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국정조사가 정쟁에 휩싸여 결국 파행으로 가고 있다.

미국의 크릭스톤 팜스사의 냉장 갈비가 4년 7개월 만에 한국에 상륙해 국내 검역을 시작한 지난달 29일. 쇠고기 협상을 둘러싼 의혹과 문제점들을 속속들이 시원하게 파헤치겠다고 시작한 국회 쇠고기 국정조사 특위는 국정조사를 시작한지 보름이나 지난 이날도 증인 채택문제를 놓고 여야 간 공방만 벌였다.

여야가 불꽃 튀며 논란을 벌이고 있는 문제는 어이없게도 PD수첩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채택하느냐 마느냐. 한나라당은 PD수첩이 미국산 쇠고기 위협을 실제보다 과장했다며 진위여부를 가리기 위해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을 일관하고 있으며,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본질을 피해가기 위해 ‘딴짓’을 하고 있다며 PD수첩 관계자를 부르려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이 같은 증인 채택을 둘러싼 여야 간 대치로 오는 4일로 예정된 청문회는 사실상 무산됐으며, 7일 예정돼 있던 청문회 개최여부도 불투명해진 상태다.

양당은 또 ‘참여정부 설거지론이다’과 ‘한·미 정상회담 숙박료다’ 등의 또 다른 정쟁을 벌이며 책임 떠넘기기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참여정부 때 이미 미국산 쇠고기를 월령 제한없이 수입하겠다는 입장을 사실상 확정했던 것이며, 현 정부가 억울하게도 그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고역을 치르고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참여정부는 한·미 정상회담 전에 쇠고기협상이 타결되면 안 되고 미국의 사료금지조치 이행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며, 참여정부가 지키고자 한 쇠고기 정책을 현 정부가 바꾼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현 정부나 전정부나 누구하나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주저리주저리 변명만 늘어놓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 국정조사에는 쇠고기 협상 타결 배경과 책임소재, 추가 협상의 문제점, 협상 결과가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대책, 축산농가 등 국내 산업분야 피해대책과 지원대책 등이 논의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었다. 특히 광우병 파동이후 쇠고기 소비가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산지 소값이 폭락하는 등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가는 만큼 이에 대한 피해대책과 지원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미국산 쇠고기가 빠른 속도로 시장을 되찾으며 예전의 명성을 다시 회복하기 전에 원산지표시제 보완대책과 안전성 확보 방안 등의 대책도 서둘러야 한다.

오는 8일이면 전 국민을 텔레비전 앞에 앉혀놓을 베이징 올림픽이 개막된다. 올림픽이 개막되면 국정조사나 청문회에 대한 관심도 그 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속셈’이 바로 이것인진 모르겠지만 당초 취지와 명분을 잃고 있는 국정조사를 지켜보는 농축산인의 마음은 씁쓸하기만 하다.

<최상희 축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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