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싣는 순서〉
1. WTO가입과 중국 농정의 방향
2. 중국 사상 최초의 농업센서스
3. 항저우(杭州), 닝부어(寧波)와 저우산(舟山)군도
4. 연변조선족 자치주의 농업·농촌
5. 동북3성(遼寧, 吉林, 黑龍江)의 농업자원과 개발잠재력
6. 윈난(雲南), 하이난(海南), 광시(廣西)의 원예산업
7. 허난(河南), 산둥(山東)의 농업개발과 마늘 주산지
8. 중국농촌경제의 실상과 정책과제
9. 타이완의 농지개혁과 농촌사구발전
10. 타이완의 원예농업발전과 농회
11. 홍콩, 마카오의 농산물 수급
12. 싱가포르 도시국가의 농업문제

1. WTO가입과 중국 농정의 방향
“모착석두과하(摸着石頭過河;돌다리를 더듬어 찾으면서 강을 건너는 형국)에서 배수일전(背水一戰;등뒤에 물을 두고 한판 싸움)으로!” 이 말은 내 친구 황지쿤(黃季곤) 중국과학원 농업정책연구중심 주임이 2000년 여름에 마닐라에서 만났을 때 내게 한 말이다. 그때는 중국이 WTO 가입을 위해 한편으로 협상을 진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에 대비한 정책조정을 미리부터 해나가던 시기여서 당시의 중국 농정당국의 각오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쪽자용 `불화 변에 곤´ 煥 鯤 〉
그로부터 4년반, 중국의 WTO(세계무역기구)가입이 2001년 11월 도하 WTO각료회의에서 최종승인이 된후 3년이 넘게 흘렀다. 지난해 10월 북경에서 중국인민대학 농업경제학부 건립 50주년 및 농업·농촌발전학원 승격에 즈음하여 내가 그 대학의 객좌교수로 위촉되어 기념행사에 참석, 한국 세계농정연구원 이사장 자격으로 외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축사를 한 바 있다. 그때 만난, 이미 구면의 중국인민대학 탕중(唐忠)교수에게 `WTO가입 후에 중국농업이 변화된 모습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특별히 크게 달라진 것이 없고 대부분 미리 예상한데서 많이 벗어나지 않았다고 대답하였다.
황지쿤이 2001년 연변과학기술대학 부설 동북아농업개발원 제4회 학술회의에서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중국의 WTO가입이 미칠 영향을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으로 나누어 예측하고 있다.
먼저 긍정적 영향으로는 자원배분과 농업생산 구조의 개선, 농민수입의 증대, 소비자 복지의 제고, 축산물과 원예작물 수출의 증가 등을 꼽고 있다. 반면 부정적 영향으로는 옥수수와 콩 등 유지작물, 사탕수수와 면화와 같은 작물재배의 상대적 위축과 식량자급율의 하락, 작물재배업 종사자의 감소 및 소득저하 등을 들고 있다.
중국의 WTO가입은 전반적으로 농업부문에 어느 정도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가입 협상 막바지에서 중국이 지나치게 농업분야에서 양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불만이 농업부문에서 실제로 크게 제기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탕중이 지적한 것처럼 현실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야기되는 일은 없었고, 그 이유가 중국 농정당국이 미리 잘 대처한 때문이라 해도 좋을만큼 중국의 WTO 가입대책은 유연하고 적절하게 수행되고 있다고 평가된다.
일찍이 황지쿤 등이 정책 건의한 내용을 보면 기본적으로는 종래의 경쟁력이 취약한 품목위주의 수입대체 전략에서 경쟁력이 있는 원예, 축산, 농산가공품 위주의 수출촉진 전략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정부의 시장가격 개입정책에서 자원이용 효율의 증대와 생산비 절감, 품질제고를 통한 경쟁력 향상과 과학기술 및 농업기반 투자증대 정책으로 전환할 것, 식량안보 대상품목에서 사료작물은 제외할 것, 농민들의 재취업 훈련과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에 주력할 것, 부문간 또는 지역간의 불균형과 격차를 최소화하는데 노력할 것, 농산물시장 유통체계의 개혁을 가속화하고 시장정보 시스템을 구축하며 대외무역의 조정관리 시스템을 정립할 것, 품목별 생산자조직의 설립을 촉진할 것 등을 건의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여러 가지로 어려운 가운데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차근차근 착실하게 실행에 옮겨지고 있고, 그동안 예상했던 부정적 영향은 생각 만큼 크게 나타나지는 않았다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앞으로도 중국 농업은 세계시장에 적응하여 지속적인 발전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작황에 따른 국내 생산의 변화로 인해 수급과 시장가격의 불안정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고 이에 대한 대책이 당분간 중국 농정당국의 가장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최근 중국 정부는 지속가능한 농업·농촌발전의 새로운 틀 아래 정부 관련 조직의 대대적 개편과 농촌경제기반의 향상을 위한 근본대책 마련에 착수하였다. 구체적으로는 농촌재정개혁 및 투자우선순위의 조정, 농민조직과의 동반자관계 정립, 이농대책 준비, 농지와 용수절약 기술의 개발보급, 식량안보정책의 새로운 접근, 식품안전대책의 종합적 추진 등이 포함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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