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경제부총리가 부임한지 채 일주일도 안돼 농림부를 전격 방문했다. 한 부총리는 지난 18일 농림부 대회의실에서 박홍수 농림부 장관을 비롯한 각부처 실·국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농업·농촌 정책''을 주제로 의견을 교환한 것이다. 한 부총리의 이번 방문이 농업계의 비난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아니면 실제 농업·농촌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경제정책 토론회''란 형식을 빌어 진행된 이번 회의는 `제1차''라는 차(次)수가 붙어 앞으로도 한 부총리와 박 장관의 이같은 회동은 지속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아울러 한 부총리의 휘어진 농업관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 부총리는 그동안 한·중마늘협정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을 주도하면서 개방대세론만을 주창해 왔다. 심지어 농업이 희생되더라도 국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는 당연하다는 논리로 무리한 통상정책을 강행해 농업계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곤 했다. 지난 14일 경제부총리로 내정됐을 당시 농업계 내부에서는 “한국경제를 미국 등 세계 투기자본에게 송두리째 내주겠다는 발상”의 인사조치라며 한 부총리의 내정 철회를 강력이 주장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쌀 산업의 존패를 결정지을 `쌀 협상 국회비준''을 비롯해 WTO 홍콩각료회의, 세계 각국과의 자유무역협정 등 굵직한 대외통상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다. 그런 시기에 국가 경제사령탑을 맡은 한 부총리의 과거 전력으로 미루어 이후 협상결과가 어찌될 것인지에 대한 농업계의 우려는 오히려 당연하다.

그런 와중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한 부총리의 이번 농림부 방문은 농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이번 회의에서 양부처는 이미 마련돼 있는 `농업·농촌 종합대책''의 차질없는 추진에 적극 협조할 것과 농산물시장 개방확대에 대비한 `농업경쟁력 강화’의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자리에서 박 장관은 “우리 농업을 수출농업·기술농업으로 적극 육성해야 하고,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며 재경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부탁하자 한 부총리는 “풍요로운 농촌·농민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119조원의 농업·농촌 대책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대단히 환영할 만한 일이자 기대를 갖기에 부족함이 없다. 물론 한번의 방문으로 농업을 바라보는 한 부총리의 시각이 변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지난 대외통상정책의 실패를 덮어두자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그렇게 걱정했던 우려와는 달리 한 부총리가 농업계를 이해하려는 모습으로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점을 냉정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토론회가 상호 부처간 정책과 정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기를 바라며, 특히 한 부총리의 일련의 행보가 겉으로 보여지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난 진심이었기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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