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 조사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낙농가들은 자급방안을 강구하는데 나서야 한다. 국제적인 조사료 공급부족 현상과 살인적인 고환율 시대에서 국내 낙농업이 살아남는 길은 조사료 자급 이외에는 특별한 대안이 없다.

낙농업에 있어 조사료는 생명줄과도 같다. 국내 낙농업은 한때 조사료를 거의 자급자족했다. 가을이면 쏟아져 나오는 풍부한 볏짚에다, 많은 낙농가들이 옥수수를 재배해 담근 엔실레이지를 젖소에 연중 급여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급변했다. 옥수수 재배비용이 크게 증가하면서 많은 낙농가들이 수입 조사료 구입으로 전환했다. 수입 건초 값이 옥수수 재배비용보다 싸다보니 옥수수 재배를 통한 조사료 자급을 포기하게 되면서 낙농가의 옥수수 재배가 급감 한 것이다. 여기에다 국내 젖소의 고능력화도 낙농가의 수입조사료 선호를 부채질하고 있다. 그동안 젖소개량의 결과 연간 두당 산유량이 9000kg에 달할 정도로 고능력화하면서 볏짚 대신 양질의 수입건초를 급여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변모한 것이다.

이처럼 낙농산업을 둘러싼 국내외 여건이 변한 가운데 세계적인 곡물가격 폭등바람을 타고 조사료도 세계적으로 공급부족사태가 빚어지면서 국내 낙농가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게 작금의 상황이다. 국제사료곡물가격이 폭등하면서 조사료 재배지가 옥수수 재배지로 급속도로 전환, 세계적으로 조사료 공급부족사태가 초래되고 있는 것이다.

공급부족 사태 속에 수입 조사료가격이 품목에 따라 kg당 500원대에서 600원대에 형성되는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말부터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마저 폭등해 조사료가격의 추가적인 인상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낙농관련 조합에서는 ‘조사료 확보를 못하면 조합의 존재이유조차 없다’는 얘기까지 제기될 정도로 낙농업에 있어 조사료 사태는 위기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스런 점은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서 총체보리사료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농림수산식품부가 2012년까지 추가로 겨울철 유휴농지 32만ha에 식량·사료·경관유지작물 등을 재배해 조사료 및 식량자급률과 농가소득을 올리는 제2 녹색혁명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추진에 나선 점도 한 가닥 위안거리이다.

농림수산식품부와 낙농업계, 지방자치단체는 총체보리사료 생산 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특히 총체보리사료는 겨울철 노는 땅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다만 논을 경작하는 농가들이 겨울철 이모작에 따른 쌀 생산량과 품질 저하를 이유로 기피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우려를 메워줄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총체보리사료는 모내기철 농업용수 공급을 감안할 때 집단재배가 이뤄져야만 가능해진다. 이 같은 점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낙농업계의 유기적인 협조가 절대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낙농가들도 자체적으로 조사료재배 확대에 나서야 한다. 특히 이모작이 어려운 중부지방의 경우 총체보리사료 생산이 불가능하다.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총체보리사료 생산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지만 중부지역 낙농가들이 이용할 만큼 양이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중부지방 낙농가들은 조사료 자급에 나서야만 하는 상황이다.

마침 조사료 파종 시기다. 양질 조사료 확보에 실패하면 애지중지하는 고능력 젖소를 망쳐버리는 상황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낙농가들은 조사료 자급만이 삶의 터전을 시킬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조사료 재배확대에 두 팔을 걷고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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