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에 파행을 거듭한 쇠고기 국정조사 특위는 혹시나 하며 지켜보던 축산업계를 여지없이 실망시키며 끝을 냈다.

지난 7월 14일부터 국정조사특위가 열렸던 ‘53일간’의 긴 일정동안 여야 누구라 할 것 없이 시종일관 ‘정쟁’과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한 모습을 보였다.

당초 축산업계는 이번 국정조사가 전 국민의 지대한 관심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당리당락 차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며, 협상전반에 관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문제가 되고 있는 쟁점을 상세히 풀어내 줄 것을 요구했었다. 이와 함께 먹을거리의 안전성 확보문제, 축산농가 지원대책, 위생검역의 실효성과 원산지 표시제 개선방안 등이 이번 국조의 핵심이 돼야 하며, 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통상절차법’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 등을 주장했다.

그러나 국정조사는 시작부터 MBC PD 수첩 관계자를 증인으로 채택할지, 말지를 두고 여야 간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며 시간 끌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후 어렵게 속개한 특위에서도 한승수 총리의 출석 문제 등을 또다시 도마 위에 올려놓으며 장기간 공전을 거듭하는 파행을 보였다.

국정조사의 ‘꽃’인 청문회에서는 전체 증인 및 참고인 중 핵심 인물인 류우익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 등 16명이 무더기로 불참, 시작부터 맥이 빠졌었다.
여야는 또 시종일관 ‘참여정부 설거지론’과 ‘한·미 정상회담 선물론’을 내세우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참여정부 때 이미 미국산 쇠고기를 월령 제한 없이 수입하겠다는 입장을 사실상 확정했던 것이며, 현 정부가 억울하게도 그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고역을 치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등 야당은 이에 대해 참여정부는 미국의 사료금지조치 이행이 전제된 이후에 시장을 개방하겠다는 입장이었다며, 이번 쇠고기 협상은 현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졸속으로 타결한 게 분명하다고 맞섰다.

여야의 주장대로라면 이번 사태는 모두 ‘남의 탓’인 셈이다.
지난 5일 청문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 특위는 ‘결과보고서’를 채택하는 대신 ‘경과보고서’라는 어중간한 형태의 보고서를 채택하며 막을 내렸다.

‘경과보고서’는 국회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어중간한 형태의 보고서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위원회는 국정조사를 마친 후 경과와 결과, 처리 의견 등을 담은 ‘결과 보고서’를 채택해 본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돼 있다. ‘53일간’의 국정조사특위를 무엇 때문에 가동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추석 특수로 쇠고기 시장이 잠시 안정 국면을 맞고 있지만 이후 시장이 또 어떻게 술렁일지, 관련업계는 숨을 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참여정부의 설거지를 한 것이었든, 정상회담 선물이었던 간에 갈비 등 미국산 쇠고기가 우리 식탁을 맹공격해 올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정쟁(政爭)으로 보낸 시간과 세금이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최상희 축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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