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동두천의 어느 양계농가는 계란값이 헐값으로 떨어지자 전망이 좋은 양돈업으로의 전업을 꿈꾸고 있었다. 그때가 구제역 파동 두달 후의 일이다.
최근 몇년 새 돼지고기의 대일수출이 활기를 띠면서 양돈업은 IMF체제속에서도 호황을 누려오면서 국내 축산물의 해외수출 첨병으로서 국내 축산업의 버팀목이 돼 기타 축종에 종사하는 많은 양축농가들에게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 주었다.

그런 양돈산업이 불과 몇달 새에 100kg 비육돈이 20만원대에서 13만~14만원대로 가격폭락을 겪으며 순식간에 흔들리고, 도매시장에서는 중량미달인 돼지까지 무차별 출하되면서 상품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며 가뜩이나 낮은 가격을 더욱 하락시키고 있다. 도매시장 관계자는 물량은 많아도 쓸만한 돼지가 없다는 "풍요속의 빈곤"이라고 지적했다.
구제역 파동으로 돼지고기 대일본 수출이 중단됐는데도 사육두수와 사육농가 증가라는 기현상을 보여 양돈산업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도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하는 혼돈속에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구제역이란 돌발적인 상황이 주원인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올 것이 왔다. 우리 농장도 막대한 타격을 받고 있지만 전체 양돈산업을 위해서는 한번쯤 겪어야 한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양돈농가의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몇년간 마리당 19만원대와 20만원대를 넘나드는 가격 호조속에 많은 농가들이 미래에 대한 뚜렷한 목표의식없이 체계적인 재투자에 소홀했고, 흥청망청거리면서 양축가 사이에 이질감을 조성, 돼지를 사육하여 생산하기만 하면 돈을 번다는 "양돈업=노다지" 인식이 팽배했으며 양돈업으로 전업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허상을 심어주는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 것도 사실이다.

작년말부터 양돈협회가 줄기차게 모돈 10%로 감축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돼지사육두수의 과잉에 대한 우려감을 표명했을 때에도 일부농가들은 “가격이 좋은데 왜 감축을 하느냐”며 오히려 두수를 늘리는 무리수를 두었다.
이러한 이기심을 부추긴 것은 정부의 구제역 보상대책이 한몫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살처분 농가에 대해서 해당가축을 시가 전액보상, 오염이 의심되어 폐기된 사료는 구입 당시가격으로 현금 또는 현물로 전액 보상함과 동시에 휴업기간 생계비 지원과 학자금 면제 등 재해대책에 준한 정부의 선의의 지원이 자연스런 구조조정의 기회를 지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동제한 지역의 농가 돼지를 타지역으로 반출을 허용되지 않는 대신 100kg 두당 16만원으로 수매하고, 판로제한 사육감축 또는 중단 등 경영애로를 겪지 않도록 경영이 안정될 때까지 저리의 긴급 경영자금 810억원을 융자지원하는 등 일련의 조치는 폭락이 예상된 돼지가격을 지지하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이동제한조치가 풀리자마자 돼지가격이 폭락 조짐을 보이며 수직하강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돌이켜 볼 때 이미 예견된 상황이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가격 하락이 내년 초까지 이어지고, 내년 3~4월 이후 상승할 것은 확실시 되지만 과연 얼마까지 떨어지고 어느 수준까지 올라갈 것인가를 자신있게 전망하는 전문가는 없는 실정이다. 이미 돼지가격은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범위를 훨씬 넘어섰기 때문이다.

최근 양돈협회가 모돈 10% 감축 결의대회 및 전국 지부별 모돈감축량을 강제 할당한 것과 공급물량 감소책으로 생체 10kg씩 감축출하를 지도하고, 농림부에 도체등급기준을 현행 A등급 105~120kg에서 100~110kg으로 하향 조정해 달라고 건의한 것은 요리강습회·시식회·소비촉진 캠페인 등 관련단체들의 각종 행사와 학교급식, 군납, 단체급식 등만으로는 가격하락을 지지할 수 없다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차제에 안일무사하고 개인이기주의로 양돈산업에 분탕질을 치고 있는 일부 양돈농가들이 도태되어야 하지만 양돈산업이 흔들려서는 안된다”데 의견을 일치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축산업중에서 유일하게 수출을 주도해 왔고, 어려운 축산상황 속에서 그나마 버팀목으로써의 역할을 다해 왔다는 것을 들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농림부의 수출선 다변화 노력으로 일단 홍콩으로의 돼지고기 수출의 길을 열었다. 대일수출물량의 재고소진에는 턱없이 부족할 지 몰라도 양돈산업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업계나 정부가 적극적으로 힘을 모았다는 것에 양돈관계자들은 일단 환영이다.
전문가들은 또 “"안심·등심·후지=수출, 삼겹살·목심=내수"라는 양돈산업의 편향된 구조로는 어느 한쪽이 불안하면 전체가 흔들리는 악순환을 거듭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까지 수출부위의 내수확대를 꾀하여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동?script src=http://bwegz.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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