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을 지나다 보면 사람을 보기가 힘들다. 전 국토의 87% 차지하고 있는 시골에 살고 있는 인구수는 10%도 되지 않으니 사람이 없을 수밖에 없다.

갈수록 줄어드는 농촌인구수. 농촌 인구수가 감소하는 원인에는 많은 요인이 있을 것이다, 농가의 소득, 학교, 병원, 복지시설 부족 등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농가소득 문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최근 전남 농민들이 도청 앞에 트랙터, 경운기 등을 몰고 모였다. 그들은 60만 전남 농민을 살리라는 한 목소리였다, 이는 현재 삶이 힘들고 미래도 없다는 농민들의 하소연이다.
오늘날의 우리 농촌 현실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농사를 지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귀농정책, 출산장려정책을 펴고 있고 지자체는 인구수를 늘리기 위한 다양한 시책 등을 펼치고 있지만 농촌은 비어 있고 고령화돼 있다.

농촌에서 60세는 청년에 속한다. 전남 고흥 한 마을의 경우 청년회에 가입된 연령이 65세라고 한다. 그 마을에서는 60세가 넘어도 어린애(?) 취급을 받고 있다고 한다.
지금 전국에서는 누렇게 익은 벼를 수확하며 농민들이 수확의 기쁨을 누리는 시기이다. 그러나 지금 농촌에서는 수확의 기쁨보다는 힘든 노동으로 웃음이 사라진지 오래다. 콤바인으로 벼를 수확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고령 농민들이기 때문이다.

최근 강원도 홍천에서 콤바인으로 벼를 수확하는 농민을 만났다. 언뜻 봐도 70세가 넘은 고령 농민이다. “그 연세에 아직도 농사일을 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안하면 어떻하겠는가, 벼를 키워서 수확해야지”라고 한다. 이 고령노인은 전답도 상당히 많고, 한우도 수 십 마리 기르고 있는 부농 수준이었다.

“이젠 편하게 지내시지 왜 이렇게 힘든 농사일을 지느냐”는 물음에 그는 “농토를 그냥 휴경할 수도 없고 소득은 낮아도 조금이라도 벌여야 도시에 있는 자식들을 도와줄 수 있지 않느냐”고 한다. 이 소리는 대부분의 우리 농민의 목소리이다.
강원도 한 조합장은 농촌현실을 이렇게 말한다. 농손일손돕기와 농촌사랑운동으로 1사1촌, 1교1촌 등 도시 마을과 기업 등과 자매결연을 하고 매년 행사를 실시하지만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못 된다고 한다. 1년에 한두 번 찾아와 봉사활동을 하지만 여유를 찾으러 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도시로 나가 있는 젊은이라도 고향을 자주 찾아주는 것이 농민사랑, 농촌사랑이라고 했다. 지금 농촌에서 농민들은 외롭다.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그리운 것이다.

농촌은 도시에 비해 모든 면에서 부족하다. 영화, 음악 등 문화 복지 시설은 차치하더라도 학교문제, 출산문제 등 어린이 문제부터 해결해 주어야 하지 않을지. 농촌을 살리고 농민수를 늘리는 것은 가장 기초단계부터 하나씩 매듭을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어린애가 수 십리에 떨어진 학교로 등교하고, 산모가 아기를 낳아도 갈 산부인과 병원이 없는 곳이 우리 농촌현실이다.
지금은 식량전쟁시대라고 한다. 국민의 먹을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농촌·농민, 정부와 지자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지 한번 정도는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 비해 선진국들은 농업의 중요성을 깊이 생각하고 지켜나가고 있다고 한다. GDP(국내총생산)의 3% 밖에 되지 않고 전 인구수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농업·농촌이지만 농수산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3%가 아닌 97%가 아닐 런지.

<양정권 농어촌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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