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북지역에 이어 경기도 오리·닭 사육농가까지 공포에 떨게 하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확산방지를 위한 방역활동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깊은 성찰을 할 필요가 있다.

지난 3일 전북 김제 용지면 소재 산란계농장에서 고병원성 AI 발병이 확인된 직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신속하고도 철저한 초동방역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바 있다. 특히 초동방역은 방역당국만의 과제가 아니라 오리·닭 사육농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모두 하나로 힘을 모아야 하며, 농장방역은 사육농가 자율로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역당국은 발생지역 초동방역에도 손발이 부족한 실정이다. 사정이 이쯤 되면 비 발생지역 개별농장의 방역은 농가가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고병원성 AI는 확산일로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고병원성 AI가 정읍, 영암, 나주, 경기 평택 등지로 확산되면서 전남북지역에 이어 경기도 오리와 닭을 사육하는 농가들은 고병원성 AI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다가는 오리산업이 뿌리 채 흔들리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증폭되고 있다.

왜 고병원성 AI가 잡히기는커녕 오리려 확산일로에 있는가? 방역당국과 지방자치단체, 오리·닭 사육농가의 깊은 성찰이 요구된다. 특히 닭·오리 사육농가의 방역에 구멍은 나지 않았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아직 이번 고병원성 AI의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누구의 잘잘못이라고 따지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확실한 점은 하나 있다.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지금까지 발생한 농장의 닭이나 오리에 같은 시간에 침투했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고는 이렇게 확산되는 것은 비정상적이고, 오리·닭 사육농가의 자율방역에 허점이 노출되고 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특히 이번 고병원성 AI가 처음 신고 된 시점이 4월 1일이고 이틀 뒤인 지난 3일에 확진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지난 3일 김제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인된 이후라도 오리·닭 사육농가들이 철저한 방역에 나섰다면 지금과 같은 확산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상황을 놓고 보면 고병원성 AI의 방지를 위한 소독활동이나 외부 사람 및 차량의 차단 등 방역의 기본조자 지켜지지 않고 있는 듯하다. 고병원성 AI가 확산일로에 있다는 점이 그 반증이다.

일부지역에서는 철저한 농장방역은 고사하고 감염오리를 시중에 유통시켰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어 충격적이다. 감염오리를 시중에 유통시키는 행위는 자멸행위나 다름이 없다. 이번 고병원성 AI사태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상당히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전혀 소비위축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동안 두 차례에 걸친 고병원성 AI사태를 겪으면서 종전보다 성숙된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오리 사육농가는 스스로 소비자 신뢰를 깨뜨리는 어리석은 행동을 저질렀다. 오리 사육농가는 고병원성 AI방역에 관한한 철저한 반성을 해야 한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방역당국과 지방자치단체의 책임도 없다고 하기 어렵다. 방역당국은 농가에게 자율방역 의식을 무장시켜줬어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내 오리·닭 사육농가를 대상으로 한 철저한 방역활동을 독려했어야 했지만 결과는 상반되게 나타났다.

더 이상의 고병원성 AI 확산은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오리·닭 사육농가, 방역당국, 지방자치단체 모두 자신의 본분을 지키는데 충실해야 한다. 오리·닭 사육농가는 자신의 농장은 자신이 책임진다는 의식으로 무장하고 자율방역에 나서야 하며, 방역당국과 지방자치단체는 농가의 자율방역활동을 지원하면서 발생지역에 대한 신속한 초동방역으로 고병원성 AI의 확산방지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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