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양평군 옥천면 용천리 길목에 접어서면 수백 개의 장독대가 즐비해있는 경관을 볼 수 있다.
이곳이 바로 막연한 향수에 젖어 귀농을 결심하고 13년째 터를 내린 김영환(53)대표의 가을 향기 농장이다.
1998년 논 2640㎡와 밭 2000㎡에서 수확한 농산물은 고작 250만원의 소득에 불과했다.
귀농을 결심할 때 ‘절대 농약을 치지 않겠다’고 다짐한 결과는 비참했다.
그러나 초심을 저버리지 않은 지금.
2004년 국내 최초로 친환경 유기농 인증을 받은 된장, 간장 덕분에 연 매출 2억원 이상을 기록하며 한국의 전통 재래장을 유럽에 수출할 수 있는 계기까지 마련하게 됐다.
농사에 ‘농’자도 모르던 셀러리 맨 김영환 대표가 용천리 인근 주민들과 친환경 농지를 개간하며 차별화된 농산물로 승승장구 할 수 있게끔 헤쳐 나가온 역경을 살펴봤다.

# 오로지 친환경...
“1999년 논에 역돔 치어를 방사했더니 학, 백로 등 새들이 날아들어 볏대를 부러트렸고 다음해에는 오리를 풀었더니 망을 뚫고 빠져나와 다른 논을 망친다고 원성을 샀습니다. 그래도 절대 농약은 치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귀농 전 도시 아주머니들이 하는 말 중 ‘어떻게 믿어?’라는 말이 가장 거슬렸다는 김대표 는 오로지 믿게끔 만들면 된다는 확신을 가졌다.
귀농 첫해인 1998년.
“동네 어르신들이 논에 벼를 재배하는 건지, 풀을 기르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며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고 술회하는 김대표는 “농약을 사다주며 얼른 치라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6400㎡가 넘는 논에 풀을 직접 뽑았다”고 밝혔다.

이는 콩 농사와 하우스 농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도저히 버텨나갈 재간이 없었다. 당장 중학교 입학을 코앞에 둔 아이를 생각하며 한숨을 토해낸 김대표는 어렵게 키운 콩을 수집상에게 헐값에 넘길 수밖에 없게 노이자 메주를 만들기 시작했고 또 다시 된장을 담기 시작한 것이다.

김 대표가 전통 재래 된장을 고집하는 데는 묵으면 묵을수록 값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2002년 태풍 루사로 인해 하우스 전체가 날아가 재해 지역으로 선포됐을 당시 제고로 남겨둔 된장덕분에 빚더미에 오르지 않고 꿋꿋이 농사를 이어갈수 있었던 것이다.
김 대표는 “일본에 340년 된 미소농가는 있어도 정작 340년 된 미소는 없다”며 “100년 된장을 목표로 제대로 묵혀 식품연구 자료에 활용할 수 있게끔 하겠다”고 밝혔다.

# 한국 발효식품에 관심 고조
‘일반 장류와 달리 차별성와 안전성을 갖춘다면 충분히 승산은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는 ‘성공’이란 두 글자로 드리워졌다.

올해 3월 영국의 유기농 식품업체와 채식주의자가 김씨의 농장을 찾아와 전통 재래 된장을 맛보고는 엄지손가락을 높이치켜 들어주었다.
중국의 고려인 된장과 고추장을 맛본 영국의 식품업체 사장이 한국의 발효식품에 관심을 갖고 유기농 인증 된장을 찾아 가을향기 농장까지 찾아오게 된 것이다.
팩스로 서신을 오가며 수출 계약을 코앞에 둔 김대표는 “제품이 자리 잡히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속적으로 한국 된장, 간장을 알리는데 노력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처럼 끝까지 자신의 철학을 버리지 않고 상품의 신뢰를 쌓는데 노력한 김대표는 “미친 짓이라며 손가락 하지 않고, 때론 훈계하며 때론 잘 따라와 주신 마을 어르신들에게 감사의 말”을 남겼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