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선물세트시장 트렌드가 크게 달라졌다. 저가와 고가선물세트가 인기를 끈 반면 중가세트는 관심을 받지 못했다. 특히 저가선물세트는 1만원대가 주를 이뤘다. 최근의 경기상황이 극명하게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소비행태 변화만 달라진 게 아니다. 지난 몇 년간 유통시장을 주도해온 대형마트는 주춤한 반면 온라인 쇼핑몰이 급신장을 했다. 대형마트의 추석선물세트 매출은 소폭 감소했지만, 온라인 쇼핑몰은 품목별로 20~50%까지 신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짧은 추석연휴 등으로 고향을 방문하지 않고 간단한 선물로 인사를 대신하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면서 구매와 결제, 배송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의 이용 쇼핑객이 급증했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새로운 트렌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미국 발 세계금융시장 위기는 실물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어가고 있다는 진단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국제곡물가격과 국제기름가격의 급등으로 세계경제가 침체의 길을 걷고 있는 마당에 세계금융시장 위기마저 실물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했다는 진단이다. 한 마디로 말해 앞으로 경기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제곡물가격과 국제기름가격 급등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꼭꼭 닫은 가운데 세계금융시장 위기로 인해 실물경제가 더 얼어붙게 된다면 소비시장은 앞으로 더욱 침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내년 설이나 추석에도 이번 추석선물세트시장에 나타난 트렌드가 그대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 이후까지 지속될 가능성도 높다.

산지도 이 같은 트렌드 변화에 맞는 대응이 요구된다.
먼저, 타깃마케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번 추석선물세트시장의 트렌드 변화는 철저한 타깃 마케팅의 중요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타깃을 명확하게 설정한 선물세트는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도 선전을 했지만, 타깃을 불분명하게 설정한 선물세트는 눈물을 삼켜야만 했다는 점이 이를 입증해준다. 따라서 생산자는 경기상황과 편리성을 지향하는 소비자 취향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타깃마케팅에 맞춰 생산도 계획적으로 해야 한다. 마케팅 전략을 기초로 한 계획적인 생산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국내 농축산업은 국제기름가격과 국제곡물가격의 급등으로 생산비 부담을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무계획적으로 생산했다가 판매에 실패한다면 자원낭비이고, 그 결과는 자멸의 길로 빠져들 수밖에 없게 된다. 계획적인 생산으로 자원낭비도 줄이고, 생산비도 절약하면서 시장에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만이 위기상황을 탈출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시장트렌드 변화를 산지에 전달하고 실행에 옮겨줄 중간역할은 농축수협을 비롯한 생산자조직과 산지유통주체가 맡아야 한다. 생산자조직과 산지유통주체는 단순하게 생산 지도를 우선하고, 생산된 농축산물을 판매하는 역할만 하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 시장과 소비자의 변화를 분석하고 생산자에 전달해 생산 활동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일까지 맡아야 한다. 이를 위한 생산자조직과 산지유통주체의 역량강화도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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