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에 소재한 농산무역(주). 이 업체는 ‘파프리카’라는 단일품목으로 대일본 농산물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업체의 취급물량은 무려 국내 파프리카 생산량의 30%인 5300여톤. 일본시장을 ‘쥐락펴락’하기에 충분한 물량이다. 한해 벌어들이는 외화만도 137만달러에 달한다.

농산무역의 취급물량에서 나오는 ‘셀링파워’가 일본 파프리카시장에서 큰소리치며,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게 하는 이유이다.

# 농가 스스로 물량연합

농산무역의 셀링파워는 농가들의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생겨났다. 1999년 농산무역이 태동하기전, 파프리카 생산농가들은 생산에서부터 선별, 포장 등의 작업을 각각 실시해왔고, 심지어는 수출에 필요한 바이어컨텍까지 농가들의 몫이었다.

따라서 상품화를 위한 기술이나 애로사항을 들을 만한 곳도 없었고, 특히 개별농가단위의 물량으로는 도저히 가격교섭력을 가질 수 없었다.

이는 파프리카 생산농가들이 스스로 뭉쳐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과정이었고, 이같은 인식이 농산무역의 태동으로 이어지는 ‘파프리카생산자협의회’를 설립토록 한 것이다.

최근 농협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연합사업의 형태가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진 셈이다.

# 상품 규격화 전제돼야

농산무역이 설립된 이후 제일 먼저 추진한 일은 상품의 규격화이다. 영농법인 및 시설온실농가 19개소, 72농가가 참여해 어느 정도의 물량은 확보했으나 품질이 뒷받침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수출바이어와의 교섭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산무역의 설립으로 수출창구는 단일화됐으나 포장, 선별, 수출 등을 농가단위로 하다 보니 여전히 가격교섭력을 갖는다는 것이 요원하다는 점을 경험했다.

농산무역은 이에따라 참여농가들을 대상으로 선적에서부터 일본현지에서의 하역에 이르기까지 수출전과정 체험교육을 실시해 품질규격화의 중요성을 깨닫게 했다.

박경원 농산무역 차장은 “농가 개별로 수출작업을 한 상자를 일본 현지에서 풀어놓고 보니 상품의 규격, 품질이 달랐고, 이는 결국 모든 상품을 도매급으로 취급받게 했다”고 말했다.

농산무역은 이에따라 현재는 품위를 3단계로 나누고, 또 각각의 품위별로 크기로 구분하는 등 생산자별 표준 규격 및 품위에 의한 선별을 철저히 하고 있다.

# 참여농가 철저한 검증 ‘필’

농산무역의 농가관리는 냉혹하리만큼 철저하다.
파프리카의 주수요처는 내수가 아닌 수출인 만큼 한 농가가 잘못하면 그 피해가 전체로 돌아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산무역의 멤버가 되기란 여간 까다롭지 않다. 농산무역의 멤버가 되기 위해서는 농산무역이 제시하는 상품화기준을 갖춰야 하고, 1년간의 시험기간을 거친후 모든 참여농가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이같은 과정을 거친후 정식참여농가가 되더라도 웬만한 의지가 없으면 버티기 어렵다. 농산무역이 공동마케팅 생산계획에 따라 운영하는 재배환경이력관리 전산시스템의 기본 자료를 농가 스스로가 기록해야 하는 등 숙제가 여간 많은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생산농가의 재배환경을 관리해 고품질의 파프리카를 생산하고, 모든 생산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장치로 농가가 재배시설 내·외부의 온도, 습도, 난방온도, CO2농도, 풍속 등을 일일이 기록해야 한다.

# 현장적용은 농가 몫

농산무역은 이같이 철저한 농가관리와 상품관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진기술습득에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도 매달 네델란드에서 파프리카 재배기술자를 초청해 현장교육을 실시한다.

특히 네델란드와 우리나라의 기후환경이 달라 재배기술, 환경관리 등 역시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우리 것 화’하는 노하우를 발휘할 수 있는게 농산무역의 자랑이다.

박경원 차장은 “네델란드의 기술자에게 교육을 받아도 ‘고기잡는 법’에 불과하다”며 “이를 다시 고기잡는데 써 먹는 기술로 전환해 고기를 잡는 것은 농산무역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1999년 농산무역이 설립한 이후 농업인의 날 ‘대통령상’ 수상, 무역의 날 ‘천만불 수출탑’ 수상, ISO 9001 인증취득, ‘농림축산물수출탑’ 수상, 산업자원부 ‘차세대세계일류상품’ 선정 등이 빛나는 영예가 농산무역의 노력에 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생산량중 98%를 수출에 의존해온 파프리카산업을 내수로 돌린 것도 농산무역의 ‘공’으로 평가되고 있다.

내수시장개척을 위해 각종 판촉활동을 펼치는가 하면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삼성홈플러스, 한국까르푸 등 대형유통업체에 농산무역의 파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