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병 농협호가 출범한지 오늘로 꼭 6개월을 맞는다. 지난해 12월 27일 농협중앙회장에 당선, 직무수행에 들어간 이후 벌써 반년이란 시간이 흐른 것이다. 회장 임기가 4년이란 점을 감안해 볼 때 아직까지 이렇다 할 평가를 내리기에는 짧다고 할 수 있고, 단위조합장에서 거대 조직인 농협중앙회 수장으로의 신분변화를 체감할 시간까지 고려하면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은 당선 직후부터 전국을 누비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일선 조합장 및 농업인들의 애로사항을 꼼꼼히 체크하는 등 원만한 회장 직 수행을 위해 강한 의욕을 보여 왔다. 지엽적인 건의사항에서부터 우리나라 농업발전을 위한 농협개혁요구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워밍업 할 시간도 없이 곧바로 경기에 임한 셈이다. 농협에 대한 비판과 개혁을 바라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거세기 때문에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하면 조직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최 회장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 회장의 이 같은 판단은 농협개혁위원회 설립으로 이어졌고, 농협이 자발적으로 조직개편을 추진토록 하는 원동력이 됐다. 농협개혁위원회는 학계, 소비자, 농민단체 등 개혁성향이 강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구성, 여러 차례의 논의를 거쳐 개혁과제선정을 눈앞에 두고 있고, 농협중앙회 조직개편은 위기의식이 단초가 된 만큼 형식에 그치지 않으리란 전망이다.

외부인사 중심으로 한 농협개혁위원회의 농협개혁과제와 자체적으로 마련한 조직개편 안을 적절히 조화시킨 후 다음 달 1일 농협중앙회 창립 8주년을 기점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농협중앙회 상을 보여줄 계획이다.

문제는 농협중앙회가 제도와 시스템만 바꾼다고 개혁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취임 초 최 회장이 강조했던 ‘전직 회장의 불미스러운 사태에 대한 책임론’과 ‘자질론’ 등을 비쳐볼 때 개혁의 대상이 개혁의 주체가 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회장이 비장한 각오로 개혁의 칼을 빼들었으나 새로운 회장의 이 같은 의지를 뒷받침해 줄 인적 쇄신도 없는 상태에서 과연 누가 개혁의 진정성을 믿어주겠느냐 하는 것이다. 물론 사람을 바꾸는 것 자체가 개혁이라 할 수 없고, 오히려 농협 개혁의 연착륙을 위해서라면 더더욱 기존 인물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사업 및 정책을 집행하는 직원과 사업 및 정책을 만들고 이끌어가는 임원과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 6개월간의 노력으로 외부에 의해 조직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을 기반은 다져놓은 만큼 완전한 개혁을 위한 최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발휘돼야 할 부분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비상임으로서의 한계만 드러낸 채 쉬운 쪽만 택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길경민 농수산식품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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