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을 시작한 이래 초기에 중국 경제발전을 농업부문이 주도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중국이 농업발전의 기초중에서도 기초인 농업센서스를 1997년에야 사상 최초로 실시했다는 것은 아는 사람이 드문 것 같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1988년에야 농업센서스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그 준비에 착수하였다. 이를 위해 FAO(유엔 식량농업기구)가 기술적 지원을 담당하고 이탈리아 정부가 약 2000만 달러의 원조를 하였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방콕소재 FAO 아태지역본부의 통계담당관으로 오랫동안 재직한 오흥근 박사께서 실질적인 자문관 역할을 하게 되었는데 그 덕택에 한국의 농업센서스 모델이 중국에 적용되었다. 1997년 내가 농림부 기획관리실장으로 있으면서 한·중 농업통계 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중국을 방문하여 당시 중국 국가통계국에서 농업센서스 업무의 최고 책임자로 있던 주샹둥(朱向東) 현 부국장을 만났을때 그가 했던 말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세계 각국의 농업센서스 모델을 최대한 수집하여 분석하였는데 17개국의 사례를 연구하던 끝에 한국 모델을 접하게 되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길을 가다가 눈이 번쩍 뜨이는 미인을 보았을 때처럼 아! 바로 이것이다! 하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1992년 중국 정부가 한국의 농업센서스 모델을 거의 그대로 적용하기로 결정한 뒤 FAO의 오흥근 박사께서 연계하여 KOICA(한국국제협력단)에서 50만 달러를 지원받아 1994년부터 한국 농림부와 중국 국가통계국간에 한·중 농업통계 1차 협력사업이 시작되었다. 여러 차례 한국 농림부의 농업통계 전문가가 중국을 방문하여 현지 상황을 파악 점검한 뒤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중국 국가통계국의 담당자에 대한 교육과 모의 시험조사를 실시한 뒤 마침내 1996년 12월 31일 자정을 기준시점으로 해서 역사적인 중국 농업센서스가 사상 최초로 실행되었다.
중국 인구가 13억이라고 하면 일반인이 실감을 하기 힘든 숫자여서 내가 곧 잘 비유하기를 우리 남북한 총인구가 중국 인구의 통계오차 허용범위인 5%(6500만)에 해당한다고 하면 아! 그런가? 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농가호수가 140만을 좀 넘을 정도였을 때 중국 농업센서스를 수행한 지도원수가 100만, 조사원수가 620만이었고 농가조사표만 2억5000만부를 인쇄하였다고 하니 그 규모를 가히 짐작할만 하지 않겠는가?
1차 조사는 1997년 1월 1일 0시를 기점으로 20일간 실시되었고 재조사와 점검하는데 2개월, 각 지역별 표본조사 결과와 대조, 분석하는데 2개월이 걸렸으며 우선 지도원의 집계보고에 의한 주요지표 속보를 그해 7월에 발표하였다. 이후 전산입력 및 집계분석에 거의 1년이 소요되어 이듬해인 1998년 상반기에 마무리하고 하반기에 결과를 공표하였다. 조사기간동안 조사원 중 사망자가 76명, 부상자가 약 3000명이나 발생하였다는 통계도 있다.
이 사상 최초의 중국 농업센서스는 그 결과를 공표하는데도 상당한 애로를 겪었다. 경지면적이 종전 통계보다 30%이상 늘어났고 가축두수는 37% 정도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절반 이상의 성(省)에서는 이 센서스 결과에 공식적으로 승복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현재 중국 정부는 10년만에 내년 12월 31일 자정을 기준시점으로 하는 2차 농업센서스를 준비중이다. 이번에는 특히 경지면적조사를 지난번처럼 위성촬영에 의한 항공사진만 가지고 할 것이 아니라 한국 방식대로 조사원이 필지별로 현지확인토록 하고 GIS에 연계시킬 방침이라 한다. 또한 집계분석의 전산화와 데이타 베이스 구축에도 더 힘쓸 것이라 하는데 이를 위해 그동안 3차에 걸친 한·중 농업통계 협력사업을 더 연장해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KOICA를 통한 한·중 협력사업 중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성공적으로 한국의 이미지를 널리 알리면서 실질적인 도움을 준 사업이 바로 이 사업이었다는 것이 중국 국가통계국의 자료관리중심 자이옌 주임과 헤이룽쟝성의 조선족 출신인 대외협력처 정윈양 처장의 말이다. 나는 한·중간의 우호 증진뿐 아니라 중국농업통계정보를 거의 실시간으로 우리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를 얻기 위해서도 이 사업이 더욱 적극적으로 확대 연장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