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수입 자유화 시점을 앞당기는 게 유리한가, 2014년까지 미루는 게 국내 쌀 산업에 이득인가?

국제 쌀값이 급등하면서 쌀 수입 조기 자유화와 관련된 토론이 최근 두 달여 사이에 잇따라 개최돼 이목을 쏠리게 하고 있다.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가 지난 7월 15일 ‘새로운 쌀 정책 모색을 위한 쌀 생산자 전국 토론회’를 가진데 이어 지난 25일에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쌀 수입자유화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한 것이다.

이들 토론회에서 제시된 주장은 대동소이하다. 조기 관세화론과 신중론이 맞선 것이다.
조기 관세화 주장은 2014년까지 쌀 관세화 유예를 지속할 경우 저율관세 의무수입량이 40만 9000톤으로 증가해 국내 쌀 산업에 두고두고 부담이 된다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국제 쌀값이 톤당 1000달러 이상으로 올라 조기에 쌀 수입을 자유화하더라도 쌀 수입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국내 쌀 산업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여기다 지난 7월 타결 직전까지 갔다가 결렬된 DDA협상에서 잠정 합의됐던 개발도상국에 대해 특별품목 우대조치 내용도 쌀 수입 조기자유화에 힘을 불어넣고 있는 양상이다.

신중론은 유동적인 국제 쌀값 동향과 아직 미흡한 국내 쌀 산업의 구조조정 등을 감안할 때 섣부른 수입 자유화는 독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양측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 문제라면 쌀 조기 수입자유화는 국제 쌀값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고, 신중론은 2014년까지 쌀 관세화를 유예하면 40만 9000톤의 쌀을 그 이후에도 계속 저율관세로 의무 수입해야 하는 확실한 위험성을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쌀 관세화 주장은 올해 처음으로 제기된 사안은 아니다. 2004년 쌀 관세화 유예 협상 때도 자유화 주장이 제기됐었고, 찬반 논란이 있었다. 저율관세수입물량이 얼마만큼 늘어나면 오히려 수입 자유화가 유리하다는 동등성 분석은 쌀 수입 자유화의 든든한 논리적 바탕이 됐었다.

지금의 상황은 2004년과 또 다르다. 국제 쌀값이 폭등하면서 동등성 분석 차원을 넘었다. 국제 쌀값이 폭등해 당장 수입을 자유화하더라도 쌀 수입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쌀 수입 자유화가 말처럼 당장 실현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는 UR협상에서 쌀 수입자유화 유예를 받으면서 쌀에 대해서는 국내외 쌀값 차이만큼 관세를 부과하는 관세상당치(TE)도 정하지 않은 상태이다. 2004년 쌀 관세화 유예 재협상에서 언제든지 쌀 수입 자유화로 전환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놨지만 국내에서의 공론화과정과 WTO와의 관세상당치 산출 작업, 그리고 관련국가와의 관세상당치 협의 등을 거치려면 2년 정도의 시간이 물리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2년여의 시간은 너무나 많은 변수를 유발할 수 있다. 국제적인 투기세력까지 가세하면서 천정부지로 오른 국제 쌀값이 종전 수준인 톤당 400달러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고, 지금보다 더 오를 수도 있는, 그야말로 예측을 어렵게 하는 긴 시간이다. 다행스럽게 쌀값이 강세를 지속한다면 더 바랄게 없지만 폭락세가 나타난다면 혹 떼려다 더 큰 혹을 붙일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쌀 수입자유화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검토·분석부터 선행될 필요가 있다. 단순하게 현재 국제 쌀값이 크게 올라 수입을 자유화하는 게 유리하다는 논리보다는 최소한 2014년까지 국제 쌀값이 어떻게 변화할지 정확하게 예측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어는 시점에서 자유화를 하는 게 가장 유리한지, 아니면 2014년까지 유예를 하는 게 국내 쌀 산업을 위해 유리한지에 결론을 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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