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2. 에콰도르의 알파카 산업
13. 콜롬비아의 농업개발과 지하경제
14. 베네주엘라의 석유와 농촌경제

콜롬비아는 113만 8910 평방km(한반도의 약 다섯 배)의 면적에 4359만의 인구를 가진 나라이다. 2005년 통계로 PPP 환산 GDP(국내총생산)가 3037억 달러, 1인당 7100달러인데 농업 11.9%, 제조업 50.4%, 서비스업 37.7%로 비교적 경제사정은 괜찮은 편이다.

# 경제사정은 괜찮지만 농업여건은 좋지 않아

반면 농업 여건은 그리 좋지 않아서 경작 가능면적이 국토의 3.6%에 불과하며 동남부의 아마존 지역은 열대 우림과 사바나로 되어 있고 중부의 안데스 지역은 세 개의 산맥이 동북에서 서남으로 나란히 달리면서 가운데 막달레나 강과 카우카 강 유역의 두개의 긴 계곡을 형성하고 있다. 북부 카리브 해 연안의 평원과 오리노코 강 유역, 서부의 태평양 연안 등지가 농업이 가능한 곳인데 해발 1000m 이하의 열대 지역에서는 식민지 시대부터 카카오, 사탕수수, 코코넛, 바나나, 쌀, 면화, 담배, 육우 등이 개발되어 있고 1000~2000m의 아열대 지역에서는 커피, 화훼류, 토마토, 오렌지, 배, 파인애플, 옥수수 등이 재배되며 2000~3000m 지대는 밀, 보리, 감자 등 식량작물, 3000m 이상은 낙농과 가금류의 축산과 함께 채소, 화훼류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2005년 총 수출 193억 달러의 구성을 보면 석유와 의류, 면직물, 에메랄드 등의 광·공업 제품 이외에 커피, 바나나, 오렌지, 원당, 절화류, 축산물 등 농축산물의 수출도 상당액에 이르고 있어 그 잠재력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 열대우림 원주민, 소득원 없어 코카·양귀비 재배 의존

다만 산간이나 열대우림의 오지 원주민들에게 마땅한 소득원이 없기 때문에 코카와 양귀비 재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이것이 골치 아픈 지하경제의 근원이 되고 있는 듯 하다. 2003/4년 코카 재배면적은 11만 4000ha로 피크였던 17만ha보다는 많이 줄었으나 세계 최대 생산량인 순 코카인 430톤을 제조할 수 있고 양귀비 면적도 2100ha로 최성기의 반 이하로 줄었지만 아편 3.8톤을 만들 수 있어 도합 수십억 달러어치에 이른다고 한다.

1998년에 취임한 파스트라나(Andres Pastrana Arango) 대통령이 마약의 주 소비시장인 미국의 지원 하에 내전 종식과 마약 단절을 목표로 ‘콜롬비아 플랜’을 추진, FARC와의 협상을 진행하면서 코카와 양귀비를 말라죽게 하는 약제를 공중살포하기까지 했는데 부작용이 너무 커 중단하였다. 2002년에 취임한 우익 매파 우리베(Alvaro Uribe Veloz) 대통령은 군·경을 강화하고 취약지의 농민을 무장시켜 좌·우파 무장 세력에 대한 전쟁을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범죄조직 소탕과 치안 확보에 주력하여 재임 중 납치와 살인이 반감된 성과를 거두어 금년 선거에서 재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2002년 세계은행이 세계 104개국의 지하경제를 조사한 보고서에 의하면 옛 소련의 일부였던 그루지아가 GDP의 67.3%로 1위이고 캐나다가 3%로 가장 적다. 콜롬비아는 39.1%로 페루의 59.9%보다 훨씬 낮게 나타나 통계의 신뢰도를 감안하더라도 비교적 양호한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 대체 소득원 제공이 과제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우선 마약의 불법적인 수요와 관련 범죄를 없애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는 한편 코카나 양귀비 재배 농민들에게 충분한 대체소득원을 제공하는데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내가 1993년 2월 이 나라를 방문한 동안 마약 카르텔의 본거지인 메델린과 함께 마약 트라이앵글의 하나인 칼리의 국제 열대농업연구소(CIAT, International Center for Tropical Agriculture)에서 베라(Raul R. Vera) 박사의 안내로 세계 각지의 유전자원을 잘 보존하고 있는 훌륭한 시설을 둘러보면서 이 연구들이 무엇보다 먼저 이 나라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했던 기억이 난다. 주말에 안내 받은 오래된 관광지 카르타헤나에서 식민지 시대의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보고 카리브 해의 풍광을 즐긴 것은 좋았는데 안전장비가 불비한 쾌속 보트를 왕복 6시간이나 타는 동안 아슬아슬 조마조마해서 “왜 탔나!” 하던 것과 보고타로 돌아오는 비행기가 오지 않아 13시간을 찜통 같은 비행장 대합실에서 기다리면서 괜히 왔다고 몇 번이고 후회되던 생각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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