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몇 농업인 단체장들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쌀 산업 현장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미국 쌀의 한국수출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지 같이 고민하기 위함이었다.

쌀 생산자협회(CRC)와 도정공장, 수출항구와 검사기관, 농가와 시험장, 유통점포 등을 두루 살펴보았다. 지난 5년 전 한여름 따가운 햇볕이 쏟아지는 가운데 끝없이 넓은 새크라멘토 밸리(실제로는 대평원)를 돌아보았을 때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도, 한국행 선적을 눈앞에 둔 상황이라 느낌은 예사롭지가 않았다.

미국의 벼 재배면적은 135만ha로 생산량은 세계의 1.8%에 불과하지만, 내수보다는 수출용 생산이기 때문에 수출량은 교역량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쌀 수출량 중 자포니카 계통 중,단립종이 22% 정도를 차지하는데, 이것이 바로 일본,한국 등으로 수출되는 캘리포니아 쌀이다. 캘리포니아 쌀의 수출은 태평양 국가들의 농업정책, 유럽과 중동시장의 변화, DDA(도하개발아젠다) 및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미국 농업정책은 물론 국제가격과 고품질 쌀에 대한 세계의 선호도에 의해 좌우된다.

미국에서는 단순히 논에다 볍씨를 뿌리고 거름과 농약을 사용해서 쌀을 생산하는 관행적 농업이 아니다. 이제는 쌀 산업이 특수 장비와 기계를 갖춘 대규모 영농, 인공위성을 이용한 기상정보, 정확한 세계시장 정보, 직불제 등 정부지원, 강력한 농민조직 등이 조화를 이룬 첨단산업이다. 동시에 벼의 생산단계에서부터 수출 및 소비단계에 이르기까지 품질관리가 무척 강조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는 12개의 도정공장이 있는데, 대체로 1일 500~1000톤 내외의 가공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2500여 농가(24만ha)의 생산량을 처리하고 있다. 농가나 저장시설로부터 트럭으로 벼를 싣고 오면, 샘플을 채취하여 자체검사 및 검사기관에 의뢰하여 품질을 판별하고 있다. 쌀 품질기준은 6등급으로 그중 1등급(US No.1)만 시중에 유통되고, 2등급 이하는 주정용?애완동물 사료용 등으로 가공된다. 백미 등급기준은 열손립, 적미?피해립, 분상질립, 동할미(5호체 직경 1984mm 등), 이종립 등의 최고한도와 색택 기준도 정하고 있다. 물리화학적 특성은 아밀로스 함량(15~20%), 알칼리 붕괴도, 단백질 함량(6~7%), 최고점도 등의 기준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완전미 위주로 시중에 유통되기 때문에 외관품위는 좋아 보이나, 실제로 먹어본 쌀들은 우리 쌀에 비해 결코 맛있다고 할 수는 없다. 특히 새크라멘토 항구에서 선적하면 태평양을 건너 한국까지 2주일 이상 소요되므로, 백미로 들어올 경우 국내에서 고급 쌀로 자리매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유통실태 조사결과 ‘한국미’, ‘이천쌀’, ‘대풍’, ‘햇쌀’, ‘한가위’ ‘청정쌀’ 등 한국교민을 겨냥한 브랜드와 ‘國寶로즈’, ‘긴마이’, ‘고시히카리’, ‘유메’ 등 일본교민들을 겨냥한 브랜드들이 즐비했다. 소비자 가격은 한국명 브랜드들(20파운드 포대 12종)이 kg당 1.37달러(일본명과 현지 브랜드는 더 비쌈)로 국내 쌀 가격의 70~80% 수준이었다.

캘리포니아 쌀 생산자들은 한국,일본 수출과 국내소비 증가 등 수요증가를 기대하고 있으나, 대체작목인 목화가격의 하락, 농업용수의 비용증가, 정부보조금의 감축요구 등 제한요인을 가지고 있다. ‘칼로스’로 통칭되는 캘리포니아 쌀의 품질수준은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따라서 자신감을 갖고 국내외 동향분석, 수입쌀 둔갑유통 방지, 고품질 재배관리 및 기술개발, 저장,가공,유통시스템의 개선 등 우리 쌀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박평식 농촌진흥청 경영정보관실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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