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과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앙연합회가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공동으로 실시한 ‘새정부 수산정책에 대한 어업인·수산관련기관 의식조사’ 결과는 수산업계의 피해의식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이고 있다. 해양수산부에서 농림수산식품부로 담당부처가 옮겨진 수산업계가 피해의식이다.
이 의식조사 결과 양식어업인의 65.3%, 어선어업인의 69.2%가 ‘정부의 조직개편이 향후 수산업 발전에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각각 응답했다. 이 의식조사는 수산 관할 부처가 종전 해양수산부에서 농림수산식품부로 옮겨진데 대한 어업인들의 부정적 시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어업인들의 이 같은 생각은 농림수산식품부에 대한 불만이다. 그러나 농림수산식품부에 대한 불만이 전부인 것 같지는 않다. 종전 농림부와 해양수산부의 수산부문, 그리고 새롭게 추가한 식품산업 진흥업무까지 새로 맡아 출범된 농림수산식품부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하고 평가를 하기엔 너무 성급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소한 농림수산식품부에 대한 평가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야할 수산분야 주요 정책과제가 제시되고,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을 지켜봐야만 정확한 평가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판단을 한다.

하지만 농림수산식품부는 어업인들이 왜 이 같은 생각을 하는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수산업이 농업보다도 여건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정부가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기도 하다.

어업인들은 ‘새정부 수산정책에 대한 어업인·수산관련기관 의식조사’를 통해 새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할 수산정책으로 ‘소득안전망 구축’과 ‘어촌정주기반 확충’을 손꼽았다. 또 농림수산식품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수산정책으로 ‘수산분야 예산확충’이 강조됐다. FTA 등 시장 개방화 대책 우선순위로는 ‘양식업 구조개선’과 ‘감척보조금 상향조정’을 희망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앞으로 이명박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나가야할 주요 수산정책과제에 이 같은 어업인의 의견을 반영하고, 특히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 이를 통해 수산업 관할 부처가 종전 해양수산부에서 농림수산식품부로 변경됐어도 어업인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수산업계도 피해의식에만 젖어있어서는 안 된다. 수산업계가 그동안 많은 차별을 받았다는 점을 모르는 바 아니다. 사실 수산업계는 종전 해양수산부에서 서자취급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산업계는 12년 전 해양수산부가 출범할 때 많은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수산분야는 종전 해양수산부에서 변두리로 밀려나는 신세를 겪었다. 특히 수산업계는 지난번 정부조직 개편과정에서도 제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내심 수산청을 바라면서도 해양수산부 존치에 매달리느라고 수산청 필요성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통과되고 난 후에야 제기하는 설움까지 겪어야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특히 농림수산식품부가 농업, 임업, 수산업, 식품산업 업무까지 담당하는 부처다보니 수산을 등한시할 것이라는 어업인들의 선입견이 ‘새정부 수산정책에 대한 어업인·수산관련기관 의식조사’를 통해 농림수산식품부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 표출된 듯하다. 하지만 수산업계가 피해의식에만 젖어있어서는 안 된다. 내일 당장 수산부문이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떨어져 나갈 수 있다면 모르지만, 그게 아니라면 현재의 상황과 위치에서 기반을 확대하는 노력에 나서야 한다. 그 노력만큼 수산업이 발전하고 수산업계가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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