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농협이 지난 3일 산지 농협에 무이자 출하선급금으로 1000억원을 전달한 것은 도농상생의 본보기다. 서울에 소재한 농협들이 산지 농협에 출하선급금을 지원한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그 규모가 날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올해 서울시내 15개 농협의 출하선급금 지원은 지난해보다 100억원, 지원대상 조합은 30개소가 각각 늘어난 것이라고 한다. 2004년 259억원으로 시작한 출하선급금 무이자 지원규모가 5년차를 맞아 거의 4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출하선급금 지원은 도시 농협과 산지 농협 간 상생협력체계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고무적이고, 의미있는 일이다.

도시 농협은 산지 농협과의 협력을 통해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 도시 농협은 일반적으로 신용사업이 주력사업인 상황으로 농협이라는 정체성을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도시 농협들은 농산물 판매사업 강화를 통해 존립기반을 강화하면서 정체성을 찾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점에서 산지 농협과의 상생은 도시 농협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좋은 방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산지 농협은 도시 농협으로부터 출하선급금을 지원받는 게 단순한 무이자자금의 확보라는 측면을 떠나 판로까지 확보할 수 있는 이점까지 얻고 있다. 출하처가 확보된다면 할 일은 명확해진다.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조합원의 이익으로 돌아간다.

도시 농협의 산지 농협에 대한 무이자 출하선급금 지원은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도·농이 상생하고 농촌을 살찌우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 농협과 산지 농협의 상생협력 및 확대에 박수를 보내며, 차제에 도·농조합간 협력이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을 한다. 현재의 도·농조합간 상생협력은 도시 조합의 산지 조합에 대한 일방적인 시혜적 성격이 짙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산지 농협은 도시 농협에 고품질 농산물 생산으로 보답을 하고 있지만 도시 농협과 산지 농협이 대등한 관계에서 협력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같은 점이 그릇됐다고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며, 더욱 확대돼야할 과제이다. 다만 지금보다도 더 발전된 관계로 발전할 때 도시 농협과 산지 농협의 협력관계는 더 강화되고, 도시 농협과 산지 농협은 경쟁력을 가진 협동조합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다.

도시 농협과 산지 농협이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은 많다고 본다. 서로 협력해 브랜드를 공동으로 개발·육성해 소비자와 생산자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또 도시 농협과 산지농협이 공동으로 자금을 마련해 유통업에 진출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방안은 많다. 도시 농협과 산지 농협이 상생의 협력체계를 더욱 공고히 해 국내 농업·농촌에 활력을 불어넣는데 한몫을 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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