기초적인 수준이긴 하나 농업부분의 경우 시장개방 속도가 지금보다 가속화될 것이란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농협조사연구소가 최근 시장 개방을 감안해 국내 피해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사과와 상추·쇠고기·수박 등은 양허관세가 50%이하로 낮은 반면 국내외 가격 차는 100%포인트 이상 높아 관세를 추가로 내릴 경우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분석됐다.

또 수입량이 늘어나면서 국내 생산기반이 위축돼 있는 참깨와 콩·땅콩·팥·녹두·들깨·메밀 등도 추가적인 관세 인하시 생산기반 붕괴가 우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도국 지위 유지가 관건
이같은 국내 여건을 감안, 앞으로의 협상에서 가장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은 단연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라는 게 농업계의 중론이다.

이번 기본골격의 경우 특히 개도국에 대해서는 상당한 배려를 해주고 있는 만큼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미지는 국내 현실과 달리 OECD 가입국으로 반도체나 자동차, 핸드폰 시장에서 선두주자를 달리고 있는 `선진국(?)''이다.

이에 따라 국내 농업분야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와 현실을 제대로 알리고 설득할 수 있는 새로운 논리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앞으로의 협상에서 관세와 보조금의 감축율을 최소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지금까지 일관되게 주장해온 관세상한 설정을 저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민감품목의 수를 확대하고 관세감축과 TRQ증량을 최소화 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국내 농업생산 기반의 체질을 강화시키는 데 주력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농업이 더이상 정치적으로 휘둘려 자생력을 잃는 일도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협상을 마치고 돌아온 김주수 농림부 차관은 지난 4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개발도상국 지위를 유지해 유리한 조건을 부여받고, 국내 농업의 과도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기존 농업·농촌 종합대책도 탄력적으로 수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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