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전북 김제 소재 산란계농장에서 발병이 확인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를 조기에 종식시켜야 한다. 고병원성 AI는 전염성과 폐사율이 높아 가축전염병예방법에서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사람에게도 감염되는 무서운 질병이다. 철저한 사전예방방역을 통해 발병을 막았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일단 발병한 이상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더 이상의 확산을 막는데 방역당국과 축산농가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AI 긴급행동지침’에 따라 발생농장과 발생농장 반경 500m내 7개 농장의 닭 30만8000마리 살처분·매몰하고, 7개 농장 내 보관중인 달걀 등 오염 우려 물품도 폐기·조치키로 했다. 동시에 발생농장 반경 10km 안의 닭, 오리 사육농장 265개소, 357만 마리에 대해 이동제한 조치도 취했다.

이 같은 조치들은 발표와 동시에 방역현장에서 신속하게 실행에 옮겨져야 한다. 고병원성 AI는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전파성이 높은 질병으로, 발생현장에 대한 조치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추가적인 발병 및 확산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발병지역에서 신속한 초동방역 조치가 이루지기 위해서는 가축의 살처분·매몰 대상이 되는 발생농장 반경 500m이내 농장은 물론이고, 발생농장 반경 10km 이내 이동제한지역 내 농장주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조건이다. 살처분·매몰대상 가축이 신속하게 처리되고, 이동제한지역 내 농장주들이 적극적으로 협조에 나설 때 이번 고병원성 AI 사태가 조식에 종식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발병초기 초동방역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그동안 각각 두 차례에 걸친 고병원성 AI 발생 사태와 구제역 발생 사태를 거치면서 확인했다. 초동방역에 성공하면 사태가 조기에 종식됐지만, 초동방역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은 경우는 여지없이 사태가 장기화됐다. 민관이 하나가 돼 신속한 초동방역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방역당국은 신속한 초동방역과 함께 감염경로 역학조사에도 나서야 한다. 사실 바이러스 이동경로를 조사해 확인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초동방역과 마찬가지로 역학조사도 신속하게 이뤄지면 감염경로를 찾아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추가적인 확산도 방지할 수 있다. 역학조사 역시 초동방역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다.

고병원성 AI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의 닭·오리·메추리 사육농가도 방역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사실 봄철과 가을철은 계절적으로 고병원성 AI 발생가능성이 높은 시기이고, 이에 따른 경계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이 현실로 나타났다. 특히 김제지역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는 점은 국내 다른 지역에서도 이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반증이기도 한다. 국내 모든 닭·오리·메추리 사육농가가 방역활동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이다. 닭·오리·메추리 사육농가는 축사 안팎을 주기적으로 한곳도 빠트리지 말고 철저하게 소독을 하고, 농장 내 외부인 및 차량 등의 출입을 제한해 고병원성 AI로부터 자신의 농장을 지켜내야 한다.

닭·오리·메추리를 사육하는 농가들은 철저한 방역활동과 함께 예찰활동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의심나는 가축이 발견되면 즉시 방역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의심나는 가축의 신속한 신고야말로 고병원성 AI를 방지하고 확산을 막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한편 농림수산식품부가 발생농장에서 이동제한 전 출하된 달걀도 수거·폐기토록 하고, 이동제한 기간 동안 반경 3km 내 위험지역에서 생산되는 달걀을 전량 폐기키로 한 조치도 시의 적절했다. 닭이나 오리가 고병원성 AI에 걸리게 되면 산란이 중단되므로 AI에 오염된 달걀이 시중에 유통될 수는 없다. 하지만 만의 하나 달걀껍질에 오염물질이 묻어 있을 가능성을 우려한 수거·폐기조치는 혹시도 발생할지 모르는 시장의 동요를 사전에 차단하고, 소비자를 안심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믿음직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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