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1000ml에 200ml 팩을 덤으로 한 개나 두 개씩 붙여 주는 ‘우유 끼워 팔기’가 낙농유가공업계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2002년 후반기 원유가격 및 우유가격 인상이후 한시적으로 시작된 ‘우유 끼워 팔기’가 유통업체의 위세에 눌려 날로 확대되면서 낙농유가공업계의 목을 죄는 상황으로 비화된 것이다. ‘우유 끼워 팔기’는 유가공업체의 경영손실로 직결되고, 그 파장은 낙농가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유통업체 역시 ‘우유 끼워 팔기’로 큰 이익을 챙기는 것 같지도 않다. 생산자와 유통업체에도 결국 부메랑이 돼 손실로 다가오는 ‘우유 끼워 팔기’를 계속 해야 하는가에 대한 유통업체의 진지한 검토가 요구된다.
‘우유 끼워 팔기’로 3대 메이저 유업체인 서울우유, 남양유업, 매일우유가 연간 입는 손실은 어림잡아 500억~6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업체가 ‘우유 끼워 팔기’로 골병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우유 끼워 팔기’가 흰우유 매출을 증대시키지도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통업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우유 끼워 팔기’가 오히려 우유 매출의 감소를 초래한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흰우유는 신선식품으로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우유 1000ml에 200ml 팩을 덤으로 한 개나 두 개씩 붙여준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1000ml 하나 구입할 것을 두 개 구입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1000ml에 200ml 우유 두 개를 붙여 판매할 경우 우유 1500ml를 구입하러 온 소비자는 1000ml 제품 하나만 사면된다. 나머지는 덤으로 받으면 굳이 별도로 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절대량마저 줄어들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유통업체는 덤으로 하나 붙여 판매해 매출을 증가시키는 것 같지만 생각과 다른 게 바로 ‘우유 끼워 팔기’이다. 물론 유통업체에 따라 ‘우유 끼워 팔기’로 매출이 늘어나는 곳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업체는 불과 한두 업체에 불과한 실정이다. 나머지는 ‘우유 끼워 팔기’가 오히려 매출감소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우유 끼워 팔기’가 낙농가에게 미치는 상황은 그야말로 절망적이다. 현재 낙농가들은 국제곡물가격 급등에 따른 사료가격 상승으로 생산비가 폭등해 수지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밀가루업체나 밀가루를 원료로 하는 업체는 국제곡물가격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시키고 있다. 그러나 낙농가들은 배합사료가격 상승분을 원유가격에 반영시켜 소비자에게 전가시킬 수 있는 방법이 뾰족하지 않다. 시장에서 ‘우유 끼워 팔기’가 성행하는데 원유가격을 인상시켜 우유가격에 반영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논리가 낙농유가공업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낙농가 부도사태가 불을 보듯 뻔하다. 낙농가나 유가공업체, 유통업체 모두 원치 않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현 상황을 방치할 경우 누구도 원치 않는 상황이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

‘우유 끼워 팔기’는 이제 중단될 필요가 있다. 물론 ‘우유 끼워 팔기’는 소비자에게 이익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매우 적다. 반면 생산자가 부담해야하는 불이익은 업의 존폐마저 좌우할 만큼 엄청난 파괴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국내 산업의 붕괴가 가져올 파장이 어떨지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엄청날 수밖에 없다.

식량창고를 해외에 의존하려는 것은 무지의 극치이다. 개방화시대를 맞아 먹을거리의 100% 자급은 불가능하다. 경제적으로도 비효율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일정부문은 국내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게 비효율적일 것 같아도 가장 효율적이다.
유통업체는 생산자와 유통업체, 소비자가 모두 상생하는 차원에서 ‘우유 끼워 팔기’에 대한 재검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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