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가 지난달 24일 출범시킨 농협개혁위원회는 농협의 앞날을 좌우할 만큼 막중한 역할을 띠고 있다. 개혁위 역할에 따라 농협이 ‘농협다운 농협, 신뢰받는 농협, 하나 되는 농협’으로 변모할 수도 있고,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중앙회로 전락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농협은 지금이 개혁의 마지막 기회라는 굳은 의지를 갖고 개혁에 나서야 하며, 농협개혁위원회는 이에 부응해야 한다.

농협개혁은 어제 오늘의 과제가 아니다. 농협개혁 논란은 20여년 이상 계속해서 거론됐으며, 때로는 타율에 의해, 때로는 자율로 개혁이 추진돼왔다. 그러나 농협에 대한 외부의 시각은 곱지 않은 게 사실이다. 농협 개혁이 흉내만 낸데 그친 결과가 아니라 외부의 높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결과이다.

지난달 출범된 농협개혁위원회는 농협 자율로 구성돼 운영되고 있다. 지난 2월 이명박 정부가 새로 출범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개혁파고가 울렁이고 있다. 농협중앙회 역시 지난해 연말 최원병 회장 체제로 바뀌면서 내부적으로 자연스럽게 개혁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자율적으로 농협개혁에 나선 것이다. 특히 농민단체 대표, 학계전문가, 소비자단체 대표, 농협 조합장 등 18명으로 구성된 농협개혁위원회는 농협중앙회가 스스로 구성해 가동에 나섰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갖게 한다.

차제에 농협중앙회와 농업계는 왜 그동안 수없이 많은 농협개혁 논의와 논쟁,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농협을 개혁해야 한다’는 요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농협 내부의 자율적인 개혁이 아니라 외부의 타율에 의한 결과라는 판단을 한다.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한데는 농협중앙회의 잘못이 없다고 부인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농민단체, 나아가서는 사회적인 농협개혁 요구에 농협은 자체적인 개혁으로 돌파구를 찾곤 했지만 외부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었고 타율이 뒤따랐다. 농민 자율조직인 농협을 타율에 의해 강제적으로 개혁을 하다 보니 농협중앙회는 농협중앙회대로 정체성 위기에 직면하게 됐고, 그 결과 농협중앙회는 물론이고 농협개혁을 요구하는 측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사태를 초래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제 외부의 높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농협의 자체적인 개혁과 이어 뒤따르는 외부의 강압에 의한 타율개혁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쯤에서 농협개혁과 관련 20여 년 간 지속돼온 논쟁이나 시행착오는 종식돼야 한다. 그리고 농협의 개혁은 농협중앙회 자율에 의해, 조합원에 의한 개혁으로 추진되고 완성돼야 한다.

자율적인 농협 개혁의 첫 번째 열쇠는 조직원 전체가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조직을 변화시키고 개혁해야 한다는 마음자세를 갖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어서, 사회가 요구하니까 담당부서에서 주도하는 식으로 농협개혁이 추진되고 전개된다면 ‘혹시나’하는 기대는 ‘역시나’ 하는 물거품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농협 조직원 전체가 농협개혁은 타율이 아닐 자율로 추진해 ‘농협다운 농협, 신뢰받는 농협, 하나 되는 농협’으로 거듭나는데 나서야 한다. 개혁은 외부의 요구가 없더라도 스스로 해야 할 지상과제이다. 변화하고 개혁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인지하는 사실이다. 내부의 자발적인 개혁이야말로 농협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충족시키는 필요충분조건이다.

두 번째 열쇠는 조합원이 권리와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협동조합 이용이 존립의 토대이다. 조합원은 협동조합을 이용하는 의무를 다하면서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개선과 개혁을 요구해야 한다. 조합원이 의무는 다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주장한다면 그 협동조합은 존립의 의미도 없고, 개혁을 요구할 권리도 없다. 조합원이 권리와 의무를 다할 때 일선 농·축협은 튼실해져 조합원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게 되고, 일선 농·축협은 중앙회에도 당당하게 개혁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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