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자회사인 남해화학의 2/4분기 매출액이 역대 분기 실적으로는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한다. 이 기간 동안 남해화학의 매출액은 무려 4000억원을 뛰어 넘었으며, 영업이익도 952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국내 여타업체들이 국제 원자재 값 상승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해화학의 이 같은 매출실적 및 영업이익은 신기에 가까울 정도다.

이는 여타업체들이 내수시장을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남해화학은 강력한 수출드라이브를 걸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6월까지 남해화학의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0%나 증가했다.

원자재 값 폭등에 견디지 못한 비료업계가 제품가격을 올 초 24%에 이어 지난 6월 또 다시 63% 인상해 평균 87%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인상요인이 남아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고 보면 남해화학으로서는 수출이 효자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1년 단위로 원재료를 계약해 현물(spot) 가격보다 낮은 수준에서 원재료 투입이 이뤄지는데 반해 수출 판매는 현물 가격을 반영하는 게 수출비료 가격책정 시스템이고 보면 이 같은 수출실적이 새삼스럽다고 할 수 없다. 즉, 원재료 가격이 오르는 것 이상으로 비료가격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남해화학의 영업실적은 올해뿐 아니라 향후 수년간 호조세가 지속될 전망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특히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의 남해화학만큼 비료를 공급할 수 있는 업체가 없다는 점은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문제는 남해화학이 수출로 벌어들인 돈을 어디다 쓰느냐 하는 것이다. 물론 상장기업으로서 이익을 내야하고, 그 이익만큼의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돌려줘야 하는 점은 십분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그러나 남해화학은 상장기업이기 전에 농민 조합원의 주인인 농협중앙회의 자회사인 점을 고려해 볼 때 농민 조합원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농협이 자재업체를 자회사로 둔 것은 동종업체들의 가격인상에 대한 견제역할과 보다 저렴한 농자재를 농민 조합원에게 공급하는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남해화학은 1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이익은 수출로 인한 것이지, 내수에서는 적자를 봤다는 주장으로 농민 조합원들의 절규를 애써 외면하면서 올해 들어서만 두 차례에 걸쳐 비료 값 인상을 단행했다.

남해화학이 수출과 내수로 각각 법인이 분리돼 있다는 것인지, 농민을 상대로 기어이 돈을 벌어야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남해화학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들 핑계만 해도 그렇다. 남해화학의 기업가치 보다는 농협중앙회란 든든한 버팀목이 주주들 구미에 더 들어 맞았다는 판단이 들기 때문이다. 남해화학이 주식회사로서 이윤을 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농민 조합원보다 주주들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하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부분이다.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을 태세여서 내년 초 비료 값이 또 다시 2배 이상 오를 것이란 우려가 비등하다. 남해화학이 내수시장의 적자를 들먹이며 또 다시 비료 값을 올릴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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