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물류 혁신에 대한 필요성은 비단 어제 오늘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정부 역시 각종 정책적 지원을 통해 물류 개선을 유도해 오고 있으며, 일정부문 성과도 거둔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유독 도매시장에서의 물류수준이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시장관계자들은 산지와 도매시장, 유통주체들의 변화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정책방식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물류 혁신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하나 산지와 도매시장의 생산 및 유통환경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산지의 문제점
우선 산지출하조직의 영세성을 들 수 있다. 하역기계화 등 물류 효율을 꾀하기 위해서는 공동출하로 출하단위를 규모화해야 한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다른 다수 농가들로 인해 공동출하·공동계산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며, 결국 출하규모가 영세하다 보니 대부분의 출하주가 소량출하방식을 택하고 있어 균일한 품질의 상품을 공급하기 어렵다.

실제로 가락동 도매시장에 출하되는 농산물을 보면 팔레트를 이용해 출하하더라도 한 팔레트에 수십명씩 출하자가 있어 이를 품종별·등급별로 나누다 보면 오히려 거래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
팔레트 단위의 적재시스템도 미비하다.

팔레트 출하를 통한 물류 효율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균일한 품질과 규격의 농산물을 규모화해 출하해야 하나 산지포장출하 기반시설의 미비와 농촌인구의 고령화, 포장기술의 미숙 등으로 산지의 선별·포장출하여건이 열악한 상황이다.
이로인해 도매시장에 팔레트로 출하하더라도 중도매인들이 이를 재선별·재포장하는 거래관행이 지속되고 있다.

▲도매시장의 문제점
도매시장의 경우 최근 개장된 도매시장을 제외하고는 시설이 낙후되고 협소해 하역기계화를 추진하기 어렵다.

가락동 도매시장만 하더라도 하루 반입물량이 8000톤가량으로 적정처리능력 4000톤의 2배를 초과하고 있다. 결국 과다한 대기차량으로 인해 시장이 혼잡해 지고 경매시간도 지연되고 있다.
특히 도매시장의 경우 포장화나 팔레트화가 어려운 무·배추 등 채소류의 거래비중이 많은 것도 물류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여기에 시장이 협소하다보니 팔레트나 플라스틱박스 등의 물류기기를 회수하기 위한 적재공간이나 지게차 하역, 배송공간 등 하역기계화를 위한 물리적 환경도 미비돼 있다.
중도매인의 팔레트 출하품에 대한 낮은 선호도와 분산능력이 미흡한 것도 문제이다.

중도매인의 주 거래 대상이 대형유통업체보다는 소매상인이나 중소규모의 급식업체나 수퍼마켓인 상황에서 팔레트단위로 물량 구매가 어렵고 잔품 처리에 대한 부담, 산지의 선별 미흡에 따른 속박이 등 불량 출하품에 대한 우려가 크다.
또한 도매시장내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재나 덤 등을 통한 유통마진이 적고 정확한 물량 노출로 세율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하는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이로인해 경락가격도 인건비·물류기기비 등 추가 비용을 투입한 팔레트 출하품이 일반 산물출하품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관련 지난 6월 농협중앙회가 시범적으로 배추·양파에 대해 도매시장 팔레트 출하를 시도했으나 낮은 경락가격과 속박이, 물류기기 관리 부담 등의 이유로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중단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 6월 19일 동일인이 출하한 강원 영월산 배추의 경락가격을 살펴보면 포장배추는 박스당 1759원으로 5톤트럭으로 산정시 115만2000원을 받은데 비해 산물배추는 242만원을 받았다.
또 포장배추는 5톤트럭당 720개 박스가 적재돼 포기수로는 2160여 포기가 적재됨에 반해 산물배추는 2800~3000포기에 달한다.

이밖에 도매시장 물류기기의 관리를 책임질 주체가 불분명하다.
비록 하역노조와 관리계약이 체결돼 있기는 하나 손망실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렵다. 이로인해 풀회사들도 연간 22~64%에 달하는 손망실율을 떠안고 도매시장에 물류기기를 공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